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전 장관 격찬했던 ‘부산형 늘봄학교’ 시행 1년 만에 ‘삐걱’

“부산은 다른 시·도에 큰 용기를 줬습니다.”
지난해 10월21일 이주호 당시 교육부장관은 부산시교육청에서 부산형 늘봄학교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는 부산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이라고 격찬했다. 교육부는 2024년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부산형 늘봄학교’를 전국 우수사례 4개에 포함시켰다.
늘봄학교는 ‘늘 돌본다’는 뜻인데 방과후 수업과 돌봄을 합친 개념이다.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위기에 대응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손잡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돌봄 부담을 덜어주자며 국정과제에 넣었다. 정규수업 뒤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무상 학습·보살핌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저녁 8시까지 보살피기도 한다. 지난해 9월 희망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2학년까지, 내년부터는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육부보다 한발 더 빨리 움직였다. 지난해 3월부터 희망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행했다. 교육부보다 여섯달 앞섰다. 올해는 3학년까지 확대했다. 또 늘봄학교를 열지 못하는 곳에 여러 학교가 함께 이용하는 늘봄전용학교 4개를 최초로 만들었다. 예산도 듬뿍 배정했다. 지난해 900억원, 올해 567억원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만족도가 96%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부산 전체 초등학교 1학년 2만841명의 90.4%(1만8842명)가 이용했다. 올해는 부산 전체 1~3학년 6만2928명의 82.9%(5만2223명)가 참여하고 있다. 예상 밖의 호응이었다.
그런데 부산형 늘봄학교가 삐걱거리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업무 가중을 우려하는 초등교사들이 반발하자 2년 동안 늘봄학교를 전담하는 늘봄지원실장 129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율 저조를 우려해 늘봄지원실장으로 근무하는 2년 동안 연간 0.25점씩 모두 0.5점의 승진 가산점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기피하는 곳으로 꼽히는 연구학교 근무에 부여하는 연간 0.12점에 견줘 파격적이었다.

파격적인 가산점 덕분에 교사 264명이 지원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근무 경력 10~33년 초등교사 66명이 합격했다. 울산(0.5 대 1), 경기(0.16 대 1), 충남(0.3 대 1), 제주(0.36 대 1), 충북(0.45 대 1), 경남(0.45 대 1) 등 6곳이 미달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경험 많은 교사들이 늘봄실장으로 발령 나자 교장·교감들은 투덜거렸고, 승진 경쟁자들은 과도한 가산점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5월, 티에프(TF)를 만들어 부산형 늘봄학교를 점검한 결과, 늘봄지원실장이 2~3개 학교를 돌아다니며 관리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예정했던 늘봄지원실장 63명을 선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늘봄지원실장 업무는 학교행정을 담당하는 실무원과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을 전담하는 돌봄전담사한테 맡기려고 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애초 늘봄학교 업무는 교사에게 맡기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을 둔 손아무개씨는 “교사 출신 늘봄지원실장은 현장을 직접 이해하는 전문가이며 아이들의 발달 특성과 하루 흐름을 세심하게 읽어낼 수 있고 질 높은 교육 환경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교사 출신 늘봄지원실장을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선 부산형 늘봄학교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자 졸속 전시행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김한나 부산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는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고 돌봄은 학교 밖 지역사회가 맡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늘봄학교가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면,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서 손을 뗄 수가 없는 현실이므로 역량 있는 교사들을 늘봄학교에 배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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