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인천] 인천서 성장한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설 잠잠해질까?

김희연 2025. 8. 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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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지연구소’의 거취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습니다. 극지연구소는 현재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본원을 두고, 남극과 북극 등 극지 관련 지역에서의 기초·첨단과학 연구, 극지 인프라 운영, 대외협력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과거에도 극지연구소를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최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인천 지역사회는 물론 극지 연구 관계자들도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필요성에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해양수산부 부산이전 발표 이후 이전설이 끊이지 않던 극지연구소가 인천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수부의 ‘의무 이전 대상 기관’에서 극지연구소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미래로 26에 위치한 극지연구소 전경. 2025.8.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에서 성장한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는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 부설 ‘극지연구실’로 처음 개설됐습니다. 이후 2004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명칭을 바꾸며 독립했습니다. 당시 극지연구소는 경기도 안산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실험실 등 필요한 인프라를 모두 갖추기 위한 공간이 부족해 관련 연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2006년, 안산과 가까우면서도 각종 연구 기반을 다지고 있던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로 이전이 결정됐습니다. 그해 4월 극지연구소는 송도 갯벌타워에 새로 터를 잡았습니다.

극지연구소가 인천 송도로 자리를 옮긴 이듬해인 2007년 5월부터 제2·3대 극지연구소장을 역임한 이홍금 전 소장은 극지연구소 인천 이전이 결정될 때만 해도 부산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 극지연구소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당시 인천이 경제자유구역에 충분한 연구 부지(공간)를 갖춘 것은 물론,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을 둔 입지 조건 등을 미루어볼 때 인천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여기에는 연구뿐 아니라 남극·북극으로의 잦은 출장, 국제사회와 활발한 교류·협력이 필요한 극지연구소의 특성도 한몫했습니다.

이 전 소장은 극지연구소 송도 신청사 기공식이 있었던 2013년 4월까지 재임하며 극지연구소가 인천에서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인물입니다. 이 전 소장 재임 기간 극지연구소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건조 완료, 남극 제2기지 건설지 확정 등 극지 인프라를 강화하며 국제사회 위상을 높여 왔습니다. 이에 발맞춰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극지연구소 신청사 건립 토지를 무상임대하도록 지원하는 등 극지연구소 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이렇게 2017년 완공된 극지연구소 송도 신청사는 극지연구소가 국내 유일의 극지 종합 연구기관이자 국제적 기관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전 소장은 “영국과 독일 극지연구소는 한국 극지연구소의 롤모델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보다 50년은 더 앞섰는데, 현재 우리도 인천 이전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그 정도로 인프라는 갖췄다고 자신한다”며 “인천시가 아라온호가 정박할 수 있도록 크루즈터미널에 극지연구소 전용 접안시설을 지원해 주는 것은 물론, 국제공항 덕분에 남극·북극으로의 출장 및 국제사회와의 활발한 교류·협력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극지연구소는 단순히 배만 움직이는 데가 아니다. 항만이 있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인천항 갑문을 나와 남극으로 출항하는 모습. /경인일보DB


■명실상부 세계적 극지 종합 연구기관

극지연구소가 최근 펴낸 ‘2024년 초록집’을 보면, 극지연구소는 2004년 개소 이후 지난해까지 20년간 국제 학술지에 논문 총 3천263편, 연평균 16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극지연구소가 게재한 논문 수는 2012년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고, 4년 만인 2016년에는 200편을 넘어섰습니다. 극지연구소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두 시점으로 미루어볼 때 ▲2009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출항 ▲2014년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준공 등 극지 연구 인프라 확충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별 분포도 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체 논문을 ▲기후과학 ▲지구과학 ▲해양과학 ▲생명과학 ▲기술·정책 등 5개 분야로 분류한 결과, 생명과학(약 1천100편, 36%)과 기후과학(약 900편, 28%)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지구과학과 해양과학 분야 논문도 각각 500편 수준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 등 극지연구소가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극지 환경 연구를 병행해 왔다고 극지연구소는 분석했습니다. 최근에는 기술·정책 분야 연구까지 시작하는 등 연구 분야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극지연구소의 연간 논문 발간 수는 2004년 58건에서 20년 후인 지난해 233건으로 4배, 주저자 논문 수도 29건에서 117건으로 4배 증가했습니다. 연구자 수도 2004년 27명에서 지난해 102명으로 4배 가까지 늘어났습니다. 극지연구소는 인프라 확장뿐 아니라 전문 인력 육성·증가를 통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지질 변동 등 다양한 영역을 연구하고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극지연구소가 설립 이후 9년 만에 신청사로 이전, 본격적인 ‘송도 시대’를 열었다. 이는 국제적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의 극지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극지 종합 연구기관이다. /경인일보DB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설… 잠잠해질까, 확산할까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은 지난 8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극지연구소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와서 지난 6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에 왔을 때 직접 만나 (극지연구소 이전 여부를) 물었다. 전 장관으로부터 ‘극지연구소는 이전 없이 송도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전 장관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극지연구소가 인천으로 간 것은 과거 스토리(이야기)가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극지연구소가 인천에서 굳이 부산으로 갈 필요가 있는지, 비용 대비 이익이 클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 장관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산하 공공기관 부산 집적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새로운 경제권역을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극지연구소 상위 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이 부산으로 옮겨 확대·개편하던 2012년, 부산시가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 추진 등 극지 산업 인프라 조성계획’을 내놓았던 2022년 등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시도는 계속해서 있어 왔습니다. 이번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설은 어떻게 마무리될지 인천 지역사회와 정치권, 극지 연구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희연 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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