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미들의 롤모델이 개미들을 잡아먹었다... '수급단타왕' 고객돈 털어 대회 수익률 올려

김태현 기자 2025. 8. 1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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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강연장에서 투자 비법을 전수하던 유명 투자자가 실제로는 고객들의 돈으로 불법 시세조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개미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던 ‘수급단타왕’의 화려한 수익률 뒤에는 ‘고객 60억 원 손실’이라는 진실이 숨어있었다.

[우먼센스] '개미들의 롤모델'로 추앙받으며 각종 투자 강연과 방송에 출연했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던 '수급단타왕' K 씨가 고객 투자금을 무단으로 유용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독학으로 주식을 공부해 '월 1억 원 수익'을 올리는 전설적인 개인투자자로 알려졌던 그가 저지른 불법 행위의 전말은 충격적이다. K 씨는 2019년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라이온투자자문(현 타워투자자문)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약 150억 원의 자금을 운용했다.

문제는 2019년 3월 K 씨가 참가한 한 언론사 주최 실전투자대회에서 시작됐다. 투자원금 5000만 원으로 누적손실률이 20%에 이르면 중도 탈락하는 규정이 있었다. 당시 라이온투자자문은 3월 27일 전까지 누적수익률이 -15.89%를 기록, 탈락 기준인 -20%에 근접한 위기의 상황이었다. 이 대회 우승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K 씨는 불법적인 방법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15.89% 수익률, 탈락 위기에 몰린 전설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 결과, K 씨는 탈락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회 계좌, 가족 명의 계좌, 회사 법인계좌로 특정 주식을 매수했다. 이후 고객들의 투자일임 계좌 약 53개를 동원해 해당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당시 대회를 지켜보던 관전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K 씨의 의심스러운 매매 패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대회를 지켜본 한 투자자는 "라이온팀이 물려있거나 오후에 매수한 종목들이 희한하게도 장 마감 직전에 갑자기 급등하더라"며 "마감 동시호가에서 2~3%씩 갭 상승하면서 끝나는 일이 반복됐다"고 증언했다. 복수의 관전자들은 K 씨의 보유 종목들에서 "특정 창구 2~3개를 통한 대량 매수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썸에이지, 해마로푸드서비스, 에프앤리퍼블릭, 뉴트리, 케이엠 등 수십 개 종목에서 동일한 패턴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K 씨는 고객 계좌 53개, 법인 계좌 2개, 가족 계좌 3개, 대회 계좌 1개 등 총 59개 계좌를 동원해 체계적인 시세조종을 벌였다. 구체적으로 대유위니아, 크린앤사이언스, 케이엠 등 3개 종목에 대해 고가매수 2149회, 종가관여 516회, 시가관여 5회, 허수매수 1387회, 호가공백 11회, 물량소진 1086회 등 총 5154회에 걸쳐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했다. 이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검찰이 인정한 부당이득만 4652만 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3개 종목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를 포착했지만,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불법 행위는 약 20개에 달하는 종목에서 동일한 패턴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58개 계좌 동원한 치밀한 계획

구체적인 조작 사례를 보면, 케이엠 종목에서 K 씨는 2019년 3월 27일과 28일 양일간 대회계좌로 주당 1만 500원에 총 1668주를 매수했다. 매수 이후 고객계좌를 이용해 1만 400원부터 1만 700원까지 순차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시세가 오르자 K 씨는 자신의 대회계좌 보유 주식 전량을 1만 800원에 매도해 수익을 실현했다. 

반면, 주가 부양에 동원된 고객 계좌는 그대로 방치됐고, 결국 6월 3일에야 큰 손실을 본 채로 손절매 처리됐다. 이러한 방식은 케이엠뿐만 아니라 썸에이지, 마니커, 팜스토리, 신일산업 등 여러 종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고객들의 피해 규모다. 2019년 5월 말 144억 원에 달했던 고객 투자일임 계약금 총액은 불과 한 달 만인 6월 말 평가금액 기준으로 67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피해자들은 "당시 11명의 고객이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대회 기간 동안 발생한 고객들의 총 손실액이 60억 원에 육박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A 씨가 일임계약을 해지할 때 수익률. 사진=피해자 A 씨 제공 

시세조종을 통해 라이온투자자문은 극적으로 수익률을 개선해 한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37.96%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회 마감 전날 규정 위반이 확인되어 탈락 처분을 받으면서 모든 성과는 무효가 됐다. 대회 규정상 한 종목당 최대 40%까지만 보유할 수 있었지만, 라이온은 한 종목을 100% 보유하는 극단적인 매매를 보였고, 주최 측은 과도한 편입비율 위반을 이유로 경고 없이 즉시 실격 처리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라이온이 순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규정을 위반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K 씨가 얻으려 했던 '대회 우승'이라는 명예는 물거품이 됐고, 이미 고객들의 돈은 시세조종에 이용돼 막대한 손실을 입은 후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회에서의 탈락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객 자금을 무단으로 사용해 시세조종을 벌인 불법 행위"라며 "이는 단순한 대회 규정 위반을 넘어 명백한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고객들의 절망, 대회 수익률 위해 -60% 손실

K 씨에게 돈을 맡긴 피해자 A 씨는 "내 계좌는 -50% 이상 손실을 봤다, 전체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는 70억~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수급단타왕이 TV에도 나오고 책도 쓰고 해서 믿고 10억 원, 20억 원씩 맡긴 사람들도 있었다"며 "대회 수익률이 잘 나왔다고 자랑하더니 그 시기 우리 계좌는 완전히 망가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사건은 2019년 언론사 대회 당시 한 유저가 대회 게시판에 '수급단타왕 시세조작'이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본인은 회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라이온이 시세조작과 관련된 증거를 보유하고 있고, 공익제보 목적이다'라는 글을 올려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글에 따르면 수급단타왕이 주식을 매수하면 그 이후 자신의 일임계좌에서 동일 종목을 더 비싼 값에 사들이는 패턴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 글 때문인지 정확한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은 2020년 2월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수급단타왕과 L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두 공동대표는 거짓 진술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L 공동대표는 자신은 마케팅과 조직 관리만 전담했을 뿐, 투자 운용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 고수로 알려진 K 씨 운용능력과 명성에 기대어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고객재산, 고유재산 모두 K 씨가 운용했고 나는 경영관리업무만을 담당했다. 그런데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고유재산은 K 씨가 운영하고 고객들 투자일임재산은 내가 운용했다고 거짓 진술했다"고 실토했다. 

L 대표가 증선위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 사진=증선위 회의

L 공동대표는 거짓 증언 이유로 "투자일임재산과 고유재산운용에 있어서 정보차단 의무(차이니즈월) 위반으로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K 씨가 먼저 조사를 받았는데, K 씨가 라이센스가 없는 상태였고, 분리 운용을 하지 않은 점이 두려워 거짓 진술을 시작했으며 자신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수급단타왕 K 씨 역시 거짓 진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세조종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시세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종목들은 거래량이 급증하던 '미세먼지 테마주'였으며, 자신의 주문 수량은 하루 거래량의 2~3%에 불과해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고 항변했다. 또한 두 대표 모두 직무정지 3월의 처분을 사전 통지받았고, 이는 사실상 회사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행정처분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L 대표와 K 씨 의견을 듣고 난 뒤 금융감독원 조사기획 국장은 "고의이고 사회적 물의가 있는 경우에 고발하게 돼 있다. 주된 행위자가 금융투자업자 임원인 경우에는 사회적 물의에 해당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증선위는 만장일치로 고발 조치와 두 대표 직무정지를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러한 공방 끝에 2024년 8월 1심 재판이 열렸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K 씨에게 시세조종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000만 원과 추징금 4652만 원을 선고했다. 회사는 대량보유보고의무 위반도 적용돼 벌금 7000만 원이 부과됐다. 회사가 케이엠 주식을 5.23% 보유하게 됐음에도 5일 내 신고하지 않았고, 이후 1% 이상 변동 시에도 보고를 누락한 것도 처벌 사유가 됐다.

K 씨 측은 "미세먼지 테마주 급등 시기였고, 하루 거래량의 2~3%에 불과해 영향이 미미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시세조종 전후 주가가 횡보나 하락 추세였으나 조작 기간 중에만 급등했고, 단기간 매매로 제3요인 개입 여지가 적었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법원은 양형 이유에서 "시세조종으로 인한 부당이득액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시세조종 자체 이익보다는 투자대회 우수 성적을 위한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K 씨는 항소했지만 2025년 4월 서울고등법원 2심에서 K 씨 항소가 기각됐다. 재판부는 "시세조종행위는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해하는 중대범죄"라고 판시했다. 2025년 4월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해 상소했다. 형사 소송에 밝은 한 변호사는 "항소가 기각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여전히 '수급단타왕'으로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그는 2025년 5월 LS증권에서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주식 수급 분석을 통한 매매전략 강연'을 진행했으며, 언론에도 '개미들 롤모델'로 소개됐다. 그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를 통해 월 22만 원의 유료 구독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프리미엄 콘텐츠 이용약관 및 운영정책에 판매회원의 금지행위에 대해 명시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이용계약 해지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네이버 관계자는 "판매회원의 위법 및 부당한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이용제한이 가능하다. 정책을 위반하는 채널의 경우 해당 채널에 소명자료를 요청하는 등 프로세스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세조종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여전히 투자 전문가 행세를 하며 강연을 다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이런 전력을 숨기고 활동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화면 캡쳐

이번 사건을 두고 피해자들은 금융당국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금감원은 2020년 이미 고발 조치를 했지만, 회의록 등 문서가 '3년 비공개' 처분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 사이 K 씨는 계속해서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며 새로운 고객들을 모집할 수 있었다. 

한 투자 전문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이런 중대한 불법행위에 대해 더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며 "특히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들의 금융업 활동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미투자자들의 롤모델이었던 '수급단타왕'의 추락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화려한 수익률 뒤에 숨겨진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 한 피해자는 "우리가 믿었던 것은 그의 실력이었는데, 결국 우리 돈으로 자기 명예를 쌓았다는 게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아무리 유명한 투자 전문가라도 맹목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되며, 투자 결정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A 씨는 "금융당국은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감독과 처벌,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만약 수급단타왕이 재판 중인 것을 알았다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시세조종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렸을 것이다. 지금은 재판이 사실상 끝난 상태여서 할수 있는 게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우먼센스>는 수급단타왕 K 씨 측에 시세조종 사건과 현재 진행 중인 투자 활동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수급단타왕에게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여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 A 씨는 "형사재판에서는 3개 종목만 다뤘지만 실제로는 20여 개 종목에서 피해를 봤다"며 "제대로 된 손해 배상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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