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일의 도시탐험] 지역관광, 그 불편한 진실

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 2025. 8. 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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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

마침 여름 휴가철, 지방도시 관광이 연일 뜨겁게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작은 사소해 보였던 "1인 손님 푸대접" 사건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멈췄을 리가 없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다 부위까지 속여 파는 고기, 몇 번째 돌려막았을지 모를 재활용 반찬, 냉방조차 되지 않는 고급숙소 등이 연달아 터졌다. 이 와중에 한 광역지자체는 "중국인 관광객 숙박 지원"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가 분위기 파악도 못 한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전라도에서 시작된 논란이 경상도까지 오면서 지금은 온라인 여기저기에 소위 '박제'된 상태다. 지역 관광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여름이라고나 할까. 관광객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더 깎아 먹은 꼴이다. 안 그래도 요즘 "차라리 돈 좀 더 써서 해외 나간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상황에.

그러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내 관광의 문제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관광객을 위한 시설과 주민을 위한 시설이 아예 따로 구분되는 구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애초부터 관광객을 겨냥해 만든 시설이 넘쳐난다. 식당도 비슷하다. 조금 입소문이 나고 사람이 몰리면 곧바로 관광객 전용 식당으로 변신한다. 그러다 보니 도시 자체가 현지인 공간과 관광객 공간으로 나뉘어버린다. 심지어 요즘은 인터넷에 "현지인 맛집 리스트" 같은 사이트가 인기를 끈다. 관광객을 위한 맛집은 사실상 '함정 카드'라는 인식이 이미 퍼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역들은 여전히 "관광 진흥"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용 시설 조성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이미지나 브랜드는 현지인으로서도 갸우뚱거릴 뜬금없는, 관광을 위한 관광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서유럽 도시들을 처음 여행했을 때가 떠오른다. 거리는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의외로 관광객만을 위한, 관광시설이란 개념은 드물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관광지 입구마다 안내소가 줄지어 있을 텐데, 그런 것도 거의 없었다. 각국 언어로 번역된 화려한 안내판도 보이지 않았다. 명소라 해도 현지인들도 일상적으로 즐기는 장소인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세계인들은 그런 도시에 며칠이고 머물기를 원하며 지금도 몰려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의 관광은 그 지역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이 걷는 골목을 따라 걷고, 모퉁이 카페에서 같은 커피를 마시며, 그들이 누리는 문화를 공유하는 순간 진짜 관광의 보람을 느낀다. 반대로 관광객을 위해 억지로 만든 거리·숙소·상가는 일견 화려해 보여도 결국 영혼 없는 무대세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앞서가는 관광문화 도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지인들이 "관광객 좀 덜 왔으면…" 하고 말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관광과 그들의 일상이 엄밀하게 맞닿아 있다는 의미이다.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지역 관광은 너무 인위적이다. 관광에 애가 닳아 온갖 이미지와 모토로 포장해놨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진심은 빈약하기만 하다. 그러니 드라마 촬영지 몇 군데 들렀다 사진 찍고 떠나는 '뜀뛰기 관광'만 반복된다. 단 하루라도 머물며 진득이 즐기고 싶은 지역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결국 지역에서 '소비'를 하기보다는 지역 자체가 '소모'되어 버린다.

그래서 이런 상상도 해본다. 지역 관광사업, 굳이 더 "진흥"하려 하지 말고 그냥 포기해보면 어떨까. 근본도 모를 관광특구 같은 거 다 내려놓고 그냥 주민들이 일상을 즐겁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곳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도시라면, 관광객은 저절로 따라온다. 사실 관광계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명언이 있다. "현지인이 살기 좋은 도시가 관광객에게도 가장 좋은 도시다." 이제 이 단순한 진리를 한 번쯤 용감하게 실천할 지역이 나타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