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선두 나서고, 이국종 바짝 추격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일반 국민·전문가 조사에서 모두 ‘유시민-이국종-손석희-김어준’ 4강 체제 굳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를 읽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6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보진영의 '스피커' 유시민 작가가 시사저널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인' 분야에서 가장 높은 지목률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 설문조사에서 유 작가를 가장 많이 주목한 결과다. 유 작가는 지난해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손석희 전 JTBC 사장에게 1위를 내줬지만, 올해는 두 조사에서 모두 가장 높은 지목률을 기록했다. 유 작가를 포함해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손 전 사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강 구도'를 형성했다.

유시민·김어준, 정권 교체 영향 지목률 상승
유시민 작가와 이국종 원장의 오름세는 올해 조사에서 두드러졌다. 우선 유 작가는 일반 국민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인 조사에서 지난해 대비 14.2%포인트 오른 지목률 30.6%를 기록했다. 일반 국민 조사 대상자 500명 중 153명이 유 작가를 선택했다. 지난해 일반 국민 조사 결과 가장 높은 지목률을 보인 손석희 전 JTBC 사장의 기록(17.4%)보다도 높다. 유 작가가 정치 전면에서 물러선 후에도 여러 방송과 유튜브, 작품 활동 등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인 예로 유 작가는 8월10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정부 내각 인사에 대한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보좌관 갑질 문제로 낙마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옹호하며 "일을 못해서 잘린 보좌관"이라고 했다.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불거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와 관련한 의혹을 평한 적도 있다. 유 작가는 2021년 12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100% 민영에 비하면 (성남시가 일부 혜택을 가져간 건) 잘한 일"이라고 했다.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서는 "'미러링(Mirroring·상대방의 행동 등을 따라 하는 심리현상)"이라며 "이제는 안 그런 것 같은데, 그러면 됐다"고 했다.
이는 유 작가의 '선언'과 배치된 행보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유 작가는 제5대 노무현재단 이사장(2018~21년) 시절 정치평론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20년 4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기성 미디어를 통한 정치비평이나 시사 토론, 인터뷰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2021년 1월에는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열람 의혹을 제기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어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6대·17대(2003~0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또 2006~07년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창당에 관여한 뒤 정계를 은퇴했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유 작가에 이어 일반 국민 131명(26.2%)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조사 결과(15.0%)보다 11.2%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 원장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국내 권역외상센터 설립에도 공을 세웠다. 이 원장은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대통령이 주요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 추천제'를 시행한 뒤 이 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안이 제출된 것이다. 이 자리는 정은경 장관(전 질병관리청장)에게 돌아갔지만, 이 원장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 원장은 앞서 2018년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시절 이 대통령(당시 경기지사)에게 닥터헬기를 제안했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닥터헬기가 경기도에 도입됐다. 닥터헬기는 중증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는 '하늘 위 응급실'로 불린다. 이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이 원장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강·문형배·유흥식 순위권 포함도 눈에 띄어
손석희 전 JTBC 사장은 지목률 23.2%로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일반 국민 조사에서 받은 지목률(17.4%)보다 5.8%포인트 높다. 다만 유 작가, 이 원장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손 전 사장의 순위는 두 계단 하락했다. 손 전 사장은 MBC 간판 프로그램 《시선집중》 《백분토론》 등으로 국내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란 명성을 얻은 데 이어 JTBC 뉴스 프로그램 《뉴스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0년 JTBC 앵커직에서 물러난 후, 올해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을 진행했다. 여기에 유 작가부터 봉준호 영화감독 등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출연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안과 관련한 견해를 나눴다. 손 전 사장은 시사저널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2005년부터 17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2022년부터 언론인·법조인·시민단체활동가·종교인·의학인·과학인 등을 통합해 '사회인' 조사로 이뤄지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손 전 사장에 이어 16.0% 지목률로 4위에 올랐다. 김 총수는 유 작가와 함께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스피커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에 비해 지목률이 높아진 것은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 총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현재 223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은 김 총수의 콘서트나 방송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는 진보진영에서 커지고 있는 그의 영향력을 드러낸다는 정치권 시각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의 선택도 일반 국민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시민-이국종-손석희-김어준'이라는 4강 체제는 일반 국민에 이어 전문가 조사에서도 똑같이 이어졌다. 유 작가(13.6%)와 이 원장(11.0%)은 전문가 조사에서도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유 작가는 지난해(11.2%)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은 전문가의 선택을 받았다. 김 총수(9.4%)와 손 전 사장(9.0%)은 10%에 조금 못 미치는 지목률을 기록했다. 손 전 사장은 지난해 전문가 조사에선 지목률 7.8%로 이 원장(7.2%)보다 높았지만, 올해는 일반 국민에 이어 전문가 조사에서도 역전됐다. 김 총수는 지난해 5.8%에서 지목률이 3.6%포인트 상승했고, 순위도 한 계단 올랐다.
5위 이하 순위를 보면 일반 국민 조사와 전문가 조사에서 다소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 국민 조사 결과 방송인 유재석(9.8%),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7.6%), 유흥식 추기경(5.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4.6%), 법륜 스님(4.6%), 전광훈 목사(4.2%) 순으로 5~10위가 이어졌다. 문 전 재판관과 유 추기경, 법륜 스님, 전 목사는 이번에 처음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는데, 특히 문 전 재판관과 전 목사 지목에는 탄핵 정국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8.0%)가 5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그 뒤를 이어 이 대통령(5.2%), 문 전 재판관(5.0%), 유재석(4.4%), 이 회장(2.8%), 유 추기경(2.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윤석열 전 대통령(전문가 4.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일반 국민 5.8%, 전문가 2.2%),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일반 국민 8.4%, 전문가 2.6%) 등은 올해 조사에서는 순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7일부터 7월25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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