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 들으려다 포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배움 활용 ‘한정적’
항만 취업준비학원은 인천·부산
배움 분야 확대 불구 실효 떨어져
지역화폐 대신 바우처 지원 필요

"유명한 토익 인강(인터넷 강의)은 청년기본소득으로 결제가 안되더라고요. 결국 술값으로 썼죠."
17일 중부일보 취재진과 만난 장모(24) 씨는 이직을 위해 청년기본소득으로 학원 2~3곳에 인터넷 토익 강의를 결제하려 했지만, 학원 측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아 유흥비 등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방송직군을 희망하는 용인 거주 안모(24) 씨도 청년기본소득을 활용해 취업 준비를 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안 씨는 "주요 방송사 아카데미는 다 서울에 있는데,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에서밖에 쓸 수 없으니 학원 등록을 못했다"며 "'청년'을 위한 지원금인데, 경기도 상인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기도가 도내 청년의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청년기본소득 사용처 중 '배움 분야'를 확대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취업 학원이 서울에 몰려있거나, 온라인으로는 일부 사용처에서 지역화폐 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자체 요건에 부합하는 도내 24세 청년을 대상으로 분기별 25만 원씩 연간 100만 원을 '경기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시행 중이다.
도는 지난 6월 청년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청년 역량을 제고하고 사회적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배움 분야 사용처를 확대했다.
당초 지역화폐는 거주지 시군으로 사용처가 한정되지만, 다음달부터 지급되는 3분기 청년기본소득은 학원수강료·시험응시료의 경우 도내 전역 및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온라인은 지역화폐 결제수단이 연동된 학원이 아니면 결제가 불가하다.
더구나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취업학원은 서울 등 타 시도에 쏠려 실질적 사용이 어렵다. 주요 방송사 아카데미는 서울에, 항만공사 취업준비학원은 인천이나 부산에 주로 위치해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지원금을 지역화폐가 아닌 바우처로 지급하거나 별도의 청년 진로 분야 지원 정책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 이름은 '청년'기본소득이지만, 지역화폐로 지급하다보니 지역 '소비진작'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청년이 주거에 문제가 있다 하면 주거비로 전환하는 방법은 없는 식"이라며 "청년의 희망 소비처가 다양한 만큼 바우처로도 지급해 청년들이 원하는 곳에 부합하게끔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이 가진 핵심 목적을 달성하는 게 중요한데, 그것이 청년의 기본권 보장과 지역 소비 진작이라면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한 가지 정책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우니 청년 정책을 다양화해 교육지원 등 더 많은 정책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청년기본소득은) 도내에서 사용하도록 결정돼 타 시도에선 결제가 불가능하다"며 "(인터넷강의 등) 온라인 결제의 경우 지역화폐 결제 수단을 업체와 연동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어 가능한 곳들 위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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