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그 후 8개월] 무안공항 국토부 수십년 과오가 ‘죽음의 둔덕’ 세웠다

김다란 기자 2025. 8. 17. 20: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NYT, 참사 원인 심층 탐사보도
로컬라이저 지지 2m 둔덕 조명
"잘 부서지는 재질 아닌 콘크리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기사 헤드라인./홈페이지 캡쳐

'2m'

지난해 12월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기 참사의 비극을 키운 '콘크리트 둔덕'(방위각 시설)의 높이다. 불과 성인 키보다 약간 큰 높이의 둔덕에 부딪혀 긴급하게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비행기가 폭발했다. 조류 충돌로 추정되는 끔찍한 사고는 결국 '죽음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졌다.

사고 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과 국내 언론들은 이 콘크리트 둔덕을 '죽음의 벽'이라 정의하고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무안공항 참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수십 년간 쌓여온 안전 규정 위반과 관리 부실이 초래한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본지는 외신들이 주목한 '콘크리트 둔덕'의 정체를 재조명하고 이를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철거 공사 현장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다./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외신도 주목한 '죽음의 둔덕' 뭐 길래?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세간에 알려진 '둔덕'은 활주로 끝에 있는 구조물이다.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의 끝부분에서 264m 떨어진 지점에는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된 둔덕이 있었다.

둔덕은 단순히 흙으로 쌓아 올린 언덕이 아니라,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겉에서 보면 흙더미지만 안은 콘크리트로 채워졌고 높이는 2m다.

사고 비행기가 조류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엔진이 타격을 받은 뒤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 끝 둔덕과 외벽해 충돌했고, 둔덕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동체를 심각하게 파손시키며 폭발과 화재를 유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승무원 2명이 생존했다.

사고 이후 이러한 콘크리트 둔덕이 무안공항뿐만 아니라 광주공항과 여수공항에도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비슷한 구조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흙을 쌓고 로컬라이저를 설치했는데 무안공항은 높이가 2m인 데 반해 여수공항은 4m, 광주공항은 1.5m로 세워져 있어 지역민들의 우려가 더 커졌다.

◇뉴욕타임스, 무안공항 '죽음의 벽' 집중 조명

NYT는 무안공항의 26년 치 자료와 최초 설계 도면을 분석해 1999년 초기 설계도에 명시된 '충돌 시 쉽게 부서지는 구조물' 원칙이 2003년 설계 변경 과정에서 무시된 사실을 밝혀냈다.

잘 부서지는 목재나 강철 대신 비용이 저렴한 콘크리트 둔덕이 활주로 끝에 세워졌고, 정부 당국은 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방치했다는 점도 취재 결과 드러났다.

개항 6개월 전인 2007년 한국공항공사는 국제 안전 규정에 맞지 않는 로컬라이저의 위치 문제를 국토부에 경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개선 조건을 달았을 뿐, 공항 개항을 그대로 승인했다.

결정적으로 2020년에는 '콘크리트 둔덕' 문제를 바로잡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NYT는 지적했다.

법률에 따라 공항의 항행시스템은 14년마다 개편해야 하는데, 당시 설계를 맡은 업체가 콘크리트 둔덕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콘크리트 슬래브 구조물을 더해 강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정부가 이 구조 변경안을 그대로 승인하면서 참사 10개월 전인 2024년 2월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높이 2m의 죽음의 벽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NYT는 공항 접근 시 새들과 충돌 등 여러 요인이 참사를 일으켰다면서도 활주로 끝의 단단한 벽이 사고를 훨씬 치명적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공항 콘크리트 둔덕 다시는 없도록…

지난해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발의된 '12·29 재발방지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공항 활주로 주변에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물 설치를 제한하고, 조류 충돌 예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로 상향된 개정안은 활주로 주변에 설치하는 항행안전시설을 부러지기 쉬운 재질과 최소한의 중량·높이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사고 피해를 키웠던 콘크리트 둔덕 같은 구조물이 다시는 설치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 공항시설 기준을 국제기준과 부합하도록 명시하고, 공항 운영자에게 활주로 주변 물체 정보를 제공받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항공 안전 전반에 대한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후속 조치를 본격화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전국 공항의 위험한 방위각시설을 모두 경량 철골 구조로 교체하고, 국제기준에 맞춰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천이나 도로로 인해 확장이 어려운 공항에는 활주로 이탈 방지장치(EMAS)를 설치한다.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대책도 강화된다.

5년마다 '조류충돌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무안공항에 조류탐지 레이더를 시범 운용하는 등 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 공항 주변에 조류를 유인하는 시설을 설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며, 전담 인력도 확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사망 사고를 낸 항공사에 운항 제한을 두는 등 항공사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정비 시간과 숙련 정비사의 기준을 높여 항공 안전을 종합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