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의 정치적이고 과도한 ‘친일 몰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광복 80주년 기념사에 대해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매국”이라며 정부에 김 관장 파면을 요구했다. 기념사 중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란 내용을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김 관장이) 헛소리를 지껄이며 항일 독립투쟁을 비하했다”며 “이런 자에게 국민 세금을 단 1원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관장의 기념사를 전부 읽으면 이런 비난이 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김 관장은 세계사적 시각과 더불어 “항일 독립전쟁의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도 3·1운동, 임시정부, 윤봉길 의거 등의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자주적 독립 투쟁을 앞세워야 할 독립기념관장의 기념사로선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도 “친일” “매국” “헛소리” 비난까지 들을 내용이 아니다. 선열의 독립 투쟁을 부정할 수 없듯이 연합국 승리로 해방된 결과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역사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번 일과 관계없는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까지 거론하면서 “뉴라이트 친일 및 역사 왜곡 세력은 하루빨리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다. 전 정부가 임명한 보수 성향 인사들에게 ‘친일’ 낙인을 찍어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학자나 민변 출신 법조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논쟁을 일으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또 광복절 경축식에서 조국과 윤미향 사면을 비판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 “친일 독재의 후예”라며 “국민의힘을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했다. 친일 몰이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한 문재인 정권을 답습하겠다는 것인가. 광복 8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일제 식민지 시절을 누렸던 세대들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국민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선 지 2년이 넘었다. 국민 882만명이 작년 일본을 방문했다. 23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일의 위상도, 세상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현실에서 친일, 매국 논란이 국민을 위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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