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넘길 수 없는 코카콜라 성분 변경···‘미국은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카콜라 마니아다. 백악관 집무실에 ‘콜라 버튼’을 설치해 수시로 코카콜라를 마신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반대자들 사이에서 코카콜라 불매운동이 퍼지기도 했다. 7월16일 트럼프는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코카콜라가 감미료로 ‘진짜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회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옥수수 시럽을 사용한 기존 제품과 달리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겠다는 발표는 단순히 대통령의 취향이나 건강에 대한 우려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트럼프 시대에 식품과 의약품,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편견과 불신의 상징이 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설탕을 포함한 당류 섭취를 줄이는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하며, “옥수수 시럽과 설탕의 안정성 차이가 있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킹 콘(King Corn)〉 같은 다큐멘터리와 정치인들의 주장을 통해 ‘옥수수 시럽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퍼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 인식은 과학적 근거를 밀어내고 주류적 인식이 되고 있다. 그 뒤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그가 주도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Make America Healthy Again)’ 운동이 자리 잡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지난해 대선에서 백신 의무 접종 반대를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했다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사퇴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아동 백신 의무 접종이 자폐증을 증가시킨다며 “내 생각에는 나치 죽음의 수용소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백인과 흑인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는 주장까지 제기한 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의 식품과 의료에 대한 음모론은 대부분 전문가와 정부기관에 의해 반박됐지만, 문제는 그가 전문 기관을 총괄하는 부처의 장관이 됐다는 점이다.
백신 자문위원들 전원 해고
케네디 장관은 지난 6월, 백신 자문위원들의 이해충돌 소지가 많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17명 전원을 해고했다. 이후 새롭게 구성한 위원회에 백신 회의론자가 임명되는 등 기존 백신 체계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에 해고된 피오나 하버스 박사는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아동에게 백신접종을 하는 것에 대해 다른 권고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하며 아동 대상 의무 백신이 줄어들 경우 적절한 의료보험이 없는 가족은 백신을 맞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버스 박사는 “(위원회에서) 연구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이상 없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가 주도하는, 음식과 의료에 대한 비과학적 접근은 백신에 한정되지 않는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한 스테이크 가맹점이 “감자튀김을 만들 때 씨앗 기름 대신 쇠고기 지방을 사용하기로 했다”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이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성 지방이 더욱 건강하다는 근거는 빈약한 상황이다. 크리스토퍼 가드너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무엇에 튀기든 감자튀김을 덜 먹어야 한다.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햄버거를 더 많이 먹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며 케네디 주니어의 문제 접근 방향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건 당국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에는 미국의 건강과 의료 체계에 대한 오래된 불신도 작용한다. 건강 정책 비영리단체인 카이저 패밀리 재단(KFF)의 5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0%가 식품의약국과 질병통제예방센터 같은 기관이 과학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기관들이 과학적 근거보다 제약사의 이익(60%)이나 공무원들의 개인적 신념(63%)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다수 미국인들은 생각한다.
즉, 비만과 영양불균형, 높은 의료비와 충분하지 못한 의료 지원은 의료계와 결탁한 정부의 책임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연방 보건 인력을 25% 감축하는 명분으로 “보건복지부가 성장함에 따라 만성질환과 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우리의 수명은 감소했다”라는 주장을 들이대기도 했다.

그 지점에서 MAHA 운동은 거침이 없다. “식품산업과 대규모 농업 생산자가 식품의약국을 통제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의료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쓰는데도 미국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건강 관련 견해는 매우 위험하지만, 식품산업 관련 발언은 정확히 옳다”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 5월, MAHA 운동의 이름을 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위원회’에서 정부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동건강을 주로 다룬 이 보고서는 잘못된 인용과 엉뚱한 저자 등재 등으로 인해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아동건강의 문제로 언급한 영양 부족, 화학물질 노출, 디지털 사용과 운동 부족, 과잉 진료 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과거의 미국인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했다는 생각을 자주 설파한다고 알려져 있다. 1950~1960년대에는 사람들이 과체중이 아니었고, 약을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으며, 어린이 자폐증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물론 과학적 논리에 따르면 이 주장은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하다. 당시보다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10년 가까이 증가했고, 자폐증도 경증에 대한 진단이 확대되었을 뿐이며(그래서 통계상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고), 백신접종으로 인한 발병은 근거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과학적 음모론이 대중에 퍼지고, 전문가 다수의 견해가 힘을 잃어가는 근본적인 이유 또한 미국 사회가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뉴욕·양호경 통신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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