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만 공허한 파티… 사랑 좇다 스러진 개츠비의 순정
美 뉴욕 브로드웨이·英 런던 이어 공연
1920년대 美 ‘광란의 재즈시대’ 배경
대극장 스케일 무대… 영화처럼 구현
프로듀서 신춘수, 베테랑 배우 기용
폭발적 가창력·연기 극적 연출 배가
11월 9일까지 GS 아트센터서 선봬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파티가 서울에서도 시작됐다. 원작 발간 100년 만이다. 술과 음악, 춤이 넘쳐나는 대저택의 화려한 파티는 해안 건너편 옛사랑에게 보내는 한 남자의 연서(戀書)다. 음악과 노래는 무대를 빈틈없이 채우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온 배우들은 재즈 시대의 화려한 허무를 재현한다. 한 남자의 순정을 비추며 “너의 꿈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해안가 초록 불빛은 오랫동안 기억될 아스라한 여운을 남긴다.

정교한 장면들로 만들어진 관계의 고리가 끊어지는 곳은 톰·데이지 부부와 개츠비, 닉과 조던이 모이는 플라자호텔 스위트룸이다. 청교도가 세운 국가 미국의 도덕과 전통이 흔들리기 시작한 1920년대에 오래된 돈의 오만과 새로 번 돈(뉴 머니)의 불안이 충돌한다. 한쪽에선 오랜 가치관 그대로 이혼을 죄악으로 여기나 다른 쪽에선 외도가 일상화하고 여성 참정권이 시작된 시절이 재즈 시대다. ‘피가 돈에 앞선다’며 데이지는 결코 개츠비를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톰의 선언과 이를 따르는 데이지의 선택은 ‘아메리칸 드림’의 한계와 허구를 보여준다.


다만 토니상 수상 배우인 맷 도일이 보여준 개츠비는 미국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을 무대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짐작하게 한다. 원작 소설이 출간 당시에는 혹평받다가 작가 피츠제럴드 사후에야 널리 재평가된 데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주인공의 성격과 행보도 한몫했다. 출간 당시 뉴요커는 개츠비를 두고 “상당히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혹평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1926년 첫 무성영화 이후 여러 편의 ‘위대한 개츠비’에선 말수 적고 침울한 갱스터에서 완벽한 매너의 신사, 자기 합리화에 능하나 불안해하는 사기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져 호불호가 엇갈렸다. 맷 도일이 서울에서 만들어낸 개츠비의 경우 지고지순한 첫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몽상가로서 평가를 받을 듯하다. 서울 GS아트센터에서 11월 9일까지.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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