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독주’ 맞설 유일한 세력… 다시 주목받는 ‘브릭스’ 광폭 행보[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中ㆍ러ㆍ印ㆍ브라질 정상 잇단 통화
“美 수출 대신 브릭스 내 교역 확대”
‘관세 폭탄’ 대응 위한 교류 속도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2일 전화 통화를 가졌다. 중국은 관영 중앙(CC)TV를 통해 미국과의 상호관세 유예 연장 성명을 보도한 뒤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브라질은 미국이 부과한 50% 상호관세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측은 양국 정상이 다자주의 연대 강화와 농산물 무역 확대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 간 통화가 있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정착과 브릭스(BRICS)의 관세 공동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앞서 8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각각 통화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면 협상을 앞두고 의견을 교환하기 위함이었다. 그 전날에는 모디 총리와 룰라 대통령 간 통화도 있었다. 인도도 트럼프로부터 50%의 관세를 부과받은 상황이다.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은 모두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견제에 의기투합한 브릭스 회원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 공개석상에서 브릭스를 겨냥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달 브릭스 정상회의 때는 “브릭스의 반미정책에 동조하는 국가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십분 활용해 ‘관세 제국주의’적인 행태를 보이면서도 브릭스를 경계하는 건 브릭스의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주요 경제 지표에서 브릭스의 글로벌 비중은 30%를 오간다. 인구만 놓고 보면 절반에 육박하는데, 인도를 포함해 첨단 정보기술(IT)에 익숙한 젊은 세대 인구의 비중을 감안하면 경제적 잠재력은 훨씬 높을 수 있다.
신흥경제국 협력체인 브릭스는 2009년 출범 이후 꾸준히 세를 확장하며 서방의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간 이렇다 할 만한 정치적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와 인도 간 유무형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17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불참하자 브릭스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본격화하면서 내부 교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대미 수출 감소를 브릭스 내 교역 확대로 대응하려는 기류가 읽힌다. 최근 같은 브릭스 정상들 간 잇따른 전화 통화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룰라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관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브릭스 정상들과 논의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브릭스 주요국 실무진 사이에서 탈달러를 위한 공통 통화 결제 시스템 논의가 재개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독주에 어떤 식으로든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실체가 브릭스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이달 말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다. 푸틴 대통령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모디 총리도 7년 만에 시 주석과 대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부담을 의식해 중국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거듭 유예하면서 인도와 브라질과 남아공을 타깃 삼은 것이 도리어 브릭스의 결속력을 높인 셈이 됐다.
그렇다고 브릭스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탄탄한 반미 전선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주요국들의 정치 체제와 경제 시스템에 차이가 커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과의 관계 수준에서도 차이가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적 관세 부과가 지금의 결속력 높은 상황을 만든 터라 그의 향후 행보가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이 지난해 브릭스에 대해 “회원국들이 경제이익과 안보이익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던 평가는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양궁 국가대표 장채환, SNS에 극우성향 게시물 게재해 논란 | 한국일보
- [단독] 교인 동원해 尹 투표한 통일교, 총선 앞두고 3만 명 조직적 지원 정황 | 한국일보
- 1심 84명 전원 유죄… 서부지법 유린한 '그때 그 사람들' | 한국일보
- 법무부 "'윤석열 실명 위기' 주장 사실과 달라" | 한국일보
- "이러니 전한길당" 김문수도 제친 전한길 파워… 국힘 지지율은 나락 | 한국일보
- [단독] 김건희, 고가 시계 건넨 사업가와 수시 연락… 특검, '비선 논란' 수사 | 한국일보
- 돌아온 조국에 머리 복잡해진 정청래? '조국 청구서' 받아든 범여권 | 한국일보
- 코리안 드림 안고 왔다가, 장애 안고 떠납니다 | 한국일보
- 수영장 이용 뒤 눈 가렵고 눈곱 많아졌다면… 전염성 결막염 의심해야 | 한국일보
- '무한도전' 김태호 PD, 뇌수막염 투병 고백 "응급실서 편집 걱정"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