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모던 피노 그리지오의 아버지’ 산타 마게리타와 토레셀라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1960년대 이전 이탈리아 피노 그리지오 무거운 질감 스타일로 생산/산타 마게리타 설립자 가에타노 마르조토가 가볍게 마시는 요즘 스타일 피노 그리지오 레시피 완성/토레셀라 가성비 뛰어난 피노 그리지오·프로세코 선보여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그리(Pinot Gris), 피노 블랑(Pinot Blanc) 품종은 DNA가 거의 동일합니다. 유전자 변이로 껍질 색소(안토시아닌)의 발현이 점점 적어지면서 다른 품종으로 진화했습니다. 피노 그리의 그리(Gris) 회색이란 뜻으로 실제는 레드와 화이트의 중간 색조인 회색·분홍·청동빛을 띱니다. 안토시아닌 발현이 거의 사라진 피노 블랑은 다른 화이트 품종과 비슷한 녹황색을 띱니다. 피노 그리(Pinot Gris·프랑스명),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이탈리아명), 그라우부르군더(Grauburgunder·독일명)는 모두 같은 품종입니다. 피노 그리의 주요 산지는 프랑스 알자스, 이탈리아 북동부(베네토, 프리울리,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독일, 미국 오리건, 뉴질랜드, 호주 등입니다.

반면 트레티노-알토 아디제, 베네토 등 이탈리아 피노 그리지오는 레몬향을 중심으로 가볍고 신선합니다. 이에 음식과 먹기 좋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성비 뛰어난 화이트 와인으로 전세계에 널리 퍼졌습니다. 미국 오리건, 호주, 뉴질랜드 등 뉴월드 스타일은 과일향을 강조하고 일부는 오크 숙성하며 알코올과 바디감 높은 점이 특징입니다.

델레 베네치아 DOC는(Delle Venezie DOC)가 대표적인 피노 그리지오 산지입니다. 이탈리아 북동부 3개 주 베네토,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트렌티노 일부를 아우르는 산지로 이곳에서 이탈리아 전체 피노 그리지오의 약 85%가, 전 세계의 약 40%가 생산됩니다. 2024년 기준 생산량은 약 2억3000만병(170만6466헥토리터)입니다. 원래 이 지역의 피노 그리지오는 ‘delle Venezie IGT’ 레이블로 유통되다가 워낙 생산량이 많고 수출 중심 품종이다 보니 품질 관리 필요성이 제기돼 2017년 빈티지부터 DOC로 승격됩니다.


1960년대 이전 이탈리아의 전통 방식 피노 그리지오는 스타일이 달랐습니다. 껍질을 함께 발효하거나, 발효 전 일정 기간 껍질과 접촉시키는 라마토(Ramato) 방식으로 양조해 와인 색은 구리빛, 연한 오렌지빛, 분홍빛을 띠었습니다. 질감이 더 무겁고, 타닌과 구조감이 느껴지는 화이트 혹은 로제에 가까운 스타일이죠. 라마토는 이탈리어로 구리빛이란 뜻으로 피노 그리지오 껍질에서 자연스럽게 추출되는 붉은~주황빛 색소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통방식 대표산지는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Friuli-Venezia Giulia)와 베네토 일부 지역입니다. 복숭아, 살구의 복합적인 과실향, 약간의 스파이스, 꿀과 견과류 뉘앙스가 대표적이고 산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바디감이 중간 이상이었습니다.



섬유업 명문 가문에서 태어난 사업가 마르조토 백작이 1935년 베네토의 포쌀타 디 포르토그루아로(Fossalta di Portogruaro)에 방치된 땅 1000ha를 개간하면 산타 마게리타의 와인 역사가 시작됩니다. 와이너리 이름은 그의 아내 마게리타 람페르티코(Margherita Lampertico)에서 따왔습니다. 마르조토는 와이너리를 동부 베네토, 알토 아디제 계곡, 프리미엄 프로세코 산지 발도비아데네(Valdobbiadene) 언덕 등 이탈리아 북동부 포도 재배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갑니다. 그 결과 산타 마게리타는 이탈리아 여러 곳에 와이너리를 거리는 와인 그룹으로 성장합니다. 알토 아디제의 케트마이르(Kettmeir), 키안티 클리시코의 라몰레 디 라몰레(Lamole di Lamole), 수퍼투스칸의 고향 마렘마(Maremma)의 사쏘레갈레(Sassoregale), 시칠리아의 페우도 지르타리(Feudo Zirtari), 전통방식 스파클링 와인 프란치아코르타 까델 보스코(Ca’ del Bosco) 등이 산타 마게리타의 와이너리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오리건으로 진출해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의 로코 와이너리(ROCO Winery)도 인수했습니다.

산타 마게리타가 1984년 베테토에 설립한 와이너리 토레셀라는 프로세코, 피노 그리지오, 카베르네 소비뇽 등 착한 가격의 마시기 편한 다양한 와인들을 생산합니다. 토레젤라 수출매니저 에리카 갈론(Erika Gallon)을 만났습니다. 토레셀라는 나라셀라에 수입합니다.
토레셀라 와인 레이블이 독특합니다. 왜가리의 시점으로 하늘에서 포도밭을 내려다보는 듯한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토레셀라는 로마 제국부터 와인을 위한 포도밭이 많았던 이탈리아 동부 베네토 지역에 거점을 두고 설립됐어요. 한쪽은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으며 다른 쪽은 풍족한 생물 다양성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베니스 석호를 접하고 있답니다. 유럽에 얼마 남지 않은 습지 지역 중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왜가리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들의 서식지에요. 이런 자연 환경의 특징을 레이블에 표현했답니다.”

토레셀라 포도밭은 빌라노바(Villanova)에서 포쌀타 디 포르토그루아로(Fossalta di Portogruaro) 바다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바다와 가까워 겨울은 온화하고 북쪽 알프스에 불어오는 바람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토양은 리벤차(Livenza)강과 탈리아멘토(Tagliamento) 강이 만든 충적층의 점토질로 와인에 우아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바다와 가까워 미네랄도 뛰어납니다.

▶토레셀라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글레라(Glera) 100%입니다. 레몬, 감귤, 청사과, 복숭아의 상큼한 과일향으로 시작해 데이지 꽃 같은 플로럴 노트가 복합미를 드러냅니다. 탱크에서 발효와 2차 숙성을 마치는 샤르마 방식으로 만드는 프로세코는 보통 버블이 크고 거칠기 마련인데 토레셀라 프로세코는 두달 동안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병입해 작고 파인한 버블이 돋보입니다. 식전주로 즐기기 좋고, 해산물, 닭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프로세코 DOC 규정은 다른 품종을 15%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글레라 재배에 비용이 많이 들어 다른 와이너리들은 저렴한 품종을 섞기도 하지만 토레셀라는 글레라 100%로만 프로세코를 만듭니다.

글레라를 주 품종으로 피노네로(Pinot Nero·피노누아)를 블렌딩합니다. 감귤, 복숭아의 과일향에 브리오쉬 아로마가 더해집니다. 해산물, 샐러드, 파스타 등과 좋은 궁합을 보이며 향신료가 가미된 아시아 음식도 잘 어울립니다. 코에서는 클레라 품종의 상큼한 과일향, 입에서는 피노 누아의 우아한 아로마가 잘 느껴집니다. 토레셀라는 5~6년전부터 피노 누아를 심어서 프로세코에 블렌딩하고 있으며 피노 누아 스틸 와인도 생산합니다.

피노 그리지오 100%입니다. 감귤, 청사과, 살구, 복숭아의 과일향과 플로럴 노트가 잘 어우러집니다. 온도가 오르면 열대 과일향과 우아한 풍미가 더해집니다. 포도밭이 바다와 가까워 솔티한 미네랄도 느껴집니다. 모던 피노 그리지오의 원조답게 과일향 위주로 깔끔하게 뽑아낸 점이 돋보입니다. 피노 그리지오는 토레셀라의 아이코닉한 와인이라 그해 포도 품질이 떨어지면 생산량을 줄일 정도로 품질과는 타협하지 않습니다.

카버네 소비뇽 100%입니다. 블랙 베리, 블랙 체리의 과일향과 세이지의 허브, 블랙페퍼의 스파이스 노트가 어우러지며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바비큐, 가금류 요리, 숙성 치즈와 완벽한 페어링을 선사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좀 묵직하게 빚어지는 스타일이지만 토레셀라 카베르네 소비뇽은 생동감 있고 신선한 과일향과 산도를 지닌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 접근성이 좋습니다.

메를로 100%입니다. 블랙베리 검은 자두로 시작해 히비스커스, 스파이스 아로마가 복합미를 더합니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 생기발랄한 산도, 알코올 도수의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전반적으로 토레셀라 레드 와인들은 파워풀하지 않고 캐주얼하기 즐기는 스타일이라 음식 페어링도 쉬운 편입니다. 알코올도수도 13% 정도로 오크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내추럴한 느낌으로 만듭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가 암에 걸릴 줄 몰랐다”…홍진경·박탐희·윤도현의 ‘암 투병’ 기억
- 100억 쓰던 ‘신상녀’ 300원에 ‘덜덜’…서인영 “명품백 대신 가계부 쓴다”
- “통장 깔까?” 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서늘한 응수…암 투병 후 악플러 ‘참교육’한 사연
- “깨끗해지려고 썼는데”…물티슈, 항문 더 망가뜨리는 이유 있었다
- "故 전유성, 지금까지 '잘 놀았다'고"…최일순, 유작 작업 중 그리움 드러내
- “밤에 2번 깨면 다르다”…피곤인 줄 알았는데 ‘야간뇨 신호’였다
- "계좌 불러라" 폐업날 걸려온 전화...양치승 울린 박하나의 '묻지마 송금'
- "한석규 선배의 그 한마디가…" 안효섭, 대세 배우가 허영심을 경계하는 진짜 이유
- 54년 ‘솔로 침묵’ 깬 ‘무적’ 심권호…간암 극복 끝에 털어놓은 뭉클한 꿈
- “걱정 마요”…박보검·송중기·김혜수, 촬영장에서 드러난 진짜 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