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솔 가수 박인수 별세···‘봄비’ 등 히트곡 남기고 하늘로

‘한국 최초의 솔(Soul) 가수’ 박인수가 18일 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1947년 평북 길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중 어머니와 피란길에 올랐다가 고아가 됐다. 미군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12세 때 입양된 후 뉴욕 할렘가를 전전하다 1960년대 귀국했다. 뉴욕 할렘가에서 접한 흑인 음악이 그의 음악세계의 뿌리였다. 특히 쥐어짜는 듯한 독특한 창법을 앞세워 미8군 클럽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룹 퀘션스의 객원 보컬로 참여하면서 신중현 사단에 합류했다.
대표곡은 1970년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봄비’다. 신중현 밴드 덩키스의 메인보컬 이정화가 1967년 먼저 발표했으나 히트하지 못했던 이 노래는 박인수의 목소리를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봄비는 김추자·인순이·하현우 등 여러 가수들이 최근까지 리메이크했을 정도로,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 됐다.
‘나팔바지’ ‘꽃과 나비’ ‘펑크 브로드웨이’ 등도 그의 히트곡이다. 특히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는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노래로 화제를 모았고, 노래가 인기를 끌며 1983년 어머니와 극적으로 재회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준비된 만남>에 이르기까지 음반 20여장을 발표했다.
고인은 1970년대 중반 대마초 파동에 휘말리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저혈당과 파킨슨병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2002년에는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단기기억상실증을 앓았다. 동료 가수들이 그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그해 7월 ‘리멤버 박인수’ 공연도 열었다.
고인은 2012년 4월 KBS <인간극장>을 통해 근황과 투병 사실이 알려져 재조명받았다. 1970년대 이혼했던 아내 곽복화씨와 37년만에 재결합한 사실도 화제를 모았다. 이후 건강이 회복돼 2012년 6월 서울 마포구 재즈클럽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무대에도 올랐다. 그는 당시 “이곳 무대까지 오는 게 다소 힘들었지만, 무대에만 서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고인은 그러나 최근 몇년간 알츠하이머 등을 앓는 등 건강이 악화하면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투병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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