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손잡고 정치인 영향력 1위…미래권력으로 떠오른 김민석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김 총리 지목률, 단기간에 40% 육박…李 이을 차기 권력으로 존재감 과시
‘센’ 여당 대표 정청래, 박찬대 제치고 2위…한동훈, 野 정치인 중 ‘나홀로 톱5’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를 읽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6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권력 지형은 극적으로 변했다. 그 한가운데 새롭게 떠오른 인물이 김민석 국무총리다. 시사저널이 올해 실시한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의 정치인·행정관료 부문에서 김 총리는 40%에 육박하는 지목률로 1위를 차지했다.

청문회 논란 뚫고 첫 총리로 영향력 정점
1996년 당시 32세 나이로 15대 총선에서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사상 첫 '86세대' 총리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대통령의 오른팔로 급부상했다. 등장은 화려했지만, 논란도 곧장 뒤따랐다.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재산 증식, 자녀 특혜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고, 사상 초유로 증인 없이 치러진 인사청문회에서는 '부실 검증'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김 총리 임명을 단독 강행하면서 여야 협치라는 새 정부 과제를 출발선부터 흔들리게 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행정부 2인자로 내각을 이끌게 된 그에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각종 개혁 과제부터 한미 외교 현안, 의·정 관계까지 김 총리의 어깨는 무겁다. 최근 총리실의 주요 인적 진용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향후 당·정·대 시너지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김 총리는 이번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일반 국민 39.2%의 지목을 받고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 조사(37.2%)보다 2%포인트 높은 수치다. 2022년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행정관료 항목으로 통합해 조사를 실시한 이래 현직 국무총리가 1위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간 조사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했던 그가 이재명 대통령이 3년 연속 차지해온 영향력 1위 타이틀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 총리의 높아진 체급은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조사에서도 일반 국민 13.2%의 지목을 받아 이재명 대통령(87%),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3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묻는 조사에서도 김혜경 여사(29.2%)를 제치고 일반 국민(37%), 전문가(25.6%)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4선 의원이자 친명계 핵심으로 이 대통령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오던 그가 현 정부 들어 얼마나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뜨거운 관심에는 뜨거운 논쟁과 논란도 뒤따른다. 김 총리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현재까지도 이재명 정부의 인사 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보 내정 직후 도마에 오른 재산·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소명을 약속했지만, 증인 없이 부실하게 진행된 청문회가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되면서 도덕성과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이후 다른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김 총리가 보였던 모습이 유사하게 연출되자 이재명 정부 인사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모양새가 됐다.
임기 시작 이후부터는 '당·정·대 원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급상승한 영향력만큼이나 초대 국무총리로서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선 김 총리가 친명계 미래권력을 이끌 핵심 인물 중 하나이니만큼 향후 영향력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차기 권력으로서 김 총리가 가장 치고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청래 26.2%, 박찬대 20.6%…우원식도 선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 2위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국민 26.2%, 전문가 14.0%의 지목으로 지난해 10위에서 단숨에 여덟 계단을 올랐다. 선명성을 앞세운 민주당 최전방 공격수라는 그의 입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 공고해진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가 민주당 대표 선출 전인 지난달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의 현재 영향력은 이 숫자를 뛰어넘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1년짜리 짧은 당대표지만,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만큼 정 대표가 가진 권력은 막강하다. '야당 해산'을 기치로 내건 정 대표의 전투적 리더십이 임기가 진행될수록 정치권에 격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런 강경 행보가 차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까지 나아갈 경우 정 대표가 일으킬 당정의 지각변동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경우 정청래 대표는 그 바람을 타고 다시 2년 더 당대표를 거머쥘 수 있다. 그렇게 되면 3년 후 총선 공천권까지 거머쥔다는 게 이재명 정부를 관통하는 핵심 변수이자 키워드"라고 분석했다.
3위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차지했다. 일반 국민 20.6%, 전문가 9.8%의 지목을 받았다. 조사 기간 동안 정 대표와 박 의원이 민주당 당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대표 선거에서 정 대표에게 밀리면서 입지가 다소 애매해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내년 지방선거 출마 등이 향후 정치적 행보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위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국민 16.4%, 전문가 9.4%다. 22대 국회의 전반기 수장을 맡고 있는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과 국정 불확실성 속에서 보인 행보가 세간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며 몸값을 키우고 있다. 우 의장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8위에 오른 바 있다.
5위에는 일반 국민 12.4%, 전문가 5.2%의 지목을 받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올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3단계 추락했지만, 야권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5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패배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끝내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전열을 가다듬는 상황이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의 주요 변수로 '친한계' 표심이 떠오르고 있는 만큼 범보수진영에서 그의 영향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5위를 기록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9.8%)는 올해 6위를 기록했다. 7위에는 지난해 총선에서 '조국 돌풍'을 일으키며 3위를 기록했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7.8%)가 올랐다. 내란 수사의 중심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7.6%)과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놓고 격돌 중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7.6%)은 공동 8위를 기록했다. 10위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7.0%)이 올랐다.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7일부터 7월25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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