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판을 뒤집다…이재용 회장의 ‘전략적 침묵’ 리더십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25. 8. 1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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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속에 응축된 힘
글로벌 신뢰를 국내 성장과 미래 비전으로 잇는 과제 남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월 29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 재계와 글로벌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에게 향했다.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복귀 신호를 보낼지 궁금해했다. 일부는 대규모 기자회견이나 새로운 경영 구상을 대대적으로 발표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선택한 방식은 전혀 달랐다. 미국 워싱턴DC 장기 체류, 테슬라·애플과의 반도체 대규모 계약,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조용한 물밑 작업 등 모든 행보가 큰소리를 내지 않지만 치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결과로 말하는 복귀 방식이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런 접근을 ‘전략적 침묵’이라 부른다. 불필요한 언행을 줄이고 핵심 순간에만 의도된 메시지를 내면서 신뢰와 영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이번 복귀를 단순한 명예 회복이 아닌, 향후 글로벌 판도를 바꾸기 위한 서막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그의 선택은 조용했지만 시장과 업계에 던지는 파장은 절대 작지 않다. 앞으로의 행보가 한·미·중 기술 패권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복귀 행보를 통해 그는 자신을 ‘위기를 극복한 경영자’가 아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3년 5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Appearance
 옷차림으로 신뢰를 설계하다, 색과 디테일이 만드는 설득력


‘전략적 침묵’은 그의 옷차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회장이 최근 공식 석상과 출국 길에서 선택한 옷차림은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네이비 블레이저, 연회색 셔츠, 무채색 바지라는 조합은 안정감과 균형감을 주는 색의 배치를 통해 보는 이가 차분함과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선택은 즉흥이 아니라 메시지를 내기 위한 구조화된 설계일 수 있다. 재킷 단추를 잠그는 짧은 동작조차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준다. 셔츠 소매가 재킷 끝에서 1cm 정도 보이도록 한 디테일은 국제 비즈니스 매너에서 세련됨과 섬세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요소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외형이 장소와 상황에 맞춰 변주된다는 것이다. 미국 주요 인사와의 미팅 자리에서는 네이비 슈트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치했다.

하늘색은 심리적으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완화하고 협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옷차림 하나로도 ‘협력 가능한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월 22일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 쥔 샤오미 회장과 만난 모습. 사진=중국 샤오미 웨이보 캡처



 

 Behavior
 행동으로 증명하는 전략, 저자극·고성과의 리더십


그의 복귀 방식에서 두드러진 점은 저자극·고성과 전략이다. 그는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며 미국 현지에서 주요 고객사와의 접촉을 이어갔다.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테슬라와의 22조원 규모 인공지능(AI) 칩 공급 계약, 애플의 차세대 센서 수주 등 굵직한 성과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주목할 대목은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정교한 구성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일정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 회동의 목적과 순서를 치밀하게 설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예컨대 테슬라와의 계약이 발표된 직후 애플과의 협력 논의가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미국 빅테크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이러한 행보는 말보다 행동이 신뢰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위기관리 이론의 기본 명제를 그대로 따른다. 동시에 성과가 발표될 때까지 침묵을 유지함으로써 성과 자체가 ‘뉴스’가 되게 하는 전략적 힘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언론 노출이 아니라 리더십의 무게로 각인되는 더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월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Communication
 절제된 언어, 강한 비언어…짧게 말하고 길게 남기는 인상


이 회장은 언어적 표현을 극도로 절제한다. 출국 길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던졌을 때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이동한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짧은 대답은 불필요한 추측과 해석을 막고 모든 시선을 행보와 결과에 집중시킨다.

하지만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상당 부분은 비언어적이다. 신뢰감 가는 복장, 부드러운 미소, 손의 제스처,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모두 ‘준비된 자신감’을 표현한다. 특히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관심과 경청의 태도를 드러내며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신뢰 구축의 신호로 작용한다.

그의 소통 방식은 ‘말은 짧게, 시그널은 길게’다. 짧은 발언 뒤에 남는 행동과 표정이 오히려 더 많은 해석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비언어적 소통은 상대방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그 자체로 강력한 설득 수단이 된다.

 

 미래를 설계하는 리더십으로…위기 극복을 넘어 비전 제시로

이 회장은 절제와 실행을 바탕으로 신뢰를 회복한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외형, 행동, 소통 방식에는 공통적으로 ‘준비된 책임감’이 묻어나며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단순히 ‘위기를 극복한 경영자’에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 그가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첫째, 글로벌 무대에서 확보한 신뢰를 기반으로 국내 산업과 사회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삼성의 미래 비전과 핵심 전략을 국내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선명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그가 이 과제들을 실행해낸다면 지금의 ‘조용한 추진력’은 ‘미래를 설계하는 리더십’으로 진화할 것이며 이는 삼성뿐 아니라 한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기업인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패권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새로운 전략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 회장의 다음 행보는 시장을 움직이고, 산업 지형을 바꾸며,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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