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마이라이프_호주에 태권도 뿌리내린 오영열 사범
[기자]
어둠이 내려앉은 호주 멜버른,
환하게 불이 켜진 태권도 도장을 향해 노신사가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태권도 꿈나무들이 너도나도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고 정중앙에 자리 잡은 노신사를 향해 예의를 갖춰 태권도 품새도 선보입니다.
범상치 않은 이 노신사의 정체, 바로, 호주에 태권도의 뿌리를 내린 오영열 사범입니다.
태권도 꿈나무들에게 이런 영광은 또 없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세월은 무심히도 오 사범의 얼굴에 깊은 주름을 새겨놓았지만, 자세 하나하나를 봐주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기만 한데요.
[박종경 / 태권도 사범 : 지금이야 한류가 워낙 많이 뜨고 있고 K-팝, 드라마가 많고 뭐가 너무 많은데 (오영열 사범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동양인들도 지금 호주에 많이 없던 그런 시기에 혈혈단신으로 오셔서 모든 게 최초였던 것 같습니다. (오 사범의) 발자취를 저희가 따라갈 수 있도록 좀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영열 사범이 호주에 처음 발을 디딘 건 1972년.
우연히 만난 호주 청년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경험이 호주 이민의 계기가 됐는데요.
베트남전 참전 당시 태권도 교관으로 외국 군인들과 영어로 소통했던 오 사범에게 낯선 땅에서의 도전은 크게 두렵지 않았습니다.
[오영열 / 태권도 사범 : 대학 다닐 때는 내가 꼭 외국에 가서 태권도를 가르치겠다, 우리나라 무술을 가르치겠다 하고 그때도 제가 영어 학원을 꼬박 다녔습니다. (태권도 도장에) 외국 사람이 오면 전부 내가 가르쳤어요.]
당시 호주 멜버른에 한인이라고는 고작 12가정 남짓,
태권도는커녕 한국이라는 나라조차 낯설던 시절입니다.
[오영열 / 태권도 사범 : (이민 초기) 그때는 태권도 그러면 그 단어 자체를 몰랐어요. 그래서 한국 태권도 사범도 코리안 가라테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그걸 우리가 바꾸느라고 많이 신경을 쓰고 간판도 태권도를 쓰고 (그런데) 72~73년도 그때 브루스 리(이소룡)가 굉장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래서 태권도도 붐이 난 거예요.]
그렇게 1973년, 오 사범은 '태권도'라는 이름을 호주 땅에 처음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합니다.
호주 내에서 유일하게 선수 생활까지 해본 입장으로서 태권도 활성화를 위해 참 바쁘게도 활동했습니다.
보수가 없어도 호주 전역을 누비며 태권도 시합을 열고 제대로 된 대회 운영 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쉼 없이 움직였죠.
오로지 태권도를 향한 오 사범의 정성이 통했던 걸까요.
1975년 제2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선 제자들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연이어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오 사범의 오랜 꿈은 현실이 됐습니다.
[오영열 / 태권도 사범 : 서울 올림픽이라든지 뭐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전부 시범 종목으로 했지만 그게 이제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규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호주 올림픽 위원회에 차출돼서 그 경기 규정을 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1년 동안에.]
[안중민 / 오영열 사범 부인 : (남편이) 시드니 올림픽 1년 동안 근무하게 되어서 모든 걸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참 자랑스럽고 또 그다음에 이제 차출돼서 세계연맹에 가서 3년을 근무했거든요. 정년퇴직까지.]
어느덧 태권도 사범으로서 살아온 인생도 환갑을 바라봅니다.
그동안 배출한 제자만도 무려 만 명을 훌쩍 넘는데요.
하지만 오영열 사범은 여전히 도장을 떠날 수 없습니다.
태권도 대부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아직도 수많은 제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존 웹스튼 / 태권도 제자 : 오영열 관장님 같은 대단한 스승에게 배우는 것은 정말 큰 행운입니다. 전국에 많은 도장이 있지만, 스승님에게 직접 지도를 받는 특권을 가진 곳은 많지 않아요.]
[빅토리아 쿠순버슨 / 태권도 제자 : 항상 오영열 관장님의 조언을 듣고 스승님에게 좋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호주 빅토리아주에만 150개 넘는 태권도 도장이 생겼습니다.
불모지였던 이 땅에 뿌리내린 태권도의 씨앗이 이제 수많은 제자와 도장,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의 활약이라는 나무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오 사범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오영열 / 태권도 사범 : 나이를 불문하고 와서 선배나 사범한테 인사 꼬박꼬박 하고 그런 예의를 내가 가르쳐서 그런 예의를 실행하는 이 호주인들이 참 보기가 좋아요. 태권도는 제가 발이 흔들흔들할 때까지 할 겁니다. 제자하고 같이 어울려서 즐기면서 저는 가르칩니다. 그래서 제 인생은 끝날 때까지도 태권도를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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