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공간, 그 이면에 깔린 고흐의 연민 [김용우의 미술思]

김용우 평론가 2025. 8. 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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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고흐 그림 속 '카페테라스'다.

그리하여 고흐는 '사물을 보고 표현하는' 그림에서 '보고 느끼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

고흐의 모든 그림에 흐르는 사랑과 연민, 그리고 신앙이 '밤의 카페테라스'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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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23편
빈센트 반 고흐 ‘밤의 카페테라스’
정감 넘치는 카페테라스
그 이면에 숨은 고흐 만의
사랑과 연민, 그리고 신앙
빈센트 반 고흐, 밤의 카페테라스, 1888년, 캔버스에 유화, 81×65㎝, 크뢸러 뮐러 미술관. [그림 | 위키미디어]

프랑스 아를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고흐 그림 속 '카페테라스'다. 그림으로 너무나 익숙해 마치 친구들이 기다릴 것 같은 카페다.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 무렵 테라스에 앉아 카페라떼를 한잔 마시고 싶다. 시원한 밤공기가 가볍게 스치고, 하늘엔 별이 반짝이는 공간일 것이다. 그곳에 가보고 싶다.

고흐는 카페 부근에 화실을 얻고 그림을 그렸다. 네거리 모퉁이에 있는 노란집 2층에 작은 방을 얻어 아를의 눈부신 태양 아래 빛나는 들과 산을 그렸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그림 '밀밭'과 '해바라기' '론 강의 별이 빛난 밤' '밤의 카페테라스' 등이 그때 그려졌다.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여러 화가와 교류하며, 특히 밝은 화풍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으로 빛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고흐는 햇살 좋고, 공기 맑은 아를로 내려와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냈다.

소재는 가리지 않았다. 정물, 풍경, 인물… 뭐든지 그림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웃에 사는 우체부 조셉 롤랑의 초상화부터, 그의 처 어거스틴 롤랑, 그리고 그의 아들, 그의 딸까지, 그것도 여러 점씩 그렸다. 그야말로 새로운 화풍의 맛을 본 고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그렸다. 스승을 따로 두지 않은 고흐에겐 스스로 그리는 것이 공부이고 다작多作이 곧 연습이었으리라.

그리하여 고흐는 '사물을 보고 표현하는' 그림에서 '보고 느끼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때부터 고흐의 그림엔 따듯한 감성이 첨가되고, 표정엔 사랑이 실리고, 정이 담겼다. 모두가 연민이고, 애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 '밤의 카페테라스'에도 여유로운 시간이 정감 있게 흐르는 듯하다.

하지만 고흐는 밝고 따듯한 불빛 아래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있다. 고흐는 동생 테오와 많은 편지를 주고받는데 1888년 8월에 보낸 고흐의 편지 속엔 이런 내용이 있다.

"이곳은 밤의 카페로 잘 알려져 있는데 밤새도록 문을 여는 곳이지. 숙박료가 없거나 잠잘 곳을 구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카페로, 집이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곳이란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다. "난 언제나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자처럼 느껴진단다. 그 어딘가가 실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겐 지극히 정상적으로 여겨지지."

빈센트 반 고흐, 밤의 카페. [그림 | 위키미디어]

고흐는 우리가 보는 카페테라스의 다른 면을 관조觀照하고 있다. 늦은 밤 갈 곳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고흐의 모든 그림에 흐르는 사랑과 연민, 그리고 신앙이 '밤의 카페테라스'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말씀으로 힘든 사람들을 구원하지 못하면 그림으로 위로 하겠다"란 고흐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동기가 분명하게 읽히는 순간이다.

카페의 외부가 아니라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고흐의 생각이 더 명확해진다. 고흐의 또 다른 작품 '밤의 카페'를 보자. 방 안은 공허한 바람이 부는 듯 왠지 휑하다. 불빛은 흔들리고, 당구대가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다.

초점 잃은 흰옷 입은 남자는 당구대 주변을 목적 없이 서성인다. 주위 테이블엔 '많이 마시면 푸른 요정이 보인다'는 술 압생트에 만취된 사람들이 엎드려 졸고 있고, 두 연인만 무슨 이야기인지 잇고 있다.

천장에 매달린 외로운 시계는 이미 밤 12시가 넘었다. 흐트러진 채 치워지지 않은 술자리와 졸고 있는 사람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쉴 곳을 찾아 드는 공간. 이게 우리가 보아온 '밤의 카페테라스'의 내부이자 실체다. 고흐가 보고 느끼는 연민의 현장이 이곳에 있었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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