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광복 80년 한일수교 60년- 장홍규(창원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

knnews 2025. 8. 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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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흔히 일본을 가리켜 자주 입에 담는 표현이다. 가깝다는 것은 지리적인 위치에서 비롯된 표현일 것이고 먼 나라는 역사적 사실을 두고 나타낸 국민감정의 거리감에서 일컫는 표현이라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도쿄 중심을 환상 주행하는 야마노테선의 신오쿠보역을 내리면 낯익은 도시를 만난다. 신오쿠보의 골목길에는 한글 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한국음식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다. 가게 앞을 지나면 매운맛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현지 젊은이들의 열기가 한국음식 사이로 섞여들어 밖으로 흘러나온다. 닭갈비, 소시지를 넣은 부대찌개, 빨간 떡볶이, 삼계탕, 소주와 삼겹살 등이 자연스럽다. 마치 한류의 거대한 실험장이며 문화 교류의 현장이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k-pop의 광풍이 휘몰아친 지는 오래다. 일본레코드협회의 24년도 앨범 판매 상위 10위 안에 절반 이상을 k-pop이 차지했다. 세븐틴, 트와이스, 뉴진스, 스트레이키즈 등의 아티스트에 수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매료되어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도쿄돔이나 쿄세라돔의 대형공연장의 콘서트 예약발매가 당일 매진되는 경우가 일반이다. 한국어로 된 가사를 읊조리며 지나가는 젊은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94년 10월, 원폭으로 많은 한국인 희생자를 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황영조 선수의 마라톤 우승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인의 슬픔을 달랬다고 온 국민이 열광의 도가니에 잠겨 있을 때, 스웨덴에서 날아온 오에 겐자부로 작가의 노벨문학상 발표로 찬물을 끼얹은 듯 흥분은 사라지고 노벨상 수상이 국민의 염원이 된 기억이 있다. 그 노벨문학상의 염원도 이루었다. 작년 10월 우리의 한강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수상 소식이 일본에도 속보로 전해졌으며, 수상 발표 당일 일본의 주요 대형서점에서는 한강 작가의 특별코너가 마련된 것은 물론이고 이후 대부분의 서점이나 관련 상점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는 코너가 설치되었다. 심지어 한강 작가의 작품을 원본으로 읽으려는 경향도 적지 않았다. 더불어 한국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듯이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을 극복하고 경제 문화 예술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과 대등한 관계로 발전해 왔다. 지난 코로나 사태 때 경험한 바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봤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올해는 광복 80주년, 한일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일본의 젊은이들을 비롯한 많은 대중들은 한국의 문화예술에 휩싸여 있으며 역사적 갈등의 색채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 한일 관계의 미래는 밝다. 우리의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일본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여전하지만, 작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일본 통계청) 중 한국인이 가장 많았으며 대부분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오늘날 과거사에 얽매여 미래를 향한 협력이 저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반일감정을 지지율 저하 방어용으로 이용함으로써 한일 양국관계를 악화시킨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본의 정치인들도 다르지 않다. 순조로운 양국의 협력관계 중에 망언을 쏟아내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밝혔듯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중·러·북이 에워싼 동북아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두 나라가 협력·윈윈하는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발전해 가기를 기대한다.

장홍규(창원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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