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구미 제과명장 최권수, 40년 철학 담아 ‘100% 우리밀 빵’ 완성

이봉한 기자 2025. 8. 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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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전용 제분공장 기반, 전 제품 100종 국산화…“좋은 재료가 좋은 빵 만든다”
농가·외식업계 상생 협의체 설립 추진… “구미밀가리로 지역 식문화 브랜드화”
최권수 우리밀 발전협의체 회장.

"빵에는 제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빵이 나온다는 믿음, 그것이 제가 평생을 걸어온 제과 인생의 철학이자 변하지 않는 원칙입니다."

구미에서 40년 넘게 빵을 구워온 최권수 (제과 기능장· 구미시 최고장인) 우리밀 발전협의체 대표는 최근 자신의 모든 제품을 '100% 구미산 우리밀'로 생산하는 도전에 성공했다.

이 고집스러운 선택 뒤에는 '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한 밀로, 우리 지역의 맛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뚜렷한 신념이 자리한다. 오랜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연구 끝에 완성된 우리밀 제빵·제과는 이제 그의 삶을 대표하는 이름이자 구미의 새로운 식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최권수 대표는 '구미 우리밀 발전협의체' 회장으로서 지역 농가와 제과업계 간 상생 모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기존 베이커리를 넘어 국수, 떡볶이, 수제비, 카페 등 외식 업종 전반으로 우리밀 활용 범위를 확장하며, 식품 네트워크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로 발전시키고 있다.

오는 8월 하순에는 협의체를 기반으로 한 사단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우리밀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외식업계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최권수 우리밀 발전협의체 회장이 갓 구운 우리밀로 만든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리밀을 고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최권수 대표는 그 이유로 '신선함', '풍미', '지역 상생' 세 가지를 꼽았다.

"구미에서 직접 재배되고 유통 거리도 짧다 보니, 밀가루의 신선도와 품질이 뛰어납니다. 수입밀에 비해 안전하고, 가족에게도 안심하고 제공할 수 있는 재료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둘째는 깊은 풍미와 고소한 맛. "수입 밀이 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우리 밀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 있어요.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소화가 잘되고,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셋째는 지역과의 상생이다. "구미에서 자란 밀을 제가 제품으로 만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농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보람이 큽니다. 제빵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죠."

최 대표는 "인위적인 맛이 아니라 고소함이 살아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해서 계속 생각난다"는 소비자들의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선택한 재료와 철학이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식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과인으로서 제가 지켜온 가장 큰 가치입니다."
 
최권수 우리밀 발전협의체 회장이 우리밀 빵 기술을 동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밀로 빵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말도 못 하게 힘들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죽을 버렸어요. 빵이 돼야 하는데 떡처럼 주저앉기 일쑤였죠."

최권수 대표는 우리밀을 제빵에 처음 적용했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글루텐 함량이 낮은 우리밀은 반죽의 볼륨감이나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어렵고, 수분과 회분 함량, 제분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등 제빵에 불리한 조건이 많았다. 심지어 같은 포대의 밀가루로도 날마다 반죽 상태가 달라, 그는 결국 밀가루의 기본 특성부터 다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함양, 구례, 지리산 등 전국의 제분소를 돌며 수없이 테스트를 반복한 끝에, 2024년 10월 구미에 우리밀 전용 제분공장이 들어서면서 비로소 안정적인 품질 확보가 가능해졌다.

최 대표는 "우리밀의 성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는 제대로 된 빵을 만들 수 없다"며 "제과인은 좋은 재료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그는 100여 종 전 제품을 모두 우리밀로 생산 중이다. "처음엔 실험처럼 시작했지만, 이제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최권수 우리밀 발전협의체 회장이 우리밀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제는 제과인의 노력을 넘어, 지역 전체가 함께하는 브랜드로 확장할 때입니다."

최권수 대표는 구미산 우리밀을 중심으로 제과업계는 물론 식당, 카페 등 지역 식문화 전반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밀 재배 농가, 제분소, 제빵업체,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구미밀가리'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청년 제과인을 위한 기술 교육과 창업 지원에도 힘을 쏟아, 우리밀 철학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빵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지역과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그는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전국에 알리고, 구미의 먹거리를 전국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경북교육연수원을 통해 방문한 전국 교육기관과 기업 연수자들의 입소문, 청와대 납품 경험은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구미에서 자란 밀가루가 대한민국 최고의 빵 재료가 되도록 기반을 다지고 싶습니다. 제 아들도 프랑스 원료기업에서 일하며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글로벌 베이커리'로 연결되길 바라며, 지금은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자 합니다.".
 
최권수 우리밀 발전협의체 회장이 갓 구운 우리밀로 만든빵을 선보이고 있다.

△ 40년 제빵 인생을 돌아보면 어떤가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골에서 자라 17살에 처음 빵을 만들었습니다. IMF 시절, 대구를 떠나 구미에 정착했고 황상동에서 제빵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죠. 제 인생을 바꾼 건 결국 '빵'이었습니다."

최권수 대표는 제빵 인생 40년을 "삶의 언어를 빚어온 시간"이라 회고한다. 새벽 6시 반 출근은 지금도 변함없다. 우리 밀에 대한 철학은 이제 제과 기술을 넘어 지역 사회를 위한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미는 제 제2의 고향입니다. 이곳에서 성공했고, 이곳에서 철학을 세웠습니다. 이제는 받은 사랑을 돌려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권수 우리밀 발전협의체 회장이 우리밀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그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계해 출소 예정자·취약계층에게 상담과 교육을 지원하고, 빵 나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매장에서 매일 여분으로 생산되는 빵은 푸드뱅크, 중증장애인시설 등으로 기부된다. "10개 만들 때 2개쯤 더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는 그의 말엔 따뜻한 실천의 철학이 담겨 있다.

최권수 대표는 "단지 빵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만들고, 우리밀의 가치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따뜻한 힘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제빵사로서 이루고 싶은 마지막 꿈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