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아파트 화재 인명피해 잦은데… 새시·보일러는 지원하면서 스프링클러 지원은 없어

손덕호 기자 2025. 8.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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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6층 이상 아파트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
과거 지어진 아파트에 소급 적용은 안 돼
고시원은 2018년 ‘7명 사망’ 사고 이후 정부 지원
아파트로 지원 확대해야 한다는 법안 발의돼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 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 중 2명이 숨졌다. 다른 주민 13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불이 나면 자동으로 물을 뿜어주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라서 화재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공동주택 3채 중 2채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과거에는 설치 의무가 없었고 이후에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설치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공동주택 중 35%에만 스프링클러… 노후 아파트 인명피해 줄지어

이번에 불이 난 아파트는 지하 1층·지상 20층 규모로, 불이 난 세대는 14층에 있다.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됐던 1998년에 준공됐다.

당시 소방시설법은 아파트의 경우 16층 이상인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2005년부터 11층 이상인 아파트는 모든 층에 설치하도록 했고, 2018년부터는 6층 이상이라면 모든 층에 설치해야 한다.

다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소급 적용은 하지 않았다. 작년 1월 기준으로 공동주택 총 4만4208개 단지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만5388개 단지(35%)에 불과했다.

노후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 10일 대구 동구 신천동의 17층짜리 아파트 11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10대 남매와 어머니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이 아파트는 1990년대에 지어져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달 13일에는 부산 북구 만덕동의 15층 규모 아파트 2층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일가족 3명 중 2명이 사망했다. 이 아파트는 2006년 준공됐으나, 2003년 2월 건축허가를 받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또 부산에서는 지난달 2일과 6월 24일에도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세·6세 자매와 10세·7세 자매가 숨졌다.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였다.

지난 5월 26일 오후 11시 10분쯤 대전 서구 가장동 한 찜질방 기계실 내부에서 불이 났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불은 15분 만에 자체적으로 꺼졌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진은 작동한 스프링클러. /대전둔산소방서 제공

◇“불 났을 때 스프링클러 있으면 사망자 10분의 1로 줄어”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 초기에 진화할 수 있고, 연기도 덜 나게 해 질식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명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동주택 화재 100건 당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에서는 사망자가 0.5명, 부상자가 7.4명 발생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의 사망자는 4.9명, 부상자는 20.8명이다. 스프링클러가 사망자를 10분의1, 부상자는 3분의1 수준으로 각각 줄이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효과는 건축 구조 상 화재에 취약한 고시원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이 고시원은 1983년 완공된 건물에 입주해 있었고,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이 사고는 고시원 스프링클러 설치의 계기가 됐다. 2022년 6월 30일까지 고시원에 의무적으로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영세·노후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지원했다.

그 직후인 2021년 7월 20일 서울 은평구 증산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 없이 초기에 자체적으로 불이 꺼졌다. 이 고시원은 정부 지원 사업으로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는데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조선DB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고시원에는 지원… 일반 아파트는 해당 없어

그러나 정부·지자체는 일반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2019년 스프링클러 등 화재 방지 시설을 설치할 때 4000만원을 낮은 이율에 빌려주는 프로그램을 발표한 정도다.

아파트 주민이 스프링클러를 자비로 설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설비가 간소화된 간이 스프링클러 비용은 300만원 정도다. 여기에 스프링클러 헤드와 배관을 추가로 구매해야 하고, 천장을 뜯어내고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도배비, 인건비 등도 들어간다. 노후 아파트는 배관 설비를 새로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비용이 전용면적 84㎡ 기준 1세대당 1000만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대량 수주가 가능한 신축 아파트는 세대당 500만~600만원에 시공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부·지자체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개별 가구 시설물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후 주택 창호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창호(섀시)로 교체하면 단독·다가구 주택에는 500만원, 공동주택에는 300만원을 지원한다. 환경부는 오래된 보일러를 열효율이 높은 콘덴싱 보일러로 바꾸면 60만원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화재에 따른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현재 지어져 있는 공동주택의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소방시설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4월 노후 영구임대 아파트 97개 단지 1만4935호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사업비 중 국비로 50%를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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