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변호사의 인테그리티

나유신 법률사무소 우림 대표변호사 2025. 8. 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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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사관후보생(ROTC) 복무를 마치고 나는 보험설계사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세일즈의 개념도 모르던 녀석이 영업이라는 전쟁터의 최전선이라는 보험영업에 겁 없이 뛰어든 것이다.

변호사법상 법무법인은 지역 제한 없이 '분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는데, 이를 교묘히 활용해 전국에 사무소를 두고 '대형 로펌'인양 잠재 고객의 착각을 유발하는 것이다.

실상은 개별 변호사 한 명이 처리하면서도 마치 여러 변호사가 머리를 맞대어 내 사건을 수행해줄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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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행동의 일치'절실한 덕목인데
돈벌이 급급해 의뢰인의 삶 망가뜨려

학군사관후보생(ROTC) 복무를 마치고 나는 보험설계사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세일즈의 개념도 모르던 녀석이 영업이라는 전쟁터의 최전선이라는 보험영업에 겁 없이 뛰어든 것이다. 그런 무모한 도전의 이전투구 속에서 지그 지글러의 책 <세일즈 클로징>을 만났다.

여러 가지 세일즈 원칙과 기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한, 세일즈맨들의 바이블 같은 책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인테그리티의 원칙'을 강조한다. 특히, 지그 지글러는 "정보를 생략하는 것은 거짓말이나 다름없다"라고 천명한다. 당시엔 그저 영업 기법의 하나로 여겼지만 최근 그 말의 무게를 새삼 느낀다.

인테그리티는 라틴어 '인테게르(integer)'에서 온 말로, '훼손되지 않은 온전함'을 뜻한다. 정직이나 성실의 차원을 넘어 한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 말과 행동이 나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 완전한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덕목은 비단 세일즈맨뿐 아니라 변호사에게 더 절실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대체로 많은 변호사가 이 덕목을 지키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법조계에는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영업이 횡행하고 있다. 변호사법상 법무법인은 지역 제한 없이 '분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는데, 이를 교묘히 활용해 전국에 사무소를 두고 '대형 로펌'인양 잠재 고객의 착각을 유발하는 것이다. 실상은 개별 변호사 한 명이 처리하면서도 마치 여러 변호사가 머리를 맞대어 내 사건을 수행해줄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치열한 온라인 광고 경쟁에 있다. 창원 지역만 봐도 클릭 한 번에 수만 원에서 십만 원까지 치솟는 광고비 전쟁이 벌어진다. 월 광고비만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호가한다. 광고비 경쟁이 치열하니 차라리 그 광고비 중 일부로 전관변호사를 영입하고, 이를 다시 광고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 모든 비용을 회수하려면 고액 수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네트워크 로펌의 조직 구조다. 상담을 전담하는 변호사는 수임을 위해 "무조건 된다"는 식의 달콤한 약속을 남발한다. 자신은 실제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니 부담이 없고, 정작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는 사건 결과에 부담이 없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다. 된다는 말을 믿고 선임했던 의뢰인만 혼란스럽다.

유죄가 명백한 사건에서 "무조건 무죄를 받아주겠다"며 억 단위 착수금을 받고도 결국 유죄가 확정된 사례, 고액의 보수를 지급할 형편이 안 되는 의뢰인에게 "수사단계까지만 맡겠다. 재판은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면 된다"며 중간에 손을 털어버리는 사례, 초기에 합의를 추진했다면 집행유예로도 충분히 마무리될 수 있었을 것을, 변호사보수의 절반이면 충분히 마련했을 합의금을, 더 큰 보수를 받고자 무리한 무죄 주장으로 사건 당사자는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례 등등.

'나도 저렇게 해서 돈이나 왕창 벌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그 지글러의 말을 되새긴다. "정보를 감추거나 과장하는 것은 거짓말과 다르지 않다"고. "세일즈맨들이 소비자들에게 부풀려진 가격으로 저급 상품을 파는 사기행위를 계속하면 결국 세일즈란 직업에 대한 권위와 신뢰가 실추된다"고. 인테그리티가 없는 변호사에게 진정한 생명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의뢰인의 절실한 삶이 망가지는 게 가장 아픈 지점이다.

/나유신 법률사무소 우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