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지역출신 우선선발제도는 합리적인가

박창범 2025. 8. 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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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의료진 부족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최소한 교육정책분야에서는 대학이 해당지역 출신을 일정비율이상 뽑을 것을 권고한 것도 사실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학교 내신성적과 수학능력시험의 성적에 따라 자신이 들어갈 대학이 결정된다. 내신성적과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실제로 학생들의 실력을 대변하고 있는지는 논외로 하고 내신성적과 수학능력시험 점수를 통해 의대나 상위권대학에 들어가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객관적 능력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최근 비수도권 지역의 의과대학/치과대학/한의과대학/약학대학이 내신이나 수능성적보다 지역인재를 우선적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방침을 의무화하였다. 여기서 지역인재란 비수도권 해당지역의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재학기간에는 해당 학교가 소재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법이 나온 이유는 지방의 중소도시나 시골의 경우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방의 의료진 부족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최소한 교육정책분야에서는 대학이 해당지역 출신을 일정비율이상 뽑을 것을 권고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따르면 강원과 제주는 최소 20% 이상을, 나머지 권역은 40%까지 성적과 상관없이 지역인재를 우선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의과대학의 경우 정원의 60%이상을 선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대/한의대/치대에서 내신이나 수능성적과 상관없이 지역인재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정책은 문제가 없는가? 이에 대하여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생 A는 수도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의과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앞서의 교육부 방침에 따라 내신이나 수능점수에 상관없이 한의대가 지역인재를 20%에서 40%까지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것은 자신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지역인재 우선선발정책은 지역출신의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공익은 중대하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수도권 집중현상원인의 일부는 대학입시와 관련되어 있고, 상위권 대학을 향한 교육열은 주로 수도권 일부지역에 대한 선호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간의 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적 및 사회적 요청을 고려한다면 지역인재를 최소한 40%까지 선발하도록 하는 입학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보기 어렵고, 지역의 입학자원 여건 등을 고려하여 강원권과 제주권의 경우 20%로 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율설정이 입법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다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헌법합치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2025.7.17. 2021헌마1572결정)

참고로 의과대학은 2026년의 경우 지역인재선발비율이 최소 40%이 아닌 60%까지 늘었다.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은 지역의대의 경우 10명 중 6명을 내신이나 수능성적에 상관없이 해당 권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생긴 이유는 해당 지역 의과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지방에 남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으로 이와 같은 정책이 필요한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고 현재 중소도시나 시골에는 이미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설치되어 있고 이 외에도 이미 많은 개원의들이 활동하고 있다. 즉, 지금 지역에서 원하는 의사는 개원의 수준의 의사가 아니라 대도시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다.

문제는 지역병의원들이 대도시와 유사한 정도의 임금을 제공한다면 (실제로 건강보험에서는 지역에 따른 수가차등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대도시에 비하여 절대적인 환자수가 적어 대도시보다 파격적인 임금을 제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방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는 지역출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이전까지 연구들을 보면 지역인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마치면 그 지역에 남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출신여부보다는 수련을 받은 병원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가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시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출신과 지역병원에서 수련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52배 높았다. 하지만 대도시출신이라도 지역병원에서 수련한 경우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24배 높았다. 오히려 지역출신이지만 대도시에서 수련을 받을 경우 지역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3.5배 높았을 뿐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개인적인 경험과도 일치한다. 단지 출신지역이 어디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위치한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는지가 나중에 근무지를 정할 때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수련을 받는 3-4년의 기간동안 그 지역에 익숙해졌음과 동시에 개업의나 중소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할 때 진료와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수련받았던 병원이 근처에 있다면 도움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나 개인적인 경험을 고려한다면 정부나 지자체는 지역출신 우선선발정책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는 단순히 지역의료원 수준이 아닌 의사들의 전문적인 수련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좀 더 많이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셋째, 현 제도에 의하면 지역의대의 경우 한의대의 20-40%와 달리 정원의 60%까지 지역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학생들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객관적 능력주의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내신이나 수능성적과 상관없이 지역출신이라는 이유로 정원의 과반수를 넘어서는 인원을 지역출신으로 선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정부의 지역출신 우선선발정책은 소멸하는 지방의료를 되살리기 위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인 객관적 능력주의에 반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이전 연구들을 보면 지역출신 우선선발로 선발된 학생들이 지역에 남는다는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의과대학입학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지역출신에게 얼마나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하여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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