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그 후 8개월]무안공항 대참사 주범 '로컬라이저' 이달말 조사결과 발표한다.

안세훈 기자 2025. 8.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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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시간 멈춘 유가족 ‘지옥같은 고통’
‘신뢰잃은’ 사조위, ‘속빈강정’ 특별법
이달말 ‘로컬라이저’ 조사 발표 ‘촉각’
진상규명·공항 재개항 등 변곡점될 듯
골목상권 초토화·관광업계 고사 직전
‘안전한 사회 만들겠다’ 약속은 어디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8개월 가까이 불꺼진 무안공항은 멈춰버린 시간을 상징한다. 무안공항의 시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에 흐를 수 없다. 고통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멈춰버린 시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2025년 8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남긴 비극적 현주소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현장에 추모객들이 내건 추모리본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다. 무안/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시간은 179명의 희생자와 함께 멈춰섰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8개월 가까이 불 꺼진 활주로와 굳게 닫힌 청사는 책임의 공백 속에 길을 잃은 우리 사회의 비극적 현주소를 상징한다. 진상 규명부터 피해 회복, 재발 방지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외쳤던 약속들은 공허한 메아리가 돼 흩어져 있다.

고통은 온전히 남은 자의 몫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은 희생자 유가족들은 무안공항 임시 쉘터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약 없는 사고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진실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해외 언론까지 '죽음의 둔덕'으로 지목한 활주로 끝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의문은 커져만 간다. 항공 전문가들이 '범죄에 가깝다'고 비판했지만 책임 있는 답변은 없었다. '셀프 조사' 논란에 휩싸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유가족 대상 비공개 설명회에서 '조종사 과실'을 언급하며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 했다. 핵심 근거자료를 감춘 채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유가족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불신만 키웠다. 제주항공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가 소통에 나선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제주항공 여객기·세월호·이태원·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의 희생자 유가족에게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국민이 위협을 받을 때 국가가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 대통령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 탓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김윤덕 신임 국토부 장관도 지난 6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무안공항을 찾아 유가족을 만나고 투명한 소통을 약속했다. 이러한 소통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다. 신뢰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나긴 교착 상태에 중대한 변곡점은 다가오고 있다. 사조위가 이르면 이달 말 핵심 쟁점이었던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발표는 참사 원인을 둘러싼 오랜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만약 둔덕이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지고 유가족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공항 재개항 논의까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반면 연관성이 낮다고 결론 날 경우 진상 규명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지역사회에서도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빠르면 8월이면 재개항할 수 있을 것이라던 전망은 온 데 간 데 없다. 공항 이용객에 의존해왔던 인근 식당가와 상점들은 이제 폐업을 고민 중이다. 활기 넘치던 전통시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여름 성수기 대목을 통째로 날린 지역 관광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여행사들은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고 인근 숙박업소는 예약률이 바닥을 치고 있다. 중국 단체 비자 면제에 따른 중국발 관광 특수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항공 물류 길이 막히면서 지역 기업들 역시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미래 조종사를 꿈꾸는 지역 대학생들은 실습의 터전이었던 무안공항이 폐쇄되면서 매번 수십㎞ 떨어진 타 지역 공항으로 '원정 훈련'을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지역사회 전체가 '2024년 12월 29일'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절규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멈춰버린 시간 앞에 우리는 다시 묻는다. 그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끝나지 않은 참사는 어디쯤 와 있는가.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남도일보의 '이슈포커스-제주항공 참사, 그 후 8개월' 특집호는 이 무거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시간이 흘러도 비극을 잊지 않으려는 치열한 기록이자,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엄중한 선언이기도 하다.

/안세훈·김다란·박정석·이서영·임지섭 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