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도박] ② "수소 혼소 발전, 에너지 80% 낭비"... 국민 비용 전가 우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물결 앞에서 우리 사회는 ‘탈원전’과 ‘탈탈원전’ 논란을 거치며 심각한 정치 몸살을 앓았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정치적 대결 구도만 부각되면서 국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정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발전소에 대한 해법은 오리무중이었다. 국가 탄소 중립계획, 탄소국경세, RE100과 같은 국제 기준과 제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마음이 급해진 우리 정부가 택한 카드는 ‘수소’였다.
특히 정부는 기존의 가스 발전소와 석탄 발전소에 청정 수소나, 청정 수소를 기반으로 한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이른바 ‘혼소 정책’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수소 혼소 구상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2050년까지 용인 국가산단의 대형 가스 발전소에 가스 대신 수소만 태워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우리는 탈탄소 산업구조로 가는 안정적인 통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실패할 경우 탄소중립 계획의 차질로 ‘기후 악당 국가’의 오명을 굳히게 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국민과 기업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수소’ 혼소 계획은 대담한 전환일까 무책임한 도박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성공을 위한 현실적인 경로도, 실패를 대비한 플랜B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뉴스타파는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본격 도입 예정인 수소 혼소 계획을 심층 분석하고 검증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의 초기 전력 공급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소 혼소 발전은 정부도 구체적인 계획과 경로를 제시하지 못할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 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 동안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내해야만 한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정부 계획대로 수소 혼소 방식으로 장기간 전력을 공급할 경우 심각한 에너지 손실이 누적된다는 연구 결과를 다수 확인했다. 정부가 막대한 국민 부담을 초래할 수도 있는 수소 혼소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지난 해 4월 영국 물리학회 출판부의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된 한 논문을 확인했다. 영국 물리학회 출판부는 높은 인용지수를 기록하는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곳으로 엄격한 동료심사를 통해 학계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당시 발표된 논문 제목은 ‘Helping the climate by replacing liquefied natural gas with liquefied hydrogen or ammonia?‘(LNG 가스를 액화 수소나 암모니아로 대체하는 것이 기후 문제에 도움이 되는가?)였다.
논문의 저자는 파울 볼프람 박사다. 그는 미국 정부가 출연한 연구기관이 공동 운영하는 ‘지구변화 공동연구소’에서 활동 중인 학자다. 볼프람 박사는 해당 논문에 대해 “가스나 수소 등을 액체 상태로 운반, 공급했을 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을 고려한 최초의 분석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의 혼소 정책, 즉 해외에서 액화 수소나 암모니아를 수입해 가스 대신 발전소 연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과 밀접한 연구 주제다. 수소 혼소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용인 반도체 산단의 전력 공급 계획 역시 이 연구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기를 써서 만든 수소를 다시 전기로 만들 때 벌어지는 일

논문은 이른바 ‘블루 수소 혼소’의 에너지 효율을 다룬다. ‘블루 수소 혼소’는 용인 국가 산단 발전기가 상당기간 활용하게 될 기술로 우리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저감 계획의 핵심 축이다.
논문에 따르면, 블루 수소 혼소는 생산과 운반 과정에서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먼저 원료인 천연가스(CH₄)를 고온 고압의 수증기(H₂O)와 반응시켜 수소(H₂)와 이산화탄소(CO₂)를 분리한다. 이를 ‘개질’ 과정이라고 한다. 이 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따로 모아 저장하는데 이 기술은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라고 불린다.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즉시 채집하는 것이다. 남은 수소는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블루 수소’가 된다. 이러한 개질 과정과 CCS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블루 수소는 밀도가 매우 낮은 기체 상태로 포집된다. 이를 대량 운반하기 위해 액체 상태로 냉각시켜 부피를 줄이는 공정을 거친다. 수소의 액화 온도는 무려 영하 253도에 달해 이 과정에서도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루 수소는 저장-선적-운항-하역-저장 등의 순으로 운반한 다음, 다시 ‘기화’하도록 열을 가한다. 액체 상태인 수소를 다시 기체 상태로 만들어 가스 발전기에서 태울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기화된 수소는 마지막으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발전기에 공급된다.

논문은 각각의 개별 과정에서 투입되거나 손실 되는 에너지를 계산한 기존의 여러 연구 결과를 하나로 취합해 수소 혼소의 에너지 효율을 도출했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블루수소의 원료인 천연가스가 원래 갖고 있던 에너지량을 100이라 가정했을 때, 발전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전기 에너지의 양은 13.4%에 불과했다. 나머지 86.6%에 달하는 에너지가 사라진 것이다.

다만 논문에서 적용한 발전기의 효율은 국내에서 주로 활용하는 복합 가스 발전이 아닌 단일 가스 터빈 방식이었다. 국내에서 활용하는 발전기는 가스를 먼저 태워 전력을 생산한 다음 이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다시 전력을 생산하는 복합 발전기다. 단일 가스 터빈에 비해 높은 효율(60% 안팎)을 자랑한다. 그러나 논문이 가정한 최종 단계에 단일 가스 터빈 대신 국내 복합 발전기의 높은 효율을 적용하더라도 마지막에 생산되는 전기 에너지의 양은 20.13%에 그친다. 우리 정부의 계획대로 블루 수소로 발전기를 가동하게 될 경우 80% 달하는 에너지가 중간에서 낭비된다는 의미이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해외에서 만든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영하 253도로 낮추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최신 기술이 적용된 복합 가스발전기를 가동해도 40%의 에너지가 또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천연가스를 원료로 만드는 블루 수소가 아닌 ‘그린 수소’ 혼소 방식의 에너지 효율은 어떨까. 그린 수소는 주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재생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 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때문에 그린 수소를 이용한 혼소 발전 과정에는 블루 수소와 달리 개질 과정이나 이산화탄소 포집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논문은 이런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발전기가 최종 생산하는 전기 에너지의 양은 21.3%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논문은 그린 수소 혼소의 에너지 효율 도출 과정에서도 그린 수소를 생산할 때 적용하는 ‘전기 분해’ 과정과 복합 발전기의 효율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뉴스타파는 기후솔루션의 도움을 얻어 현재 흔히 적용되는 전기 분해 효율(65% 안팎)과 마찬가지로 복합 발전기의 효율(60%)을 다시 적용했다. 이 경우에도 최종 생산되는 전기 에너지의 양은 21% 가량. 역시 80%에 가까운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어렵게 수소를 가져와서 굳이 효율이 낮은 발전용으로 쓴다는 것은 값비싼 연료를 태워 없애 버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재생에너지 같은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는데 굳이 대량의 수소를 해외에서 수입해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심각한 에너지 효율 저하" "발전 원가 상승"
수소 혼소의 극단적인 비효율 문제를 지적한 연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출연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21년 12월 발간한 ‘KIER 기술분석 리포트’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보고서는 막대한 전력을 투입해 생산한 수소를 다시 전기로 만들어 쓰겠다는 우리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특히 심각한 국가 에너지시스템의 효율 저하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석유나 가스에 이어 수소마저도 해외 의존율을 높일 수도 있다며 ‘안보 위험’을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결국 보고서가 지적하는 것은 어렵게 만든 수소를 효율이 낮은 발전용으로 쓰지 말고, 수소가 아니면 대체할 수 없는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 3월 한전 전력연구원의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 ‘수소·암모니아 가스터빈 발전의 기술 동향 및 전망’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보고서는 수소 혼소 기술의 실현 가능성 뿐만 아니라 경제성 문제를 거론하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비용 부담을 가중 시킬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렇듯 국내외 전문가들의 비판은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수소 혼소는 극단적인 에너지 비효율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수소 혼소 방식으로 용인 반도체 산단 및 주요 가스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용인 반도체 산단 승인 취소’ 소송 과정에서도 이 같은 정부 입장은 변함 없이 유지됐다. 정부 측 변호인이 법정에 제출한 자료에는 수소 혼소 방식에 대한 정부 입장이 그대로 담겼다.
수소 혼소 방식의 LNG 발전은 기술 개발 및 실증화 작업이 추진 중인 단계이며, 아직까지 수소의 활용에 있어 상업화가 이제 막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당연히 그 경제성이 낮게 평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략)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소 혼소 기술의 발전, 수소 활용 비용의 하락으로 인해 그 경제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계획 승인처분 무효 소송에서 LH가 제출한 답변 내용
아직은 수소 활용이 본격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해당 소송 자료에서도 정부 측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수소를 발전에 쓰는 행위 자체가 고비용 산업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밖에 없는데 과연 미래에는 바뀔 지 의문”이라며 “결국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혼소를 실패했을 떄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결국 손해는 미래 세대와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는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수소 혼소 발전에 필요한 대량의 수소를 값싸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제기한 우려는 그저 기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계획대로 수소 혼소에 필요한 청정 수소는 제때 공급될 수 있을까. 뉴스타파는 정부의 수소 공급 계획과 관련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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