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무대·연습실 벗어나 연극인들이 예술에 더 빠져들 공간
통영 극단 벅수골 배우·기획자 합심
가정집 건물 수리해 희곡도서관 만들어
국내외 희곡집 700여 권 빼곡
이동형 무대와 숙소, 카페도 마련

통영시 도천동 해저터널 입구에서 마을 방향으로 가면 '제3의공간'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철물점을 끼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입간판이 반겨준다. 50년 전에는 대한천리교가 썼고, 또 오랜 시간 가정집으로 있던 건물에서 원형은 살리고 내부를 수리해 15일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 공간을 만든 건 통영 극단 벅수골 이규성 배우와 제상아 기획자다. 이 배우가 공간 대표를, 제 기획자가 운영을 맡고 있다. 이런 공간을 만들 생각을 한 건 둘이 연극을 처음 시작하던 30년 전부터라 할 수 있다. 제 기획자는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꿈꿀 복합 문화 공간을 소위 말해 사고 치듯 문을 열게 됐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연극과 문화는 일상에 스며들어야 하기에 생활과 문화가 다 들어올 수 있도록 계획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으로는 연극인들에게 제1의 공간은 개인 일상 공간이다. 제2의 공간은 연극인들의 정체성인 무대다. 제3의 공간은 무대나 연습실에서 벗어나 또는 연극을 더 폭넓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통영 '제3의공간'은 이렇게 연극인이 쉬면서 다시 창조적인 기운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희곡집들은 장창석 벅수골 대표가 50년 동안 모아놓은 것에다 최근 기부받은 것들이 더해졌다. 현재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인 제 기획자가 개인 누리소통망(SNS)에 희곡도서관을 열겠다는 소식을 알리자, 전국에 있는 연극인들이 소장하거나 자신이 쓴 희곡집을 보내왔다. 희곡도서관이니만큼 희곡집을 소리 내 읽어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희곡을 꺼내 읽는 것 자체로도 연극의 한 장면을 만드는 행위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로그 살롱에는 이동할 수 있는 원형 무대가 있어서 공연을 열 수 있다. 연극만큼이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특별한 공간이다. 소규모 음악 공연부터 전시, 토론회,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일 수 있다.

지난달 15일 임시로 문을 열고 시범으로 운영했다. 그동안 경남 여성 연극인 워크숍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2층 희곡도서관에서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 희곡을 읽고 분석할 수 있고, 1층에 숙소가 있어 가능했다.
'제3의공간'은 연극인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네이버 예약으로 누구나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평일에 싱글 5만 원, 트윈 6만 원이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각 7만 원, 10만 원이다. 예술인은 할인 적용을 받는다.
'제3의공간'은 보조금, 지원금 없이 이 대표와 제 기획자가 자발적으로 만든 곳이다. 운영자가 연극인이라 공연이 있는 날에는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은 관광객과 시민, 예술인 또는 예술을 사랑하는 이에게 열려있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