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꽈당’ 넘어져도… 중국이 로봇운동회 연 이유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2025. 8. 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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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일 베이징서 로봇운동회 열려
일부 종목은 조종 없이 자율 경쟁
“휴머노이드 기술 난제 검증의 장”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운동회에서 한 휴머노이드가 1500m 경주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4~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로봇운동회가 막을 내렸다. 대회에는 280개 팀의 500여 대 로봇이 참가해 각축을 벌였다. 베이징에선 지난 4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부터 5월 휴머노이드 격투기 경기, 이달 세계로봇콘퍼런스, 세계 최초의 로봇 매장 공개 등 로봇 관련 대형 행사가 연달아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로봇운동회는 ▲기술적 난제 검증 ▲응용 기술 실험 ▲산업 생태계 조성 등 산업·정책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휴머노이드 기술의 가장 큰 난제는 손발의 움직임과, 이를 조종하는 두뇌(제어 시스템)다. 인간의 손은 27개의 뼈, 30여개의 관절, 40여 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두뇌의 지시를 받아 상호 작용하며 바느질 같은 세세한 움직임부터 물건 운반 등 균형감 있게 무게를 지탱하는 일까지 수행한다. 휴머노이드로 이를 구현하려면 손가락, 손바닥과 팔, 상체 전반이 고도로 협력하는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학습시켜야 한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 17일 “손 기술에 더해 다양한 지형을 소화하는 발과, 뇌 역할을 맡는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세계 공통의 난관”이라며 베이징시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운동회는 로봇 완제품의 종합 경쟁이자 핵심 부품의 정밀도와 신뢰성을 시험하는 장”이라고 평가했다. 인간 움직임의 집약체인 스포츠를 통해 휴머노이드 기술력을 검증하고 점검해 개선하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의 톈궁(天工)은 전 과정에서 자율 내비게이션, 시각 인식, 환경 인식 기술을 활용해 엔지니어의 조종 없이 스스로 경주 트랙을 완주했다. 5대5 축구 역시 세계 최초로 모든 참가 로봇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경쟁했다. 이 사례들은 로봇 ‘두뇌’ 기술의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5일 로봇운동회 5대5 축구 경기에서 쓰러진 휴머노이드를 엔지니어가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민일보는 이번 운동회의 궁극적 목표는 미래 산업과 생활 현장 속에서 로봇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늘의 휴머노이드 운동선수가 내일의 근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육상 경주, 축구 등 운동 종목만 겨루지 않았고, 약국에서의 약 조제, 호텔 청소, 공장·물류센터 공정 등 다양한 장면을 시연했다. 인민일보는 “운동회는 미래 생산·생활 현장의 예시 역할을 했다”며 “오늘의 로봇 선수들이 내일의 로봇 근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중국의 내로라하는 휴머노이드가 한데 모여 운동회까지 열게 된 데엔 베이징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는 2019년부터 3개년 로드맵을 두 차례 발표하며 베이징을 ‘글로벌 로봇 혁신 거점 및 시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현재 베이징의 로봇 산업은 중국 선두 수준으로, 휴머노이드의 경우 중국 전체 산업 규모의 3분의 1을 베이징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관련 매출은 40%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베이징은 올해 첫 휴머노이드 데이터 훈련센터를 열었다. 이는 약 3000㎡ 규모로, ‘데이터-훈련-응용’을 잇는 3단계 통합 훈련 체계를 구축했다. 쩡수이빙 센터장은 환구시보에 “약 1만 시간의 학습을 거치면 완성도 높은 모델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이징은 ▲로봇 전문 특화기업 57곳 육성 ▲수술 로봇 인증 33건 확보 ▲휴머노이드 완제품 기업 30개 육성 ▲12개 유형의 200개 혁신 제품 라인업 구축 등 성과를 거뒀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개발사인 유니트리의 왕싱싱 창업자는 로봇 운동회 현장에서 “세계 로봇 운동회를 통해 업계 전체의 성장 동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는 “로봇 선수들의 ‘한 걸음’은 단순한 경기 기록을 넘어, 미래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 혁신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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