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한 '尹 부부 동시 수감'… 해외 유사 사례는?
말레이 나집 전 총리는 수감… 부인은 '재판 중'
페루 우말라 전 대통령 교도소행… 아내는 망명
"윤석열·김건희처럼 '동시 구속' 전례 없는 듯"

지난 12일 한국 시민과 언론은 물론 전 세계 주요 외신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운 대상이 하나 있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13일 0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구속영장(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이 전날 밤 늦게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든 언론사는 긴급 타전에 나섰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일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수감’ 사태였기 때문이다. 김 여사에 앞서 내란 혐의로 올해 1월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한때 석방됐으나, 지난달 직권남용·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미국 AP통신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범죄 혐의로 구속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김 여사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구속된 전 대통령 영부인”이라며 한국의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된 적은 있지만 ‘부부 동시 수감’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김씨는 남편의 정부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여겨졌다. 한국인들 사이에선 ‘VIP 1은 김건희, VIP 2는 윤 대통령’이라는 농담이 돌았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뿐이 아니다. 영국 가디언도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금되는 상황은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역시 김 여사의 구체적 혐의(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다이아몬드 목걸이·고가 가방 수수 등)를 포함해 해당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번 사태가 유달리 관심을 끈 건 대부분 매체가 짚었듯, ‘전직 정상·배우자 동시 수감’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흔치 않아서다. 특히 수사 단계에서 부부가 똑같이 ‘철창 신세’를 진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부부 모두 법의 심판대 앞에 섰던 경우는 종종 있었다.
'부패 스캔들' 천수이볜 부부… 아내, 형 집행 정지

2000~2008년 재임한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이 대표적 사례다. 대만 역사상 첫 민주진보당(민진당) 출신 총통이었던 천수이볜은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처음으로 실현했던 기념비적 인물이다. 그의 부인 우수전은 1985년 남편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돌진하던 트럭에 치이는, ‘정치 보복’ 의혹마저 제기된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활발한 활동에 나섰고, 남편의 ‘일등 참모’로 꼽혔다.
그러나 천수이볜은 재임 중 본인과 부인, 친인척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대만 검찰은 천수이볜 정권 시절인 2006년, 국가기금 불법 사용에 따른 부패 혐의로 우수전을 기소했다. 천수이볜 역시 비밀 외교기금 운용과 관련, 부정취득 및 문서위조 혐의를 받았으나 국가원수 면책특권에 따라 당시엔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다.
천수이볜이 구속된 건 퇴임 후인 2008년 11월이었다. 비리 혐의로 구속된 첫 전직 총통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그는 재임기간 특별기금 315만 달러(약 42억 원) 유용, 최소 900만 달러(약 122억 원) 규모의 뇌물 수수·자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2010년 3심에서 똑같이 징역 19년이 확정됐고, 추징금도 3억 대만달러(약 139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처럼, 남편과 아내가 동시에 수용 시설에 갇히진 않았다. 천수이볜은 수감 생활을 하던 중 2015년 건강 악화에 따른 치료 목적으로 가석방된 뒤 현재까지 형의 집행이 유예되고 있다. 우수전 역시 유죄 확정 판결 직후부터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다만 천수이볜이 '우리 부부에 대한 기소는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후임자인 마잉주 전 총통이 대(對)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을 탄압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민진당 출신인 차이잉원 전 총통이 퇴임을 앞두고 천수이볜을 사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나, 야당 국민당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6조 원 부패' 나집, 징역 12년 확정 후 6년 감형

2009~2018년 말레이시아 제6대 총리를 지낸 나집 라작과 부인 로스마 만소르의 사례도 있다. 두 사람은 ‘총리 부부’ 타이틀을 뗀 직후부터 각종 부패 혐의로 피고인 처지가 됐다.
나집은 퇴임 직후인 2018년 45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제기된 혐의만 총 42개에 달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전직 총리가 수사를 받는 건 그가 처음이었다. 핵심은 2009년 경제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의 자금을 측근들과 함께 세탁하고 빼돌렸다는 의혹이었다. 나집은 결국 1MDB의 자회사 자금 4,200만 링깃(약 138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2022년 7개 혐의와 관련해 유죄가 확정돼 징역 12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다만 지난해 초 말레이시아 국가사면위원회는 징역 6년으로 감형하는 결정을 내렸다.

부인 로스마는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혐의는 자금 세탁·뇌물 수수 등이다. 2022년 현지 고등법원은 로스마가 태양광 발전 시설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의 수주를 돕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을 인정하면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2건의 자금 세탁 및 5건의 소득세 신고 누락 혐의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이 상고한 상태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법정 구속도 면해 아직은 ‘자유인’이라 할 수 있는 로스마는 사치 행각으로도 유명했다. 취미는 다이아몬드 수집이었다. ‘사치의 여왕’으로 불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에 빗대 ‘말레이시아판 이멜다’로도 불렸다. 2018년 경찰의 이들 부부 자택 압수수색에선 2억7,500만 달러(약 3,726억 원)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 핸드백, 시계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불법 선거자금' 우말라 법정구속… 아내는 도피

오얀타 우말라 전 페루 대통령(2011~2016년 재임) 부부도 빼놓을 수 없다. 육군 중령 출신인 우말라와 부인 나디네 에레디아는 지난 4월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로 각각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부부 동시 수감’은 아니다.
우말라는 2006년과 2011년 선거 운동 당시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시’로부터 300만 달러(약 43억 원) 이상을 받아 챙긴 뒤, 아내와 함께 취득 경위를 거짓으로 꾸며낸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별개로 남미 좌파의 아이콘이었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측으로부터 20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도 이들 부부에게 적용됐는데, 법원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우말라의 처가(장모, 처남)도 관련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4월 선고 공판에 출석했던 우말라는 그 자리에서 법정 구속돼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하지만 부인 에레디아는 브라질로 망명했다. 건강 악화를 내세워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그는 자녀와 함께 주페루 브라질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고, 브라질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도피성 망명’이라는 비난 여론도 일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건강 이유 조사·재판 기피’가 형사처벌을 피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 준 장면이기도 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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