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800만원 어치 화분 대리구매”… 수원시 공무원 사칭 사기 잇따라

강현수 2025. 8. 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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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수원시청 복지정책과 ○○○주무관을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받은 위조 공문. 사진=A씨 제공

"가족들 놀랄까 봐 집에다가도 얘기를 못 하죠. 창피하기도 하고…."

수원시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A씨는 문자 메시지 화면이 띄워진 자신의 스마트폰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문자 메시지로 받은 '가짜 공문'을 타인의 스마트폰으로 어떻게 전송해야 하는지, 경찰 고소장에 첨부할 문자 메시지 화면은 어떻게 인쇄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A씨는 최근 '공무원 사칭 사기'로 피해를 입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수원시청 복지정책과 ○○○주무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홀로 지내는 노인들을 위한 화분 5개를 구매하겠다. 결제는 내일 법인카드로 하겠다'는 내용으로, 시장 직인과 담당자 개인 번호가 찍힌 공문서를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 이어 '노인 대상자가 20명 늘었다'며 추가 주문도 받았다.

그러던 중 ○○○주무관이 지정한 타 업체를 통해 90만 원짜리 화분 20개를 대리 구매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이 때 ○○○주무관은 '오늘까지 급하게 납품받아야 하는데 기존 조달청 업체에서 당일에 갑자기 단가를 올려버렸다. 과장님이 주변 업체들 수소문해 보라는데 부탁드릴 게 사장님밖에 없다'고 사정했다.

과거 관공서 납품 경험이 있던 A씨는 상황을 이해하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 총 1천800만 원을 마련, 해당 업체로 돈을 입금했다. 친구 측에서 의심하긴 했으나 ○○○주무관은 실제 수원시청 복지정책과에 근무하는 직원 이름이었다.

이 모든 것이 ○○○주무관을 사칭하고 공문서를 위조해 벌인 사기임을 깨달은 건 이달 1일 A씨가 1천800만 원짜리 물품을 직접 봐야겠다며 시청을 찾으면서다. 이후 A씨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가해자를)잡을 확률도 낮고, 잡더라도 어떤 방법이 없을 것 같다"면서 "빨리 포기하고 가게를 뺄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소상공인을 상대로 공무원 등을 사칭해 대리 구매를 요구하는 사기가 빈발하는 가운데 수원 지역 농원들이 수천만 원을 편취당하는 피해가 연달아 발생했다.

A씨 사례와 똑같이 ○○○주무관인 척하며 물품을 주문하고, 타 업체의 화분을 대리 구매해 달라는 방식으로 B농원은 1천여만 원의 피해를 봤다. C농원은 같은 수법을 겪었으나 끝내 입금하지는 않았다.

수원시 관계자는 "공무원은 절대 이런 방식의 요구를 하지 않으며, 공문서에 업무 행정 번호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들어가는 일도 없다"며 "관공서에서 주문을 받았다면 반드시 수원시 휴먼 콜센터(031-5191-2114)나 해당 부서로 확인 전화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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