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설명 필요한 변호사 중용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2025. 8.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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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초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다. 대통령실에선 인사·공직기강·법률·총무 비서관과 부속실장 등 핵심 파트를 검사 출신들이 접수했다. 법무·통일·국토교통부 장관과 법무차관, 보훈처장, 법제처장, 총리 비서실장, 국정원 기조실장 등도 검찰 출신이 꿰찼다. 그들이 차지한 정부 요직이 20개에 육박했다. 압권은 당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대목이었다.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문 금융인을 제치고 법조 출신이 발탁된 사례였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검찰공화국 완결판'이라고 맹비난 했고, 보수 언론들조차도 "독립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까지 검찰 출신을 앉히는 건 지나치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했다"며 비판에 귀를 닫았다.

현 정부가 지난 13일 이찬진 변호사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하며 전 정권과 유사한 비판을 받고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금융·경제 관련 경력이 거의 없다보니 대통령 변호에 대한 보은 인사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된다. 전 정권의 검찰 출신 금감원장 기용을 두고 "검찰공화국으로 가고있다" 며 날을 세웠던 민주당은 어디로 갔느냐는 비판도 터진다.

이같은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 금감원장 임명 때문만은 아니다. 새 정부 들어 요직에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나 변호인들이 줄줄이 배치되고 있어서다. 법무장관, 법제처장, 국가교육위원장(내정) 등이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다. 주목되는 것은 대통령 변호인 출신들의 중용이다. 이 금감원장 뿐 아니라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민정비서관, 법무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임명 과정이 매끄럽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인 오광수 변호사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임명됐으나 차명 부동산 소유에 차명 대출까지 불거져 5일만에 낙마했다.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도 자신의 변호인들을 각별하게 챙겼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대통령 변호인 출신은 4명에 달한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변호사비를 공천으로 대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캠코더 인사', `검찰 인사' 등 전 정권의 편중 인사가 어떤 결과로 귀착됐는지는 과거가 입증한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편이 불의를 저지를 리 없다'는 옹고집 인사에 연연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청산 대상으로 삼았던 검찰 권력에 정권을 내주는 참사를 당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하며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 인사 원칙"이라고 했지만 그 약속은 검찰 앞에서 멈췄다. 수족들로 주변이 채워져 누구도 직언하지 못하는 폐쇄 구조에서 싹튼 독선과 오만이 비상계엄이라는 파국을 초래했다.

새 정부 역시 출범하며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관계성이 두드러진 `내편 챙기기' 인사에서 통합의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법을 다루는 특정 집단 출신을 반복 기용하는 인사에서 실용과 유연성을 찾기도 어렵다.

의뢰인이 최선을 다해준 변호사에게 감사한 마음과 보답하고픈 욕구를 가질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소망은 합당한 수임료 지불로 해결하는 것이 상식이다. 의뢰인이 자신이 가진 공적 권한을 이용해 정부 직책을 주는 방식으로 변호인을 보상한다면 권력남용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의와 상식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 이런 우를 범할리 없다고 믿는다. 아마도 당시 변호인단에 국가 운영에 한몫을 담당할 만한 천하 인재들이 몰렸을 것이고, 그들의 빼어난 역량을 놓치고 싶지않은 대통령이 정실인사 비판을 무릎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설명이 따라야 한다. 대통령 변호인들이 중용되는 전례없는 인사에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해명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않아도 고공행진하던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지난주 여론조사들에선 한풀 꺾였다. `전 정권은 검찰 출신들로 도배를 하지않았느냐'는 윤 전 대통령 식의 구차한 변명 흉내내기에 그친다면 여론이 더 차가워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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