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암각화처럼 깎고 새기고···포르투갈 예술가 ‘빌스’ 개인전

고은정 기자 2025. 8. 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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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기념
울산시립박물관 전시회 ‘그라피움’
7개 공간 다양한 설치작품 등 선봬
11월 2일까지 지하 2층 제2전시실
빌스 작 '질서 시리즈'

울산시립미술관의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 예술가 빌스(VHILS·본명 알렉산드르 파르투) 개인전'그라피움 GRAPHIUM'이 지난 14일 지하 2층 제2전시실에서 개막했다.

'그라피움(Graphium)'은 라틴어로 고대 로마에서 밀랍판 등에 글씨를 새기던 필기도구를 뜻하며, 그리스어 그라페이온(grapheion)에서 유래한 말로 '쓰다' 또는 '새기다'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새김' 행위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 자연과 도시, 기억과 정체성을 연결하는 동시대 미술의 장을 선보인다.

빌스는 2000년대 초 그라피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벽면을 조각하고 표면을 깎아내는 독창적인 저부조 기법으로 '창조적 파괴'의 미학을 구축해 왔다.
빌스 작 '분열시리즈'

해머, 끌, 전동 드릴뿐 아니라 폭발물과 부식제까지 활용해 도시의 표면을 해체하며, 그 속에 숨겨진 시간의 층위와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기억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건물 외벽, 철거 현장, 광고판, 폐자재 위에 남겨졌으며, 익명의 인물과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시각화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시는 △표면 긁기 기획(프로젝트) △빌스의 도구들 △반구천의 암각화 도구들 △빌스의 재료들 △빌보드 연속(시리즈) △느린 시간의 도시 △폭발과 잔해 등 7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에폭시·목재·석재를 혼합한 조형 작업, 폭발의 순간을 기록한 영상, 해체된 광고판을 재구성한 설치작품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아우른다.

특히 전시장 한편에는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대여한 선사시대 고래 뼈가 함께 전시된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빌스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 물질과 기억을 오가며 우리가 사는 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000원, 대학생·군인·예술인 700원이며, 울산 시민 500원.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