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매엔 4가지 진행 경로…우울·뇌병증·인지장애·심혈관 질환
전체 26%에서 일관된 순서 확인
뇌병증 경로, 진행속도 가장 빨라
심혈관 질환 경로는 합병증 최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은 심혈관 질환에서부터 당뇨병, 청력 장애,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신체와 정신 양쪽에 걸쳐 다양하다.
전 세계 치매 전문가들로 구성된 치매랜싯위원회는 지난해 중년기의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노년기의 백내장을 추가해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치매 예방, 개입 및 치료’ 보고서에서 중년기의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백내장 등에 의한 노년기 시력 손실을 추가해 주요 위험 요인으로 14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이들 위험 요인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단계에서 어떤 순서로 나타나고 공존하면서 발병에 관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은 진행성 신경 질환이기 때문에 병이 진행되는 경로는 적절한 예방과 관리, 치료법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이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각각의 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의 관계에만 집중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 2만4473명의 2012~2024년 건강 기록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경로와 진행 순서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 발표했다.

뇌병증 경로, 진단~사망 기간 가장 짧아
연구진이 발견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경로는 네가지다. 첫째는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정신 건강 경로다. 둘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 기능이 악화되는 뇌병증 경로다. 셋째는 점진적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경도 인지 장애 경로다. 마지막 넷째는 심혈관 질환 경로다.
연구진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각 경로에서 건강 문제가 나타나서 지속되는 기간과 순서를 표준화한 뒤, 환자간에 일치하는 흐름을 가려냈다.
정신 건강 경로에선 불안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그 뒤를 이어 우울증이 나타나다 결국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행 질환으로는 고혈압, 심방세동, 지질단백질 대사 장애, 제2형 당뇨병, 불안 장애 등이 있었다. 여성한테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다.
뇌병증 경로에선 급성 신부전에서 기타 뇌 질환을 거쳐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였다. 선행 질환으로는 고혈압, 기타 뇌혈관 질환, 비뇨기계 질환 및 전립선 비대증이 있었다. 진행 속도가 평균 2.7년으로 가장 빨랐고, 진단에서 사망까지의 기간도 가장 짧았다. 가장 공격적인 진행 경로인 셈이다.
경도 인지 장애 경로에선 주목할 만한 진행 순서로 ‘기타 신경계 퇴행성 질환→혈관성 치매 → 알츠하이머병’,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 → 기타 신경계 퇴행성 질환 → 알츠하이머병’이 꼽혔다. 선행 질환으론 일과성 뇌허혈 발작, 폐경기 장애, 남성 발기 부전, 눈꺼풀/눈물샘 계통 질환 등이 있었다.
심혈관 질환 경로에선 고혈압이나 관절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선행 질환으론 관절 장애, 연조직 장애, 등 통증 등이 있었다. 진행 속도는 평균 8.4년으로 가장 느렸지만 합병증은 가장 많은 경로다.

첫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3.5년
연구진은 질병 궤적 중 약 26%가 일관된 진행 순서, 즉 잠재적 인과 관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예컨대 고혈압은 종종 우울증에 선행해 나타나고, 이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증가시켰다. 뇌병증 경로에서 일관된 순서로 진행되는 비율이 43%로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그러나 “4개 경로에서 확인한 구체적인 진행 궤적은 수천개에 이르고 각 궤적의 진행 속도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수준도 달랐다”며 “이는 알츠하이머병으로 가는 길이 매우 복잡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다른 알츠하이머병 환자 8512명의 건강 기록을 이용한 검증 작업에서 다단계 궤적이 단일 질환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 제1저자인 밍저우 푸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다단계 궤적이 단일 질환보다 알츠하이머병의 더 큰 위험 요인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러한 경로를 이해하면 조기 발견 및 예방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티모시 창 교수(신경과)는 “각각의 질환을 분리해서 진단하는 대신 이런 순차적 흐름을 파악하면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최근 국제노인정신의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 치매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3.5년이다. 65살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 발병 치매의 경우에는 진단까지 기간이 4.1년으로 더 길다.
*논문 정보
Identifying common disease trajectories of Alzheimer’s disease with electronic health records.
https://doi.org/10.1016/j.ebiom.2025.105831
Time to Diagnosis in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https://doi.org/10.1002/gps.70129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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