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갯벌 지키려 세운 천막···벌금 500만원 판결 부당”

김창효 기자 2025. 8. 18. 13: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항소심 선고 앞두고 규탄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온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18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1심 판결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제공

새만금신공항 철회를 요구하며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온 시민단체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1심 판결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8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 재판부가 천막농성을 단순히 도로법 위반으로만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며 “정당한 시위의 절박한 이유와 공익성을 철저히 외면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2022년 2월 6일부터 세종시 국토교통부·환경부 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왔다. 세종시는 천막이 무단으로 도로를 점용해 통행에 지장을 준다며 고발했고, 검찰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항소심 선고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은 “수라갯벌은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이자 국제적으로 반드시 보존해야 할 물새 서식지”라며 “불필요한 신공항 건설로 돌이킬 수 없는 생태학살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절박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산공항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만금신공항은 전북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허구의 계획”이라며 “결국 미군 전쟁기지 확장과 혈세 낭비만 초래할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또 “천막은 과거 다른 단체가 200일 넘게 사용했던 자리였고, 인근 대형화분이나 자전거 거치대보다 좁은 공간을 차지했을 뿐 시민 통행을 방해하지 않았다”며 “세종시가 도로 한복판에 설치한 화분들이 오히려 통행에 지장을 줬다”고 반박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불법 점용이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후·생태 위기를 가속하는 잘못된 사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국민의 정당한 항의를 벌금으로 탄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취소하고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최근 춘천지법 원주지원이 원주시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막기 위해 집회와 고공농성을 벌인 시민 24명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한 사례를 언급하며 “새만금신공항 반대 천막농성 역시 공익적이고 평화적인 감시·비판 행위로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 회원 김명이씨는 “환경부 앞 천막에서 우리는 아침·점심·저녁으로 피켓을 들었다”며 “생명을 포기할 수 없고, 미군 전투기가 들어설 공항을 짓는 것은 기후와 생태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천막농성 이유를 밝혔다. 그는 “국토부가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막아야 할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우리가 천막으로 문제를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천막농성은 비폭력적이고 공익적 행위임에도 도로교통법이라는 좁은 틀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전지법은 절대 필요 없는 공항을 막기 위한 절박한 행동을 무죄로 인정하고, 벌금 부과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결의문에서 △항소심 인용 △벌금 탄압 중단 △수라갯벌 보존을 요구하며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억압되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끝까지 공항이 아닌 갯벌,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