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259) 외국인 계절근로자, 한국 농촌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

황태진 기자 2025. 8. 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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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노동정책…공동체 일원으로 인식 전환 필요
황태진 경북 북부본부장

현재 농촌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청년층은 농촌에서 도시로 떠났고 고령화사회는 농촌을 텅 비게 해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워 졌다.

이런 상황에서 농번기 한 철, 외국인 근로자는 농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구세주'가 됐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농업 노동력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은 모내기부터 고추, 채소 등 농작물 파종에서 사과 등 과일 수확까지 계절에 따라 필요한 일손을 메워준다.

올해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 27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는 일부 산업의 보조 인력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정부가 배정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9만 5천700명으로 전년 대비 41%나 증가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2015년 시범 도입돼 2017년 이후 본격 전국으로 확대됐다.

농번기나 어업 성수기때 최대 5~8개월간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기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합법적인 채널이 생겼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하거나 농가 간 공동 고용하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농촌은 이미 내국인 노동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특히 여름철 채소와 과일은 시기를 놓치면 전량 폐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시기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생산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어촌 지역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이들에 대한 현장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다.

농장주와 근로자들의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업을 하고, 겨울에는 찬바람 속에 비닐을 치거나 농작물을 수확하는 등 열악한 환경이다.

숙소는 컨테이너나 창고를 개조해 난방이나 냉방이 부족한 곳도 있다.

언어 장벽도 크다.

지자체가 통역 인력을 배치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부당한 임금 체불이나 과도한 노동이 발생해도 한국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밟기 어렵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계절근로'라는 특성상 장기적인 숙련 노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단기간에 숙소·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게다가 일부 농가나 중개업체는 외국인 근로자를 '싼 노동력'으로만 인식한다.

인권감수성 부족, 법 위반, 안전사고 방치 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대부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이들이 겪는 경험은 단순히 '근로'가 아니라 한국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만약 그 경험이 부당한 대우와 차별로 이어진다면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한국 농업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 구조를 만드는 중요한 파트너로 봐야 한다.

이들에 대해 숙소 안전기준 강화, 냉·난방, 위생시설 확보, 기후위기 속 안전한 작업 환경 마련으로 근로·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법률·노동 상담, 의료 지원, 문화 통역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농가와 근로자의 상생을 위해 농민에게는 인권 교육을,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한국의 법·문화·안전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농촌도 이제는 계절근로자 제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청년층 농업 참여 지원, 스마트 팜 확산 등 구조적 대책을 병행해 장기적인 농촌 인력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단순한 '손'이 아니다.

그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며, 한국 농촌을 지탱하는 중요한 사람이다.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히 한 농가의 생산성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타인을 어떻게 존중하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농촌의 일손 부족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제도가 이제는 사람 중심의 노동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단순히 인력을 공급받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동자이자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농업이 지속 가능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웃으며 한국을 떠나 '대한민국 좋아요'를 외칠 것이다.

황태진 기자 tjhwa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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