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형 스포츠클럽 출범 5년 진단] (하) 과제

조고운 2025. 8. 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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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학교 운동부를 지역형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한 경상남도교육청의 실험이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당초 취지는 퇴색하고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반면 울산·강원·광주 등 후발주자들은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토대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남이 ‘최초’라는 명성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1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부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1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부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전환 클럽 절반 재학생만 등록
타 학교 학생 수용 땐 갈등 반복
울산 등 타 지역, 선진형 기반 다져
“지자체-체육계 등 협업 나서고
‘즐기는 체육’ 방향성 고민해야”

◇선진형 운동부 모델 구축하는 타 지자체= 울산은 지난 2020년 야구 3개, 축구 7개 운동부를 비영리 법인인 ‘공공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고, 지역 체육회 산하 공동관리위원회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공동관리위원회는 축구와 야구 관계기관과 교육청, 체육회, 지역사회 전문가, 학부모 등 12명 내외로 구성하며, 클럽 공공성과 투명성을 위해 관리감독, 심사 평가를 맡는다. 교육청은 지도자 인건비를 포함해 연 9000만원을 10년간 지원하며 안정적인 전환을 이끌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타 종목 등에 대해서도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도 최근 지역 체육회와 협약을 맺고 운동부를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했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1대 1로 매칭 투자해 3년간 연 1억4400만원을 지원해 자립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광주와 전북은 학교운동부를 비영리 스포츠클럽 법인으로 전환해 교육청이 위탁 운영 중이다. 지도자의 행정 부담과 학부모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전히 학교 담장 밖 넘지 못한 경남= 경남은 여전히 학교 담장을 넘지 못한 채 ‘반쪽짜리 전환’에 머물러 있다.

도내 28개 지역형 스포츠클럽 가운데 절반이 넘는 중학교 지역형 스포츠클럽은 해당 학교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스포츠클럽은 해당 학교 학생만 선수 등록을 허용한다. 이러한 스포츠클럽의 경우 학교 구성원과의 갈등이 비교적 적어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지만, 과거 학교 운동부의 병폐를 해소하고 공부하는 운동부를 만든다는 당초 전환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도교육청은 다른 학교 학생들을 수용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학교 측과의 갈등, 소속감 결여, 선수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다.

실제 클럽·학교·교육청 간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해 학교 공간 재구조화 사업과 학교 통폐합 등의 과정에서 운동장 등 시설 사용 권한을 두고 학교와 스포츠클럽과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일선 지도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A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연계 학교 학생들로만 구성하려고 한다”며 “단체 스포츠의 경우 소속감이 생겨야 사명감도 생기고, 본교 학생들로 구성할 경우 학교 측에서도 더 우호적이기 때문에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없으면 이 체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B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은 “일반 스포츠클럽과 경쟁을 해야 하기에 정부의 공모사업 준비 등으로 운동장보다는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며 “운동 지도자로 사명감이나 보람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행정과 운영 부담은 지도자에게, 비용 부담은 학부모에게 가중되지만 울산 등과 같이 이를 조정하거나 관리하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C중학교 축구부 학부모 김모씨는 “아이들이 전학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해당 스포츠클럽에서 책임감 있게 아이를 제대로 육성해주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며 “타 지역 학교 운동부에 비해 돈은 더 많이 드는데, 아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말했다.

◇ 지속 가능한 구조 모색해야= 전문가들은 학교 운동부의 학생 선수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교 밖 스포츠클럽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교육청 단독으로는 예산과 운영 등에 한계가 뚜렷한 만큼 지역 체육계·지자체와 협업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학교 운동부에 대한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지 않으면 학생·지도자·학부모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혁기 경남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선진형 운동부 정책의 경우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목표로 추진됐는데, 여전히 학교 체육 현장에서는 성적 위주로 팀이 운영되고 진학이 결정되기 때문에 정책과 현장의 괴리가 크다. 학생들이 체육을 즐기도록 하자는 당초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선 소년체전 점수화 폐지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지역형스포츠클럽 운영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컨설팅 및 지원과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학교와 지역 생활체육 연계 프로그램 모델을 개발해 선진형 학교운동부 혁신을 정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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