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에 영향력’ 김민석 총리, 영부인도 제치고 1위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변문우 기자 2025. 8.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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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李 호위무사’ 金 총리, 37.0%로 압도적 우위…김혜경 여사는 29.2%로 2위
박찬대 18.4%, 정청래 16.4%…트럼프 10.0%, 시진핑 6.2% 기록해 눈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를 읽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6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정은 여러 사람이 움직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부터 탄핵과 조기 대선까지 연이은 정국을 거치며 권력의 정점에 도달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 대통령은 국정 운영 과정에서 수많은 참모와 측근의 조언을 들으며 여느 때보다 의사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 정치의 역사를 보면,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왔다. 그렇다면 2025년 지금은 구체적으로 누가 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과 더불어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를 통해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특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조사도 함께 실시해 왔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권력의 정점인 현직 대통령과 그 주변을 바라보는 국민과 전문가들의 시각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는 영부인이었던 김건희 여사가 같은 조사에서 3년 연속 압도적 1위를 달성했다면,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실시된 올해 조사에선 다른 양상이 포착됐다.

국민은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김민석 국무총리를 선택했다. 지목률은 37.0%에 달했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김 총리는 지목률 25.6%로 역시 1위에 올랐다. 반면 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일반인 조사에서 29.2%, 전문가 조사에서 19.2%를 기록하며 각각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정치인이 영부인을 제치고 해당 조사에서 1위를 한 것은 4년 만이다.

ⓒ연합뉴스

'제2 전성기' 金 총리…영부인은 '조용한 내조'

특히 집권 초에는 대통령과 함께 최측근인 영부인을 향해서도 기대와 관심이 비교적 집중돼 왔던 만큼 이번 결과는 이례적으로 비친다. 앞서 문재인 정부 취임 1년 차였던 2017년에는 김정숙 여사가,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차였던 2022년에는 김건희 여사가 같은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65.0%의 지목률로 당시 2위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33.2%)를 두 배 가까이 앞서며 3년간 존재감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민심이 김 총리를 이 대통령의 핵심 키플레이어로 주목한 의미는 뭘까. 정치권에선 '최연소 국회의원' 타이틀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이후 18년간 야인 시절을 거치며 주목받지 못했던 김 총리가 '이재명의 복심(腹心)' 타이틀을 얻은 것을 계기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은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민석 표가 왜 이리 안 나오느냐"고 지원사격하며 자신의 의중인 '명심(明心)'이 김 총리에게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김 총리가 당내 실세 입지를 확고히 굳힌 계기는 지난해 8월 '계엄설' 시나리오를 처음 제기하면서다. 이후 이재명 정부의 초기 국정 비전을 준비한 집권플랜본부장을 맡은 것은 물론, 대선 국면에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이 대통령의 대선 압승에 기여했다. 자연스레 지지층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의 뒤를 이을 2인자"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물론 정치적 입지가 커진다는 것은 책임질 리스크도 함께 수반됨을 의미한다. 김 총리 역시 정권 교체 직후 진행된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사적 채무'와 '아빠 찬스' 등의 의혹으로 곤욕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김 총리는 여당의 압도적 '세(勢)'와 '명심'을 바탕으로 총리직에 올랐고 이후 이 대통령과의 소통 상황 등 일거수일투족을 SNS에 올리며 '일하는 총리' 이미지 각인에 나섰다.

앞으로도 그는 이 대통령 부재 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거나 이재명 정부의 외치(外治) 성과가 달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를 진두지휘하며 이 대통령과 불가분의 국정 운영 핵심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향후 이 대통령을 이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될 가능성도 크다.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두 번째로 큰 인물로 꼽힌 김혜경 여사는 비교적 '조용한 내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대선 정국에서도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는 대신 일부 지역이나 종교계 인사들과 물밑 접촉하며 후방 지원에 나섰다. 영부인이 된 후에는 수수한 옷차림으로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인천시 계양구 전통시장을 방문하거나 수해 지역 봉사에 비공개적으로 다녀오며 검소하고 절제된 활동 방식을 표출하는 모습이다. 각종 논란에 오르며 지난 정권의 부정적 이슈 제조기로 꼽혔던 김건희 여사와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박찬대·정청래 등 '李 2인자 경쟁' 치열

이 대통령의 대표 '호위무사'로 꼽히는 여권 핵심 인사들도 10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3위를 기록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일반 국민 조사와 전문가 조사에서 각각 지목률 18.4%와 10.2%를 얻었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해 5월 단독 입후보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후 대선 정국까지 이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정국 현안을 진두지휘해 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존재감을 부각시킨 바 있다.

'강성 스피커'를 강점으로 박 의원과 경쟁해 당대표에 오른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4위를 차지했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 16.4%를 얻으며 박 의원과 근소한 차로 접전을 펼쳤다. 정 대표는 이재명 당대표 1기 체제에서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또 22대 국회 개원 후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야권을 압박한 것은 물론,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아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대중은 계엄 사태부터 정권 교체까지 이어지는 정국에서 역할을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가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멘토로서 대선 정국에서 물밑 조력자 역할을 해온 데다, 이번 정부의 숙원 과제인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할 소임을 맡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일반 국민 조사에서 지목률 11.2%로 6위에 올랐다. 계엄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우원식 국회의장도 6.8%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 조사에선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4%·6위)과 이 대통령 측근으로 꼽혔던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3.2%·10위)도 거론됐다.

전임 대통령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조력자가 아닌 '숙적'으로서 이 대통령에게 21대 대선 패배의 아픔은 물론, 비상계엄 선포로 정권 교체 기회까지 선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일반 국민 조사에서 지목률 16.2%로 5위를 기록했다. 전문가 조사에선 9.0%로 4위까지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친 인물 9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일반 국민 조사에서 9.4%를 얻으며 8위에 등극했다.

이번 조사에 해외 유력 정치인들이 이름을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집권 초 국정 운영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 대통령에게 '관세 청구서'를 보내 첫 고비를 직면하게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반 국민 조사에서 10.0%를 얻으며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함께 G2(주요국) 패권국으로서 외교 관계의 핵심 축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6.2%로 10위를 기록했다.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7일부터 7월25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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