산업재해, 노동법으로 예방하려면 [왜냐면]

한겨레 2025. 8. 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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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자(프레카리아트)는 시간 단위로 소득을 얻고, 근로로 인정되지 않는 시간에도 일거리를 찾거나 대기하면서 노심초사해야 한다. 배달 오토바이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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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 한국비교노동법학회장·영산대 교수

노동법은 노동을 보호하는 법이다. 한자를 보면 노동(勞動)은 불덩어리 두개(火火)를 머리에 이고 무거운 것(重)을 옆에서 끄는 형상이다. 이처럼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것(力)이 노동이기에 보호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법은 물의 흐름과 같아서 막힘이 없어야 한다. 노동법은 이러한 위험하고 힘든 일을 막힘없이 하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여 일을 멈추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노동법이 있음에도 노동자가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산업재해는 여전하다. 최근에는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과로사나 정신질환과 같은 산업재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사용자가 노동법 지식을 몰라서도 아니고 노동자가 권리의식이 부족해서도 아닌,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원래 상품으로서의 노동은 반드시 합의된 시간만큼만 거래된다는 것이 노동계약의 원칙이다. 그래서 노동법은 합의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시간제 노동은 합의된 시간 외에도 성과를 내도록 강요당하는 이른바 ‘도급 노동’으로 변질되었다. 더욱이 카카오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은 24시간 내내 사용자의 지시에 따르게 됨으로써 과로사나 정신적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쿠팡이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거래처나 소비자에게까지 24시간 구속되도록 전락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노동자들은 업무에서 해방되는 자유시간에도 전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것은 소득을 위해 노동자 스스로 원한 장시간 노동이라고. 그렇다 할지라도 그 장시간 노동은 기업이 주도하는 성과주의나 할당주의 관리에서 파생된 ‘강제된 자발성’이 아닌가. 이들이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개인의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기 때문이고, 기업이 개별 노동자의 성과를 평가한다고는 하지만 그 평가의 기준은 과도한 실적만을 요구할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심을 악용하여 노동자에게 자발성을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시간의 정함이 없는 종속’ 또는 ‘자본주의적 노예제의 부활’이라고 할 것이다.

도대체 현대적 고용관계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 원래 고용 노동은 ‘정해진 시간’에 한해서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계약관계에서의 노동을 말한다. 이것은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확립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노예 노동은 ‘정해진 시간 없이 24시간 내내’ 주인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주종관계에서의 노동이다. 결국 현대적 고용관계에서 노동자란 정해진 시간의 한도에서 사용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고, 노동자가 노동계약에서 정한 노동시간만을 일할 수 없다면 그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일 뿐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1일 8시간 노동제도 8시간은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하지만, 나머지 16시간은 수면 등 휴식을 취하고 생활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이 인정하는 1일 8시간 노동제는 산업재해의 예방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의 회복이나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활동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제도다.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단속 및 강행 법규의 효력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이라는 노동시간의 상한 규제를 두고 있지만, 언제든지 연장근로나 유연근로를 통해 1일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장되는 하루 근로시간의 범위를 조속히 입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한겨레 2024년 1월16일치 ‘시대착오적 대법원 판결…하루 근로시간 입법으로 제한해야’).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아마도 노동법을 지키려는 기업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은 사회의 공기”라는 말처럼 모든 기업은 경영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임을 재확인하고, 사회로부터 수탁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리 즉,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준수 등 전체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 경영자가 보장해야 할 의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기업은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한, 성장의 시기를 넘어 성숙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마치 성장기 아이가 자라서 성숙한 어른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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