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새 국면 "대통령 참모진 대국민 사과문 준비했었다"

윤유경 기자 2025. 8. 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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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 "'날리면' 반박 전 대국민 사과 의견 모아, 홍보수석이 대면 보고"
대통령실 관계자 "김 수석 혼나고 말도 못 꺼내…대통령 격정적인 분이라 무서워해"
외교부 소송도 대통령실이 밀어붙였다? "강훈 국정홍보비서관이 길길이 날뛰었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2022년 9월22일 MBC 유튜브 보도화면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 비속어 보도로 불거진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에 관해 당시 대통령실 참모진이 대국민 사과문까지 작성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애초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 반대했으나 대통령실이 밀어붙여 소송을 압박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7일 <'바이든'과 '날리면'의 진실은?> 제하의 보도에서 지난 2022년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의 재정공약회의 참석 후 윤 전 대통령의 '욕설 논란'과 김은혜 전 홍보수석(현 국민의힘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이 나오기까지의 16시간을 추적해 보도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면서 비속어를 한 장면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자막으로 MBC를 통해 첫 보도됐다.

김 전 수석은 논란이 불거진 시점으로부터 약 16시간 만에 '이XX들'은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의회이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는 대통령실 참모진은 당초 욕설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까지 작성했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반박이 나오기 전 현장에 있던 대통령실 참모진은 비속어를 쓴 대통령의 사담이 방송된 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짤막한 사과문도 작성해놨고, 김 수석이 이런 방안을 들고 대통령 대면 보고에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 2025년 8월17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도 스트레이트에 “부적절한 발언이 노출된 것에 대해 빨리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며 “사과하고 정리하는 것이 좋겠단 의견이었고, 발언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를 마치고 나온 김 전 수석의 회견 내용은 사과가 아닌 반박이었다. 관련해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스트레이트에 “수석을 보니까 결국은 엄청 혼나고 말도 못 꺼내고 왔던 것 같더라. 워낙 대통령이 격정적인 분이라 갑자기 화내고 그러니까. 평소에도 대통령을 많이 무서워했다”며 대국민 사과 방안에 대해 김 수석이 말도 제대로 못 꺼냈을 거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당시 대국민 사과 방안을 보고했는지, 대통령이 화를 내며 거부했는지 등을 묻는 스트레이트 취재진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사과하자는 의견이 왜 묵살됐냐는 질문엔 “일단 당시에 있었던 일은 제가 재판부에 제대로 사실대로 제출을 했으니까”라고 했고, '날리면'이라는 말이 언제 나오게 된 거냐는 질문엔 “대통령이 저한테 이야기해 준 걸 홍보수석으로서 기자들에게 그대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 2025년 8월17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스트레이트는 또한 김 전 수석이 정정보도 소송 중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대통령실이 의뢰한 음성 판독 결과를 받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보고받은 대통령이 문구를 최종 확인해줬다고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트레이트 취재진이 만난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의뢰한 “음성판독결과는 '판독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수석은 진술서에서 대통령이 “자신은 평소 미국 의회를 의회라 부르고,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라고 칭한다”고 말했다고 적었으나, 스트레이트는 윤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보면 오히려 대한민국 국회를 '의회'라고 부르고 반대로 미국 의회를 '국회'라고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는 “관련자들은 아직도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부적절한 비속어 사용의 당사자 역시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소송도 대통령실이 밀어붙여? “강훈 국정홍보비서관이 길길이 날뛰었다”

외교부는 2022년 12월19일 “MBC가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며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에 나섰다. 관련해서도 스트레이트는 외교부는 소송에 반대했지만 대통령실이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압박에 못 이겨 외교부가 소송을 맡았고, 내부에선 서로 맡기 싫어했으나 대통령실 측에서 소송 내내 외교부를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이트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 제소와 정정보도 소송에 나서라는 대통령실의 지시가 내려왔다. 이에 9월28일 외교부 대변인단 회의가 긴급 소집됐다”며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명예훼손 당사자도 아닌데 외교부가 왜 나서야 하는지 대부분 납득하지 못했고, 소송을 하면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를 보고받은 박진 당시 외교부장관도 '언론사와 정면 충돌하는 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대처'라며 동의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 2025년 8월17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박 장관이 이같은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뒤 강훈 당시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의 강한 질책이 내려왔다는 게 스트레이트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 A씨는 스트레이트에 “강훈 국정홍보비서관이 전화해서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느냐, 이 소송 반드시 외교부가 해야한다'고 길길이 날뛰었다고”라며 “'외교부가 쫙 달라붙어서 하는 맛이 있어야지, 대충하면 안 된다. 이럴 때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MBC를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관련해 강 전 비서관은 스트레이트팀과의 통화에서 “수위를 넘어서는 잘못된 비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얘기한 건 맞다”면서도 “MBC 응징이란 단어를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 B씨는 스트레이트에 “다 하기 싫어해서 서로 미국 담당하는 '북미국'이 해라, MBC니까 언론 담당하는 '대변인실'이 해라, 소송 담당하는 '국제법률국'이 해라”라며 내부에서 서로 소송을 맡기 싫어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담당 부서는 북미국으로 결정됐고, 대통령실은 변호사까지 직접 결정했다. 지난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렸을 당시 외부 징계위원이었으나 참석하지 않으며 사실상 징계에 반대한 최태형 변호사다.

스트레이트는 “외교부 내부 지침엔 소송대리인으로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를 우선 고려하고, 다른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경쟁입찰이 원칙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외교부가 최 변호사에게 지급한 비용은 성공보수를 포함해 5천만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가 만난 외교부 관계자는 “대통령실 한 비서관이 북미국에 찾아와서, '외교부가 소극적이고 책임을 회피한다'며 욕하고 가기도 했다”며 소송 내내 대통령실은 외교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진행된 소송 1심에선 외교부가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음성감정 결과 '바이든' 부분은 판독 불가라는 감정 결과에도 MBC에 “(윤 대통령은) '바이든은'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라는 정정보도를 하라고 명령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취임한 조현 신임 외교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MBC 상대로 했던 소송이 잘못된 조치였다고 사과한 바 있다. 관련해 스트레이트는 “향후 2심 재판에는 변화가 예상된다”면서도 “부적절한 말을 내뱉은 대통령은 사과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을 두고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을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탄압했다.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언론자유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특검은 VIP 격노와 MBC 탄압 실체 철저히 밝혀야”

MBC 보도 후 정치권에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특검은 정권 초기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과 국정농단 시작의 상징적 사건이었던 '바이든-날리면'의 VIP 격노와 공영방송 MBC에 대한 탄압의 실체를 반드시 철저히 밝혀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25년 8월17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한준호 최고위원도 “이게 다 VIP 격노 때문이라는 정황에서 나왔다. 이제 보니 윤석열 정권에서 발생한 기묘한 일들은 전부 그 격노 탓이 아니었나 싶다”며 “언론 탄압의 신호탄이었던 '바이든-날리면'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이든-날리면'이라는 희대의 사건에 윤석열 등의 직권 남용은 없었는지 수사를 통해서 명백하게 밝혀낼 것을 수사 당국에 촉구한다”고 했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정작 당사자인 내란수괴는 단 한마디의 공식 사과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외교부의 소송은 현재진행중이며 해당 기자들은 여전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검의 철저한 진상규명, 윤석열의 공식 사과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먼저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고통받는 MBC 기자들에 대한 수사부터 즉각 무혐의 종결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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