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주 40시간 유연 근무제

A주임은 주 40시간 유연근무제도를 시행하는 회사에 다닌다. 이 회사의 그라운드 룰은 단 1가지이다.
평일 필수 근무시간이 오전 10시~오후 3시이다. 직원들은 06시에 출근하여 3시 퇴근을 하거나, 10시에 출근해 7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직원 중에 금요일 출근하기 싫으면, 월~목 10시간 근무를 한다. 주 40시간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고 팀장들은 매우 힘들다. 필수 근무 시간이 있지만, 아침 인사와 미팅이 사라졌고, 4시 이후와 금요일은 대부분 팀원이 없다. 특히 금요일은 주 40시간 다 일했기 때문에 출근할 이유가 없다고 말도 없이 출근하지 않는 팀원으로 인해 애로사항이 많다.
CEO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 직원 대상으로 미국 대학의 은사를 금요일 초청하여 강의를 추진했다가 100명 임직원 중 10명도 참석하지 않아 낭패를 당했다.
회사는 시행한지 1년이 되지 않았고,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주 40시간 유연 근무제도를 폐지할 수 없었다. 인사부서는 업무 시간 강도를 높이기 위해 정해진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흡연, 스몰톡,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제한했다. 업무 시간에는 일의 강도를 높여 열심히 일하라는 의도였다. 점심 시간도 엄격하게 1시간으로 제한했다. 회사와 조금 멀리 떨어진 식당에서 식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무 시간에 지하 1층의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던 자유도 사라졌다. 직원들은 주 40시간을 철저히 지키면서, 40시간 내 업무에 집중하여 성과를 올리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은 기계가 아니고, 성과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주 업무를 하는 G팀에 미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의 발주 협의 미팅 요청이 있었다. 미팅 시간은 금요일 오후 5시, 월요일 아침 8시, 화요일 오후 5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담당자는 3일정 모두 자신의 주 40시간 운영 기준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거절하고, 월~목 10시에서 15시 이내 미팅을 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이 기업은 한국 기업 2곳에 동일한 메일을 보냈다. 경쟁사인 국내 기업은 3개의 일시 중 귀사가 가장 편리한 일시에 맞추겠다고 하며, 미팅 아젠더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을 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CEO는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지만, 자신이 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뒤였다.
주 40시간을 운영하는 많은 기업의 직원들의 생각은 동일하다.
주 40시간만 일하면 된다. 잘하면, 월요일 또는 금요일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주 40시간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근무하라는 CEO의 배려가 생산성과 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40시간이라는 시간이 목표가 되어버렸다.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도 40시간만 일하면 언제든지 퇴근할 수 있다는 제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직원들의 예측할 수 없는 시간관리로 부서장의 고심은 깊어만 간다.
그라운드 룰 운영과 근무는 철저해야 한다.
주 40시간은 4일 1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자신이 원하는 하루를 쉬거나, 특정 일 무리하게 일하고, 원하는 날은 2~3시간 일하고 퇴근하는 제도가 아니다. 평일 그라운드 룰이 있다면, 평일 지켜야 할 시간은 100% 지켜져야 한다. 룰 따로 운영 따로 진행되면 곤란하다. 주 40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닌 일의 성과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30분만 더하면 1년 추진했던 일이 마무리 되는데, 주 40시간 되었다고 퇴근하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상대 회사와 미팅 중인데, 주 40시간 되었다고 미팅 중에 퇴근하겠는가? 극단의 예시라고 하지만, 실제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왜 주 40시간 근무했는데, 더 일하라고 하냐 강하게 불만스럽게 질문하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월~금 근무이며, 업무 필수 시간은 10시~15시로 명확하게 정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직원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자라온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행동의 다름이 있다.
직장인으로 회사에 출근했으면 직장인이 가져야 할 직업 윤리가 있고, 역할에 따른 책임과 권리가 있다. 자신의 책임은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든 경영자는 직원들이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일을 하여 성과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근무 환경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근무 형태도 틀에 구속되지 않고 조금은 유연하게 한다. 상명하복의 위계가 아닌 한 명의 성인으로 인격을 존중하며 수평적 관계 속 일을 하도록 제도를 수립하고 실행을 강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직원들을 놀면서 월급을 받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보다 생산성을 높여 성과를 더 창출하려는 것이다.
주 40시간 근무는 당연한 것이다. 월~금 근무, 9시 출근~6시 퇴근이 고정되어 그 누구도 다른 시간의 운용을 생각하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다. 모두가 9시~6시 근무이기 때문에 불만도 없었다. 틀이 깨어지고 앞서 나가는 기업들이 있었다. 업무 집중 시간만 정하고 출퇴근 시간의 벽을 허물어 버렸다. 근무 시간 뿐 아니라 복장, 직급체계, 일하는 방식 등 많은 부분 자율이 강조되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감사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성숙도이다. 자신이 인정과 존중 받으며 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혜택이 지속되고 더 좋아지도록 성과를 내야 하지 않을까? 망해가는 기업 아니 망한 기업에 더 편안하고 안정적이며 유연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실행하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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