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용후핵연료 2만t…속도 내는 태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연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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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가 2만t에 육박하며 원전 내 저장수조는 곧 포화에 이른다.
정부가 내놓은 임시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가운데, 강원 태백에 건설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연구시설(URL)'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원전에는 이미 2만t에 육박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실상 대부분은 사용후핵연료)이 쌓여 있다.
정부가 원전 부지 내 중간저장시설을 증설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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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가 2만t에 육박하며 원전 내 저장수조는 곧 포화에 이른다. 정부가 내놓은 임시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가운데, 강원 태백에 건설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연구시설(URL)'이 속도를 내고 있다. URL은 고준위 방폐장의 첫 걸음이다.
지난 13일 찾은 강원 태백시 철암동 고원자연휴양림. 울창한 숲길을 따라 비포장도로를 지나자 풀숲으로 덮인 공터가 나타났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이곳이 바로 지하 500m까지 뚫어 거대한 실험 모듈이 들어설 예정지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2032년이면 본격적인 연구 모듈이 완공된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에는 이미 2만t에 육박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실상 대부분은 사용후핵연료)이 쌓여 있다. 1990년 1336t에 불과했던 재고량은 33년 만에 15배로 늘었고, 2030년 이후 주요 원전 저장수조는 차례로 포화에 직면한다. 정부가 원전 부지 내 중간저장시설을 증설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 URL 착공과 방폐장 건립이 늦어지면 국민 안전과 에너지 안보 모두에 위협이 된다.
URL은 실제 폐기물을 반입하지 않고 방폐장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해 처분용기와 암반의 내구성, 비상 회수 기술 등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국제 기준은 고준위 폐기물 처분 시스템이 수만 년, 길게는 백만 년까지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오늘의 설계가 수십 세대 뒤에도 인류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태백 부지는 지난해 12월 최종 확정됐다. 17개 지자체가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유치계획서를 낸 곳은 태백뿐이었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지질조사와 계획서를 종합해 105점 만점에 93.87점을 부여했다. 암종 적합성은 25점 만점에 24점, 주민 수용성은 20점 만점에 19점을 기록했다. 주민대표 206명 전원 동의와 8000명의 서명이 뒷받침됐다. 광산 폐쇄 이후 소멸 위기에 직면한 도시가 택한 '생존의 선택'이었다.
태백시는 이번 프로젝트로 3000억 원의 경제효과와 8000명 고용 창출을 기대한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청정메탄올, 산림·목재 클러스터와 연계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URL 부지 선정 과정에서 암종 적합성 논란도 있었다. 한국원자력학회 특별위원회는 태백 부지가 화강암이 아닌 퇴적암층이라는 점을 들어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화강암 기반 처분 방식을 개발해온 것을 감안하면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부지선정위원회는 태백에서 총 4차례 시추를 진행했고, 지하 660m에서 18억 년 전 선캄브리아기 화강편마암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480m에서는 고생대 암석, 300m에서는 중생대 암석, 지표 100m에서도 같은 선캄브리아기 암석이 드러났다. 한반도에서 드문 역단층 구조다. 권상훈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표부터 지하 500m까지 완전히 단일한 결정질암이 이어지는 곳은 없지만, 중요한 건 시설이 들어설 지하 공간 ±100m 범위가 안정적 결정질암으로 둘러싸여 있느냐는 점”이라며 “이 기준을 충족했기에 적합 판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이 시행되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고방위가 출범하고, 내년에는 부지 적합성 조사 계획이 의결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로드맵대로라 해도 최종 방폐장은 2063년에야 완공된다. 2060년 목표를 맞추려면 행정과 기술 모두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세계 5위 원전국이지만 사용후핵연료 2만t을 안고 있다”며 “URL은 국민 안전을 위한 기술 검증소이자 미래 에너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태백=안영국 ang@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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