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12. 광복 80주년의 참뜻이 담긴 ‘광복절빵’

강승구 2025. 8. 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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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성심당, 기획-제빵기술로 ‘광복절빵’ 탄생
광복절빵 판매 수익금 일부 ‘독립유공자 후손’ 전달
‘광복절빵‘ 패키지. 조폐공사 제공


80년 전 8월 15일, 하늘 위로 힘차게 펄럭이던 태극기 물결은 우리 민족의 해방과 자유를 알렸다. 일제 강점기 35년의 억압에서 벗어난 그날의 벅찬 감격은 80년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 마음속에 깊이 살아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대전의 한 오래된 빵집 진열장에 그 기억을 조용히 되살리는 특별한 상자가 놓였다. 작은 상자 위에는 무궁화와 태극기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실내조명 빛에 반짝이는 포장은 마치 햇살 속에서 휘날리는 깃발처럼 보였다. 그 안에는 포슬포슬한 빵이 담겨져 있고, 만지는 순간 손끝에는 폭신한 감촉이 전해지며, 코끝에는 은은하게 번지는 버터 향이 스며들었다.

이 작은 빵 상자 안에는 ‘데니 태극기’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설명서 한 장이 함께 들어있다. 1890년대, 조선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했던 미국인 데니가 간직했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에 관한 이야기다. 이 태극기는 먼 타국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낸 뒤,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단순히 천 위에 새겨진 태극 문양이 아니라, 국권을 빼앗긴 암울한 시대에도 조국의 혼과 민족의 긍지를 지켜낸 불멸의 상징이었다.

이 특별한 제품은 한국조폐공사와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이 손을 맞잡고 탄생시킨 작품이다. 조폐공사는 상품기획과 패키지 디자인을 맡아 정교함을 더했고, 성심당은 최고의 제빵 기술로 맛을 완성했다.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 정성껏 준비한 끝에 탄생한 ‘광복절빵’은 뜻깊은 의미를 담은 기념품으로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이끌었다. SNS에는 “먹는 즐거움을 넘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이라는 인증 사진과 글이 이어졌다.

광복절 당일에는 ‘광복절빵’을 구매한 고객에게 ‘미니 데니 태극기’가 함께 증정됐다. ‘광복절빵’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이 빵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먹거리가 아니라, 80년 전 8월 15일 그날의 환희와 영광을 오늘로 소환하는 강력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 빵을 맛보며 우리는 자유를 되찾았던 역사적 순간과, 그날을 가능하게 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돈이 신뢰를 담는 그릇’이라면, 이 빵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화폐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수단이라면, 이 빵은 사람과 역사를 연결하는 다리다. 패키지 디자인, 설명서, 맛, 그리고 한정판매라는 조건까지 모든 요소가 서로 맞물려 ‘광복 80주년’ 기념이라는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광복절빵’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전달된다. 작은 빵 한 조각이 우리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며, 80년 전 해방의 기쁨을 오늘의 감사와 나눔으로 이어준다. 그 속에는 자유와 해방이 지닌 깊은 의미가 스며있고, 잊고 지냈던 순국선열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깊은 감동으로 되살아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 ‘데니 태극기’. 조폐공사 제공


광복절을 기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기념식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맛’이라는 친근한 언어로 전해지는 기억과 소통의 힘은 특별하다. 그것은 억지로 주입되지 않고, 일상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 작은 빵 상자는 단지 빵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자유의 향기, 해방의 의미,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가 담겨 있다. 이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단순한 상업 마케팅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가치를 오늘의 삶 속에서 따뜻하게 나누기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다.

빵 한 조각이 전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넓고 깊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그 빵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역사를 써가고 있을까?”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광복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오늘과 내일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자유는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졌지만, 그것을 지키고 이어가는 일은 지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광복절빵’이 전하는 따뜻한 온기와 깊은 울림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새로운 나눔과 기억으로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가길 바란다.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장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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