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97% 몰렸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성과인가 불씨인가
카드 색깔 차별·사용처 허점 논란도 여전

전 국민에게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불과 한 달 만에 신청률 97%를 기록하며 사실상 전국민 보급을 마무리했습니다.
행정 속도전과 국민 호응이 동시에 확인된 셈이지만, 그 이면에는 색깔 차별 논란, 사용처 관리 허점, 그리고 2차 지급을 앞둔 상위 10% 선별이라는 난제가 겹쳐 있습니다.
■ 97% 신청, 행정 속도전은 성공
17일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1차 신청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4,893만 명이 몰렸습니다.
전체 지급 대상 5,060만 명 가운데 96.7%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총액으로는 8조 8,619억 원이 풀렸습니다.
신청 수단은 신용·체크카드가 70% 가까이를 차지했고, 지역사랑상품권(18.4%), 선불카드(12%)가 뒤를 이었습니다.
지역별로 경기도 신청자가 1,309만 명으로 가장 많고, 신청률은 대구가 97.4%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 소비 효과는 확인.. 음식점·골목상권 활기
실제 사용 데이터도 일정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행안부가 카드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 지급 직후 첫째 주 가맹점 매출은 직전 주보다 19.5% 증가했고, 둘째 주에도 8.4% 늘었습니다.
업종별로는 대중음식점이 41.4%로 가장 많은 사용처였으며,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5%가 “전통시장·골목상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 제주, 사용률 최상위.. ‘소비 전환’ 가장 빨랐다
지역별 통계에서는 제주의 특징이 뚜렷합니다. 지난 8일 기준 제주 신청률은 93.75%로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같은 시기 대구(96.17%), 울산(96.10%)이 선두를 차지한 것과는 대비됐습니다.
그러나 사용률은 정반대였습니다.
제주는 57.18%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인천(54.71%), 광주·울산(각 54.55%)이 뒤를 이었습니다.
세종은 48.44%로 가장 낮았습니다.
이후 15일 기준 제주 신청률은 95%까지 반등하며 전국 평균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신청은 늦었지만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속도는 가장 빨랐다는 점에서, 제주가 소비쿠폰 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한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 색깔 차별 논란.. 인권 감수성 부재 드러내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와 별개로 시행 과정에서의 논란도 거셌습니다.
광주시는 선불카드를 권종별로 분홍·연두·남색으로 구분해 지급했는데, 이는 취약계층 여부가 카드 색상으로 노출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권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치”라고 직접 질타했고, 광주시는 급히 스티커 부착 작업에 나섰습니다.
행안부는 전국 지자체 선불카드 제작 실태를 전수 조사하며 사후 대응에 나섰습니다.

■ 사용처 관리 허점.. 정책 신뢰성에 흠집
지원 취지와 맞지 않는 곳에서 소비쿠폰이 사용 가능한 사례도 드러났습니다. 학회·학술단체가 가맹점으로 등록되거나, 제한 업종인 ‘샤오미’ 직영 매장이 결제 가능 업소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정부는 뒤늦게 사용처 제외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집행 속도는 빠르지만 검증은 허술하다”는 비판을 불러왔습니다.
■ 2차 지급 최대 난제, ‘상위 10% 선별’
정부는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2차 지급을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합니다.
문제는 ‘상위 10%’를 어떻게 가려내느냐입니다. 일단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되,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구조적 차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직장 가입자는 소득만으로 보험료가 산정되지만, 지역 가입자는 소득과 자산을 합산해 산정됩니다.
그 결과 실제 고액 자산가 직장인은 걸러지지 않는 반면, 자산은 적지만 소득이 일정한 지역 가입자가 상위 10%로 분류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고액 자산가를 걸러낼 보완 기준과, 1인 가구·맞벌이 가구에 대한 특례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종 기준은 9월 10일 발표 예정입니다.
■ 효과 검증은 이제부터
정부는 “소비쿠폰이 실제 경기 부양으로 이어졌는지 따져보기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KDI 등과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재난지원금은 효과 논란이 뒤따랐던 만큼, 이번에는 아예 추경 단계에서 연구용역비 2억 원을 반영해 성과 분석까지 병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 성과와 한계가 맞부딪치다
한 달 만에 97%라는 압도적 신청률은 행정 효율성과 국민적 호응을 동시에 입증합니다.
그러나 색깔 차별 논란, 사용처 관리 허점, 소득 상위 10% 선별 문제는 제도의 신뢰성을 흔드는 균열로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차 지급이 매끄럽게 이어지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강화되겠지만, 기준 설정 과정에서 혼란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정책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번 소비쿠폰이 ‘민생 회복’의 디딤돌이 될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남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