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하는 MBC와 진격의 유튜브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MBC, 2년 연속 전 부문 1위 기록…KBS·JTBC와 함께 3강 체제 구축
영향력 6위 유튜브는 신뢰도에서도 10위권 처음 진입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를 읽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6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충격파는 '뉴스의 시대'를 몰고 왔다. 계엄 선포·해제,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기소에 이은 조기 대선과 3대 특검까지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격동의 시간을 보냈고 언론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거친 호흡으로 역사의 순간을 관통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침과 이재명 정부 출범의 최전선에서 MBC는 또 한번 새 기록을 썼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2025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부문에서 MBC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 3개 분야 모두 1위를 석권하며 2년 연속 '전관왕'을 달성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관련된 각종 의혹의 길목마다 '물음표'를 던지며 '민주주의와 일상의 회복'을 전면에 내세운 MBC는 영상 콘텐츠 소비 중심의 환경을 발판 삼아 타 매체와의 격차를 한층 더 벌리며 굳건한 선두를 유지했다.
JTBC는 헌정사 초유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두 번째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MBC와 JTBC의 약진에 KBS, SBS도 녹슬지 않은 저력을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뉴스 생산과 소비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온 유튜브의 무서운 상승세는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3강' 조선일보 내려가고, JTBC 올라와
올해 MBC의 경쟁사는 '작년의 MBC'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는 MBC'라는 답변은 2025년에도 바뀌지 않았다. 전문가(500명)와 일반 국민(500명)을 대상으로 한 영향력 지목률에서 MBC는 지난해 대비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며 2년 연속 선두를 기록했다. 전문가의 절반에 육박한 49.4%가 MBC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았다. 주목할 점은 일반 국민 지목률이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의 62.4%가 MBC를 선정했다. 시사저널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 부문에서 일반 국민 조사를 최초로 실시한 2022년 이후 특정 매체가 영향력 부문에서 60% 넘는 지목률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MBC의 일반 국민 영향력 지목률 50.4%와 비교해도 무려 12.0%p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2년과 2023년은 KBS가 각각 42.8%, 45.2%를 차지하며 시민들에게 영향력이 가장 큰 언론매체로 선정됐다. MBC에 1위를 내줬던 KBS는 올해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41.2%)에 이어 42.2%의 지목률로 2위에 올랐다. 전년 15.6%로 5위에 그쳤던 JTBC는 29.6%로 3위에 안착했다. 지난해(21.4%)에 비해 6.4%p 상승한 SBS가 27.8%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3위였던 조선일보(25.8%)는 올해 23.0%로 하락세를 보이며 5위로 밀려났다. 유튜브(16.0%)와 YTN(10.2%)도 각각 10% 넘는 지목률을 나타냈다.
MBC와 JTBC의 약진은 전문가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MBC(49.4%)에 이어 KBS(26.8%), JTBC(24.0%)가 선두권을 형성했는데 MBC와 JTBC는 각각 지난해보다 6.0%p, 8.4%p 상승했다. 지난해 10.4%였던 유튜브는 올해 전문가 영향력에서 19.0%로 8.6%p 뛰어오르며 5위로 올라섰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26.2%로 3위였지만 올해는 22.8%에 머물며 4위로 하락했다. 전문가와 일반 국민 영역 모두에서 조선일보의 지목률은 하락 흐름을 보였다.
MBC와 JTBC의 영향력 확대는 공격적인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튜브·플랫폼·SNS 활용과도 맞닿아 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2025년 1~7월까지 뉴스·정치 분야 콘텐츠 누적 조회 수를 분석한 결과 MBC가 운영하는 'MBC 뉴스' 채널은 약 42억4100만 회로 집계됐다. JTBC는 24억9100만 회, YTN 20억7400만 회, SBS 18억8600만 회, KBS 10억7400만 회로 조사됐다. 8월10일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MBC가 590만 명, YTN 513만 명, SBS 497만 명, JTBC 465만 명, KBS 339만 명을 기록했다.
최진순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MBC는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 서면서 정권 내내 주목을 받았고, 비상계엄 이후 집중적인 이슈 보도와 앵커 브리핑 등으로 화제성을 이끄는 동시에 이를 유튜브와 연동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며 "(영향력 조사의) 일반 국민 표본에서 방송매체 쏠림이 더 강한데 이는 방송사들이 유튜브 라이브와 숏폼, 이슈별 콘텐츠 재가공으로 유통을 활발히 하며 도달력을 키운 효과"라고 분석했다.
텍스트보다 영상·오디오 선호 '뚜렷'
유튜브가 불러온 '듣는 뉴스, 보는 뉴스'로의 변화는 영향력과 함께 신뢰도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에 대한 질문에서 유튜브는 일반 국민 지목률 14.6%(6위), 전문가 지목률 7.4%(8위)를 보였다. 유튜브가 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10위권 안에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한 조사에서 유튜브는 영향력과 열독률에서는 전통 매체를 위협했지만, 신뢰도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낸 적은 없었다. 전문가 조사에서 유튜브는 경향신문(6.2%)과 조선일보(5.8%)를 앞질렀고 일반 국민 조사에선 한겨레(12.2%), 연합뉴스(9.6%), 조선일보(8.4%), 네이버(7.0%)보다 상위에 랭크됐다.
고흥석 국립군산대 미디어문화학부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인화되면서 점차 이용자들은 자신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수준의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찾고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사람들은 최신 정보와 함께 그 정보에 대한 입체적이고 심층, 종합적인 정보와 분석을 원하는 반면 레거시 미디어는 갈수록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유튜브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깊이 있게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신뢰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보는 흐름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뼈아프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의 1위를 지킨 MBC는 신뢰도 부문에서 전문가 40.8%, 일반 국민 51.8% 지목률을 기록했다. JTBC는 전문가 21.0%·일반 국민 31.6%, KBS는 12.2%·27.4%로 그 뒤를 이었다. SBS는 전문가 신뢰도에서 전년과 동일한 8.4%(5위)였지만,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27.0%(4위)로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8.0%p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박민-박장범 사장 선임 논란과 수신료 분리징수 진통, 편집권 침해 등 '내우외환'을 떨치지 못하며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은 KBS는 일반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27.4%로 전년(24.4%)보다 상승했지만 JTBC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지난해 16.4%에서 올해 12.2%로 4.2%p 떨어지며 공영방송의 콘텐츠 신뢰도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 가운데 한겨레(전문가 11.2%, 일반 국민 12.2%)와 경향신문(전문가 6.2%)이 모두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상승한 반면 보수 신문 가운데 유일하게 순위권에 들어온 조선일보는 5.8%·8.4%에 그쳤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지난해와 동일한 31%로 48개국 중 37위에 머물렀다. 국내 주요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 측정 결과 진보 성향 응답자들은 '신뢰한다'(36%)는 응답과 '신뢰하지 않는다'(37%)는 응답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보수 성향에서는 각각 27%와 42%를 보이며 보수진영의 뉴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BS, 일반 국민 신뢰도·열독률 조사에서 상승세
국내 뉴스 소비 플랫폼의 변화는 콘텐츠 열독률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양분하며 뉴스 콘텐츠 시장에서 20~30%를 넘나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포털의 열독률은 2023년을 기점으로 꺾인 뒤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전문가 조사에서 17.8%(공동2위), 일반 국민에서는 14.4%(7위)로 모두 10%대에 머물렀다. 전년도 일반 국민 조사에서 7.0% 지목률로 간신히 자리를 지킨 다음카카오는 올해엔 전문가와 일반 국민 모두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만큼 포털에서 뉴스 등 콘텐츠를 반복, 집중적으로 접하는 경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흔들리는 포털의 열독률 입지를 파고든 건 유튜브다. 유튜브는 2025년 조사에서 전문가 14.4%, 일반 국민 20.4%의 지목률을 얻으며 양쪽 모두 4위에 올랐다. 전문가 조사에선 여전히 유튜브가 네이버보다 3.4%p 뒤지지만 일반 국민에선 네이버를 여유 있게 앞섰다. 포털이 인공지능(AI) 기반의 뉴스 구독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했지만, 콘텐츠를 '텍스트 중심'이 아닌 유튜브를 통한 '영상'과 '오디오'로 소비하려는 선호도가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향력·신뢰도에서 두각을 드러낸 MBC와 JTBC는 열독률에서도 나란히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일반 국민 열독률 모두에서 지난해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1위를 기록한 MBC는 2위 JTBC와도 15%p 이상 격차를 나타내며 두터운 뉴스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SBS는 열독률 항목 전문가 조사에서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일반 국민 조사에선 26.0%의 지목률로 MBC, JTBC에 이어 3위를 차지해 신뢰도 조사와 더불어 일반 국민과 전문가 조사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는 경향을 나타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강화 경계해야"
최진순 교수는 "열독률 조사에서 전문가 표본은 플랫폼(네이버·유튜브) 비중이 높고, 일반 국민 표본은 방송 3사(MBC·JTBC·SBS) 쏠림이 강하다"며 "의제 소비의 첫 관문이 플랫폼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시각이 나타났고, 일반 국민은 '방송 3강'이 뚜렷한데 이는 정기적 뉴스 소비가 '방송형 영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비상계엄을 거치며 정파적으로 자기 입장에 맞는 매체만 소비하면서 반대 성향의 매체에 체계적 불신이 누적됐을 수 있다"며 "플랫폼이 '비슷한 생각 묶음'을 증폭시켜 상호 검증보다 정체성 강화형 콘텐츠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강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7일부터 7월25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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