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기 치매환자, 탄노 토모후미 “스스로 할 기회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김성호 2025. 8. 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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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경증 초로기 치매환자 일자리 지원방안’ 토론회
초로기 치매 환자 탄노 토모후미 “자립은 도움받으며 스스로 하는 것”

12년 전 39세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일본인 탄노 토모후미씨가 14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대강당에서 강연 중이다. 2025.8.14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치매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세요.”

지난 14일 오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대강당 마리아홀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인 탄노 토모후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치매 당사자가 실패하면서도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고, 또 주변 사람들은 그가 실패해도 화내지 않고, 환자 마음을 안정시키고 치매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매 환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립하려는 마음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전 서른아홉 나이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초로기 치매 환자다. 치매 진단을 받기 5년 전부터 기억력이 나빠져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손님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나빠졌다. 메모만으로는 극복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검사를 받고 병명을 알게 됐다. 그가 다니던 직장은 그를 영업직에서 사무직으로 업무를 변경해줬다. 노트에 자신의 하루 일과와 모든 업무를 기록했는데, 그 노트는 다른 직원들도 활용하는 업무 매뉴얼이 됐다. 최근 일을 그만두고 현재는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한 강연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광역치매센터가 주최한 ‘경증 초로기 치매환자 일자리 지원방안 정책제안 토론회’였다. 주최측은 그를 강연자로 초대해 65세 이하 경증 초로기 치매 환자를 위한 ‘일’ 그리고 ‘사회참여의 가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부탁했다. 중증이 아닌 젊은 경증 치매환자의 사회 참여와 일자리에 관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대강당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는데, 놀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등 그의 이야기에 공감한 듯 보였다.

기본적으로 치매 당사자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걱정이 많다.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되는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12년 전 39세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일본인 탄노 토모후미씨가 14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대강당에서 강연 중이다. 2025.8.14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탄노씨는 “중요한 것은 치매 환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립하려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치매 진단 직후부터 ‘틀릴 테니까’라며 모든 것을 대신해주면, 스스로 궁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자립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며 “‘자립은 스스로 뭐든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며 “‘도움받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 진정한 자립”이라고 했다.

모든 치매 환자를 ‘돌봄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는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는 사람들도 시력이 0.7, 0.1, 0.01 등 사람마다 다르고,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안경을 쓴다”면서 “그런 사람들을 한데 묶어 시력 0.01인 사람에게 맞는 강한 도수의 안경을 모두에게 씌우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점점 증상이 심해질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일이 치매 당사자들에게 흔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초기 치매임에도 중증과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며 한데 묶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치매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고, 여러 단계가 있으며, 환경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물론 치매가 진행이 돼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돌봄이 필요하고 중요하며 돌보는 사람에게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초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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