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그 후 8개월]"사조위 중간 조사 발표, 시기·방식 모두 납득 어려워"

김인규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장은 지난 7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이 지적한 이유에 대해 김 원장은 "사고 직후 한 달 안에 '초도 보고서'를 내고, 최종 결과는 통상 1년 이상의 조사과정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조사상 중대한 사안의 발생으로 중간발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언론 브리핑이나 공청회 등의 경로가 있지만, 이번처럼 일부 내용만 떼어내 발표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칫 (발표)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는 빌미를 사조위 스스로 제공함으로써 공적기관으로서의 신뢰성에 흠결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또한, 발표 내용이 '조종사 과실'로 비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우측 엔진의 손상을 인지하고 실제는 좌측 엔진을 껐다면 조종사로선 매우 치명적인 실수"라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인 CVR·FDR 분석 내용은 ICAO 국제규정에 따라 전부 공개하지 않고, 조종사 관련 부정적 내용만을 발표하면 유족들은 당연히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고는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국민들이 특정 사안에 집중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부적절한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절차 측면에서도 아쉬움을 지적했다. 김 원장은 "유가족들은 현재 육체적·감정적으로 많이 힘드신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조위가 유족에게 직접 찾아가 발표를 하고자 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보통은 조사 경과의 발표가 요구되는 경우, 직접 유가족을 상대하기보다는 정례화된 언론 브리핑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조종사의 실수 가능성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수천 시간의 비행 경력이 쌓여도 실수는 할 수 있다. 항공사고의 70% 이상이 휴먼 에러(인적 오류)"라며 "당시 새벽에 방콕을 출발했고, 복잡한 항공 노선에 의해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비정상 상황이 닥치면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진 이상을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기까지 수십 초에서 수분이 소요되는데, 훈련된 조종사일지라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예상 밖의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사조위의 구조적 독립성 부족이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사조위가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는 "국토부 소속이면 감독기관을 조사할 때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조사관 개개인은 양심에 따라 성실히 조사를 하겠지만, 국민의 시선이 그렇지 않다면 의심의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조직 자체가 온전히 독립돼야 한다"고 했다. "인사권과 예산권에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사안이든 외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우선 조종사 훈련에 착륙 직전 조류충돌 시 절차를 재고해 제작사 매뉴얼의 의미와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조종사 피로 관리에 대해선 "FRMS(피로위험관리시스템)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피로도 관리의 체계화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비행 직전의 피로 여부가 아니라, 장기간 비행 스케줄과 누적 피로에 대한 장기적 관리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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