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투기 의전까지 준비했는데…점심도 안 먹고 헤어졌다
푸틴은 기자 질문에 ‘불쾌감’
2시간 반 만에 회담 일정 끝
외교문서 부실 관리 논란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알래스카에 내렸을 때 미국 측은 최신예 전투기를 띄우며 호화 의전을 선보였다. 그러나 끝내 휴전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미·러 정상은 예정보다 일찍 회담을 마쳤고 준비된 점심도 먹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전 10시20분쯤(현지시간) 정상회담 장소인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약 30분 뒤 푸틴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착륙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 그와 악수했다.
두 정상이 레드카펫 위를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전투기 다섯 대가 굉음을 내며 상공을 지나갔다.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한 대와 최신예 F-35 스텔스기 네 대였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몇초 안에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 했다”며 “비행 편대, 푸틴과의 악수, 레드카펫을 함께 걸어가는 장면은 철저히 준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무진에 함께 탑승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 국영 언론이 공개한 사진에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이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었다.
양국 정상이 연단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는 사이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자 푸틴 대통령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거나 눈을 찌푸리는 모습으로 반응했다. 그는 한 기자가 ‘민간인 학살을 멈출 것인가’라고 묻자 입꼬리를 올리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가리켰다. “안 들린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회담장 안으로 이동한 후에도 질문 공세가 쏟아지자 푸틴 대통령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 섰으나 푸틴 대통령이 8분, 트럼프 대통령이 4분간 발언했을 뿐 취재진 질문은 받지 않았다.
당초 양국은 이번 회담에 6~7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약 2시간 반 만에 끝났다.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양국 정상과 대표단 간 업무 오찬도 취소됐다. 미국은 오찬 메뉴로 안심 스테이크를 준비했지만 러시아 측은 이를 맛보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이 끝나고 회담장 인근 호텔의 공용 프린터에서 회담 계획을 정리한 미 국무부 문서가 발견돼 외교문서 부실 관리 논란이 일기도 했다. 8쪽 분량인 이 문서에는 회담 일정과 장소, 참석자 명단과 연락처, 식사 메뉴,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등이 적혀 있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해당 문서가 “점심 메뉴”를 나열한 것이라고 일축하며 공용 프린터에 이를 남겨둔 것이 보안 위반 사항은 아니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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