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기] 관광상품으로 활로 찾는 양주시

최재훈 2025. 8. 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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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상권 살리자” 기차여행 플랫폼 주사위 던져졌다

교외선 20년만에 재개통, 코레일과 체류형 관광지로
회암사지·계곡·숲속 미술관 등 다양한 경험 ‘시티투어’
태양 흑점 관찰하는 천문대·전통주 제조과정 견학도
객차안 공연 ‘별밤 열차’… 역사·예술·산업 융합 특색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지역 상권 살리기는 전국 어디서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상권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함께 침몰의 길로 갈 수밖에 없고 경기에 민감한 관광지라면 더하다. 양주시 장흥은 경기 북부 대표 ‘국민관광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이 악화되면서 노포들도 위기감을 호소할 정도다.

상인들의 힘만으론 위기 극복이 어렵자 양주시가 나섰다. 민선 8기 들어 역대 보기 드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장흥 상권이 흔들리면 양주 서부권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가 장흥 상권 살리기에 가장 공을 들인 사업은 교외선 재개통이다. 교외선 관광상품화 사업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장흥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 관광상품 개발 위해 전문기관과 손잡아

교외선 연계 시티투어 코스인 양주 송추계곡. 시티투어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한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양주시 제공


교외선은 올해 1월 운행이 중단된 지 20여년 만에 재개통했다. 양주에서는 장흥관광지 내 송추역, 장흥역, 일영역 3개역을 통과한다. 교외선을 이용하는 주요 목적이 과거에는 수송이었다면 현재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관광상품으로 주목받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철도라는 교통수단을 관광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행정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광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는 시대, 전문성과 경험 없이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시는 교외선 이용객을 겨냥한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본부와 코레일관광개발 등과 협력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들 기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외선과 지역 관광자원을 잇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교외선 관광상품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흥을 당일치기 관광코스가 아니라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시키는 데 있다.

이런 목적에서 처음 출시된 관광상품이 ‘교외선 연계 시티투어’다. 1시간 남짓 기차여행으로 서울 근교에서 다양한 여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중세 동아시아의 불교 선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절터부터 청정 계곡, 숲속 미술관, 전통주 빚는 마을,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천문대까지 그야말로 백화점식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 취향 따라 고르는 관광상품

교외선 관광코스로 인기가 많은 양주 장흥 기산저수지. /양주시 제공


요즘엔 가족, 연인, 친구끼리 근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과 공휴일을 보내려는 힐링 여행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편안한 여행을 위해 운전도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교외선 연계 시티투어는 바로 이런 여행객을 겨냥한다.

역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또 획일화된 여행이 아니라 계절이나 연령, 개인 취향에 따라 상품을 세분화해 여행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시 관계자는 “상품이 나오고 초반엔 반응이 미지근했지만 7월 들어서며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차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장흥에 머물며 주말을 보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 체험하는 여행

교외선 연계 시티투어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내부. 이곳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민복진 작가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 /양주시 제공


교외선 시티투어를 하다 보면 ‘여행은 배움이다’란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상품 속에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술례(酒禮) 설렘 열차’란 프로그램은 교외선 시티투어 상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티투어 버스는 장흥의 이색 명소 송암스페이스센터를 경유한다. 대규모 테마파크인 이곳에는 양주천문대가 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첨단 천체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을 관찰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태양 관측은 다른 지역에선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희귀 프로그램이다. 이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선정된 회암사지와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에서 역사 체험을 하게 된다. 역사 체험을 마치면 청정계곡인 송추계곡에서 물놀이로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시간을 보낸다. 배움의 여행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시립미술관인 장욱진·민복진미술관을 차례로 들러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작품을 도슨트 해설로 감상한 뒤 전통주를 빚는 도가에서 전통주 제조 과정을 견학한다. 견학을 마칠 무렵에는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시음할 수 있는 페어링 시간도 마련된다.

■ 가족과 낭만이 있는 여행

교외선 연계 시티투어 관광상품인 ‘로맨틱 별밤열차’. 교외선 객차 안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양주시 제공


‘가족애(愛), 빛을 담다’와 ‘로맨틱 별밤열차’는 교외선 시티투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가족애 프로그램은 가족 여행객을 타깃으로 만든 상품으로, 회암사지와 조명박물관을 견학하고 나전칠기 공예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별밤열차는 교외선을 십분 활용한 상품으로 객차 안에서 음악 공연을 관람하면서 와인과 핑거푸드를 즐기는 일종의 야간 피크닉 프로그램이다. 레일크루즈 해랑, 전속가수 정종훈, 신촌블루스 출신 김주현 등이 출연해 복고 감성을 자극한다. 커플 기념일, 프러포즈 등 소규모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양주만의 산업과 예술을 결합한 색다른 테마코스로 기획된 ‘우유빛깔 나전여행’ 프로그램은 최근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서울우유 양주공장에서 유제품 생산 공정을 견학한 뒤 장흥의 감성미술관과 나전칠기 공방, 카페 명소를 두루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된 감성 체험형 콘텐츠다.

오는 9월까지 예약이 모두 찰 정도로 중·고교생, 기업 임직원, 가족단위 여행객 등에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 교외선 장흥 여행, 새로운 기차여행 모델 제시

지난 12일 문을 연 교외선 일영역 내 양주관광안내소. 해설사가 상주하며 방문객들에게 시티투어 등 장흥 관광코스를 안내한다. /양주시 제공


교외선을 활용한 시티투어는 기차가 여행객과 관광지를 감성으로 잇는 플랫폼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최근 여행트렌드인 ‘감성여행’과도 접점이 있다. 이 관광상품은 양주의 자연, 역사, 예술, 산업을 복합적으로 융합해 여행지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흥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장기 침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부흥을 이끌기 위해선 장흥을 관광지로 부활시키는 이벤트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는 교외선 연계 시티투어가 장흥의 부활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차와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여행 모델을 계속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교외선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지역과 감성을 연결하는 여행 플랫폼”이라며 “계절별 기획상품과 야간 콘텐츠를 지속해서 확대해 장흥을 감성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양주 장흥역을 향하고 있는 교외선. 교외선은 올해 1월 운행 중단 20여 년 만에 재개통됐다.



양주/최재훈 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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