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올린 월세는 관리비로”…집세 전가 ‘꼼수’

안다솜 2025. 8. 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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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인 관리비 의무 설명만으로 해결 어려워…표준 회계 도입해야”
서울 시내 한 대학가 주변에 설치된 주민 알림판에 원룸·전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공인중개사 말로는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라 월세를 못 올려서 관리비가 다른 데 보다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관리비는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지만요….”

월세·관리비 세부내역 고지를 의무화한 법안이 시행된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려 받으며 사용처를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 신당역 인근에서 월세 자취방을 구한 20대 Y씨는 계약 당시 중개인이 월세와 관리비 금액을 알려주며, 임대사업자 매물이라 월세를 일정 수준 이상 못 올리는 대신 관리비가 11만원으로 다른 매물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했지만 여전히 관리비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것인지 모르며 일반 관리비 명목이라는 안내만 들었다고 전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기존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 청구는 5% 이내서만 가능하다. 이에 집주인들은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려 임대 소득을 벌충하고 있다. 신고 의무가 있는 주택임대소득에는 관리비도 포함되지만, 월세 인상에 제한이 있으니 제한이 없는 관리비를 높이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정부는 신고 의무가 있는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관리비 꼼수를 잡겠다며 2023년 9월 세부내역 공개를 의무화했다. 관리비가 10만원을 초과할 경우 △일반 관리비 △사용료(전기·수도료, 난방비 등) △기타 관리비 등으로 구분해 세부 내역을 명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월세 매물이 꽤 눈에 띈다. 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성북구 안암동 매물을 살펴보니, 중개 의뢰인이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문구가 있는 매물과 상세한 내역은 임대인에게 문의해 달라는 문구가 적힌 매물이 올라와 있다.

세부 내역 중에서도 일반 관리비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 같아도 구체적인 정보를 알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 다가구 주택의 임차 매물은 월세가 55만원인데 관리비가 35만원이다. 항목별 내용을 보면, 일반(공용)관리비가 33만원 수준에 달했으며 인터넷 사용료 2만원, 전기료와 수도료 등은 사용량에 따라 별도 부과되는 구조였다. 관리비만 1년에 420만원이 부과되는 셈이다.

세부 내역 공개 기준인 10만원을 넘기지 않으려고 관리비를 9만9000원으로 책정한 월세 매물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오피스텔은 관리비가 9만9000원에 올라와 있는데 세부 내역별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학가 인근의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한 원룸 매물도 세부 내역 공개 없이 관리비가 9만9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실제로 대학가 인근 월세 가격은 내렸지만 관리비는 오름세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올 7월 기준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를 분석한 결과, 보증금 1000만원 기준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58만1000원으로, 전년 동월(60만8000원) 대비 4.5%(2만7000원)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평균 관리비는 7만3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3.3%(2000원) 상승했다.

임대인의 관리비 꼼수를 막기 위해 국회에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게 관리비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현행법상 관리비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가 공인중개사에게만 부여돼 있고 임대인에게는 관리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임대인이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경우 공인중개사가 관리비에 대해 임차인에게 확인·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전문가는 관리비 공개 가격 범위를 설정하면 해당 금액까지 관리비를 올려도 된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표준 회계 등의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 사업자에게 무작정 관리비 세부 내역을 공개하라고 하는 것보다 정부가 표준 회계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동주택 관리비처럼 소모품 교체 비용 등을 일정 수준으로 나눠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계산하는 대체 충당금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관리비 10만원 초과 시 세부 내역을 공개하라는 방안은 10만원까지는 올려도 된다는 말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며 “가격 범위를 제한하기보다 임대 사업자들이 현실적으로 회계 장부를 작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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