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17년만에 등장한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 속 에너지 키워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공급망 재편과 통상 질서의 급격한 변화, 첨단기술 경쟁에 따른 산업대전환,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전환의 복합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 기술을 육성하여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에너지고속도로를 비롯한 에너지전환의 속도를 높여 미래를 앞장서 열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문화도 더욱 갈고 닦아 소프트파워로 세계를 선도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처음 맞는 광복절에서 에너지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0년,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기후'라는 키워드가 등장했지만, 재해재난의 대비와 복구가 주된 내용이었죠. 에너지가 강조된 것은 임기 마지막 광복절이었던 2021년의 경축사에서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인 사회·경제적 대전환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우리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써 “선도적으로 저탄소 경제 전환을 추진해갈 것”이라 밝혔습니다.
에너지가 강조된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를 찾으려면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8년, 제63주년 광복절 경축사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지금 우리 경제는 에너지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60년의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세계 5위, 반도체 1위, 조선 1위 이렇게 기술국가로 성장했다”며 “이 녹색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내겠다”면서 말이죠. 이를 위해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총력투자'를 통해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2050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독립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만금을 비롯해 국토 곳곳이 태양과 바람, 꽃과 바다 에너지가 만개하는 신천지가 될 것”, “비록 탄소시대에는 뒤졌지만 다가올 수소시대에는 앞서 나가야 한다”는 발언 등으로 재생에너지와 수소는 핵심 방법론으로 꼽혔고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의 발언이 현실로 옮겨지려면 결국 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공감대'나 '기후변화 인식', 또는 '기후 감수성'과 같은 정성적 요소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국가의 예산이든, 기금이든, 민간의 금융이든… 변화를 가능케 할 동력원이 없다면 기술의 개발도, 개발한 기술의 확산도 모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력부문의 경우, 이젠 익히 알려진 구분인 '무탄소 전력'과 '화석연료 전력'으로 나누어집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나 암모니아 등 수소 파생물,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그리고 송배전망 등은 대표적인 청정에너지 투자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기존 화석연료 전력과의 '교집합'으로 CCUS가결합된 석탄 또는 천연가스, 바이오나 폐기물 등을 태워 발전기를 돌리는 화력발전류도 '저탄소 전력'이라는 이름으로 '범 청정에너지'에 속하는 것으로 구분됐습니다.
최종소비부문의 경우, 크게는 건물과 산업, 수송 등으로 나뉩니다. 건물의 '레트로 핏',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재개발 등을 통해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이나 건물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최종 사용 형태를 전기로 바꾸는 전기화, 건물 스스로 발전설비의 역할을 겸해 에너지의 프로슈머로 거듭나는 것 등이 건물 분야의 주요 투자 내용입니다. 산업의 경우, 우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나 기타 탈탄소 기술을 도입하며, 건물과 마찬가지로 최종 사용 에너지의 전기화를 이끄는 것이 주효한 방법이고요. 수송의 경우, 마찬가지로 기존 화석연료 이용 운송수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배터리 전기차) 등 자동차의 전기화 등이 주요 수단으로 꼽힙니다. 사실상 최종소비부문에 대한 투자를 '범 청정에너지 투자'로 보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연료공급부문은 화석연료, 저탄소 연료, 옥외 CCUS 시설 및 기타 인프라 등이 주요 투자 분야입니다.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전통적인 생산 및 유통 과정은 대표적인 화석연료 투자로 꼽힙니다. 이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플레어링 감소나 CCUS, 전기화, 메탄 저감 등의 노력은 화석연료와 저탄소 연료의 교집합에 해당합니다. 수소 그 자체를 비롯해 암모니아 등 그 파생물을 생산하거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 CCUS를 접목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저탄소 연료 투자로 구분되죠. IEA는 최근 국내외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R&D가 활성화된 옥외에서의 직접 공기 포집 방식의 CCUS나 CCUS를 위한 제반 시설 등도 연료공급부문 투자로 구분했습니다.
이렇게 구분한 결과, 지난 연재에서 소개해드렸듯, 올해 전 세계 에너지 투자의 65%가 청정에너지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10년 전과 지금, 이 투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번엔 주요 지역별로 그 변화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총액 기준으로 봤을 때, 중국(2015년 5,352.7억달러, 2025년 8,850.9억달러)-미국(2015년 5,147억달러, 2025년 5,884.6억달러)-EU(2015년 2,135억달러, 2025년 4,184.5억달러) 순으로 그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중국은 과거 미국과 비슷한 수준을 투자했던 것과 달리, 10년 후엔 그 규모를 무려 65.4% 늘리며 다른 국가나 지역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격차를 더 벌렸습니다.
이미 2015년, 중국이 무탄소 발전에 투자한 액수(1,233억달러)는 당시뿐 아니라 올해 한국과 일본의 전체 에너지부문 투자 규모보다도 많았는데, 이젠 무탄소 발전에만 3,51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올해 EU의 전체 에너지부문 투자에 육박할 정도로 확대된 겁니다. 무탄소 발전은 10년새 184.7% 투자가 늘고, 청정에너지 공급 투자는 무려 618.7% 늘어난 사이,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투자는 24.3%, 화석연료 공급에 대한 투자는 16.8% 늘어나는 데에 그쳤습니다. 급증하는 자국내 에너지 수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최대한 억제한 겁니다.
미국의 경우, 10년의 세월 중국과의 투자 규모 격차는 벌어졌다곤 하더라도 에너지부문 투자의 '체질 개선'엔 분명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2015년, 전체 에너지부문 투자에서 58.7%를 차지했던 화석연료가 2025년엔 31.9%로 그 비중을 크게 줄인 것이죠. '그래도 한 해에 한국과 일본이 전체 에너지부문에 퍼붓는 투자 규모보다 더 큰 금액을 화석연료에 여전히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올지 모르나, 미국은 '화석연료 투자'에 대한 입장이 위의 국가들 가운데 홀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Oil & Gas 생산국이기 때문입니다. '탈 화석연료'를 향하는 에너지전환의 신(Scene)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각종 로비나 화석연료와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유권자들의 수를 따져보더라도, 미국의 에너지전환 제반 환경은 위의 국가들 중 가장 열악하다고 봐야 할 정돕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10년의 세월 사이 화석연료 공급과 화석연료 발전 분야 투자를 각각 37.8%, 39.5% 줄였고, 무탄소 발전에 대한 투자 규모는704억달러에서1,164억달러로 65% 넘게 늘렸습니다. 더불어 청정전력의 확산뿐 아니라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필수인 '그리드 및 저장'에 대한 투자는 2015년 612.6억달러에서 2025년 1,354.3억달러로 121%나 증가했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청정에너지 공급 투자 또한 15.2억달러에서 87.3억달러로 무려 474%나 키웠고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확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유럽의 경우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2010년, 프랑스의 태양광 LCOE는 44.7센트/kWh, 독일은 42.4센트/kWh로, 당시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지속적인 확산을 통해 비용절감이라는 선순환에 돌입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독일 5.9센트/kWh, 프랑스 7.1센트/kWh까지, 타 발전원 대비 압도적 경쟁력을 갖는 수준으로 저렴해졌죠.
우리는 여전히 재생에너지에 대해 '비싸서 못 한다'고 이야기하고, 그에 설득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안 해서 비싸다'라고 설명해야 하는 숫자입니다. 이들 국가 또는 지역들보다 에너지부문투자규모가 미미했던 한국과 일본의 경우, LCOE의 감소폭도 작았습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한국이 일본보다는 나았다'는 점 뿐입니다. 2011년 한국의 태양광 LCOE는 53.2센트/kWh, 일본은 50.2센트/kWh로 높았습니다. 15년의 세월 동안 한국은 이를 최저 6.3센트/kWh(2021년)까지 낮췄고, 이후 소폭의 반등을 거쳐 지난해 8.4센트/kWh를 기록했고, 일본은 최저 10센트/kWh(2021~2022년)까지 이를 떨어뜨렸다 지난해 12센트/kWh의 LCOE를 기록했습니다.
풍력발전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해상풍력의 경우, 한국은 다른 나라와 LCOE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그 수 자체가 매우 적기에 육상풍력의 LCOE를 살펴봤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이를 각각 2.9센트/kWh, 3.9센트/kWh까지 떨어뜨렸습니다. 독일에선 2010년 15.6센트/kWh였던 LCOE가 2024년 4.7센트/kWh까지 낮아졌고, 프랑스에서도 같은 기간 14.8센트/kWh에서 6센트/kWh로 저렴해졌습니다. 여기서도 '더딘 에너지전환'을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약세는 두드러집니다. 한국의 육상풍력 발전단가는 2010년 14.1센트/kWh로, 이때만 하더라도 일본(18.7센트/kWh)은 물론이거니와 프랑스나 독일보다도 저렴했습니다. 두산을 비롯해 국내 굴지의 중공업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풍력터빈을 만들며 산업에 뛰어들었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확산이 더뎌지면서 하나둘 사업을 접었고, 그 결과 2024년 육상풍력 LCOE는 8.9센트/kWh 정도로 줄어드는 데에 그쳤습니다. '비싸서 못 한다'가 아닌, '안 해서 비싸다'고 설명되는 것은 태양광 LCOE와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 호주 및 뉴질랜드 등 아태 주요 선진국들의 공공 R&D 투자 규모는 그때나 지금이나 30~40억달러 선에 머물고 있고요. 이 기간, 민간에서 이뤄진 에너지 R&D 투자 규모는 49% 증가했습니다. 정부 또는 국가 차원의 R&D 투자는 민간의 안정적인 R&D 투자를 이끄는 마중물이기도 합니다. 첨단이자 청정에너지 기술의 R&D를 선도하고, 그런 기관이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고요. 정부의 실질적인 에너지 R&D 투자 확대 없는 선언에 민간이 '움찔'할 때는 이제 지났습니다. 너무도 많은 공염불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럼, 이러한 에너지부문 투자의 변화로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다음 주 연재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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