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빠진 국정계획안…'실용 원전' 말뿐이었나

양승복 기자 2025. 8. 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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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확대만 담긴 새정부 5개년 계획…원전 언급 전무
글로벌 원전시장 개척 기대 컸던 경북 원전업계 '한숨'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연합
경북은 국내 원전 산업의 심장부다.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있고 월성·한울 원전이 가동 중이며, 수백 개 협력사와 수만 명의 인력이 원전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원자력발전'이 빠졌다.

이는 단순한 문구 생략을 넘어 지역 산업과 고용 전반에 불필요한 불안을 던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대전환'이라는 기조는 명확히 담겼지만,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SMR(소형모듈원전)조차 비켜간 채 문서에서 원전은 사라졌다.

경북 원전생태계는 이 누락을 단순한 문구 차원이 아닌 정부 의지의 부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원전시장이 '르네상스' 국면에 들어선 시점에서, 이번 발표는 산업계에 불필요한 불안 신호를 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경북은 수십 년간 원자로 부품·계측 장비·시공·연구개발을 맡아온 수백 개 협력업체가 포진해 있으며, 대학과 연구기관도 집약돼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에서 급선회하면서 지역 업계는 한숨 돌렸다. 실제로 2022년 대비 2023년 원자력 발전량 점유율은 27.4%에서 29.6%로 늘었고, 업계 매출도 3조 8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26조 원 규모로 수주하며 대구·경북 협력사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계획에서 원전이 빠지면서 "다시 뿌리째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 원전시장은 지금이 기회다. 미국은 원전 규제를 완화하고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추진한다. 유럽도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재분류하며 신규 건설에 나섰다. IAEA에 따르면 앞으로 15년 내 건설될 신규 원전은 88기에 달한다.

현재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한국 다섯 나라뿐이다. 그러나 러시아·중국은 지정학적 제약으로 묶여 있어, 사실상 한국에 '황금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국면에서 정부 계획에서조차 원전이 배제된 것은 해외 발주처에 '정책적 의지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수출 경쟁은 단순한 기술력만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에너지 전략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좌우한다.

경북의 원전 관련 고용 인력은 약 4만 명에 이른다. 기자재 기업 상당수는 원전 프로젝트 유무에 따라 수주와 매출이 직결된다. 원전산업이 흔들릴 경우 직접 고용뿐 아니라 협력업체·지역 상권·연구개발 인프라까지 도미노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차세대 SMR 기술 개발은 이미 포항·경주 연구진들이 참여 중이다. 정부 계획에 SMR이 명시되지 않은 것은 연구개발 투자 유치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풍력·태양광·수소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구상이다. 경북 북부에는 풍력 단지가, 포항에는 수소·배터리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어 일부 시너지는 기대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를 안고 있어, 안정적인 기저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원전과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역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대립 구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정부가 정책 균형점을 제시하지 않으면 지역 에너지 산업이 불균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기 전망으로 경북·대구 원전 업계는 정부 발표로 인해 해외 수주 활동에서 정책 불신 요인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 전망은 원전 르네상스 흐름을 놓칠 경우, 지역은 재생에너지 보조 역할에 머물며 산업경쟁력이 축소될 수 있다.

이번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원전이 빠진 것은 단순한 문구 누락이 아니다. 경북·대구에선 산업 생태계, 고용,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기회를 살릴지, 다시 놓칠지는 정부의 후속 조치와 지역의 대응 역량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