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 만난 김태호PD "시대의 혜택 받은 것 같다"

정철운 기자 2025. 8. 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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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그 시대가 계속 갈 줄 알았다...알고 보니 그게 끝"
김태호 "불 꺼지지 않는 예능국 얘기...노동착취의 상징"
2000년대 KBS-MBC 대표 PD 예능 이야기 조회수 100만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

2000년대 KBS와 MBC 예능을 대표했던 '주말예능의 양대산맥' 나영석 PD와 김태호 PD가 유튜브 플랫폼에서 만나 자신들은 시대의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들은 유튜브도, 종합편성채널도, OTT도 없던 시대, 강력한 지상파3사 플랫폼 속에서 실패할 자유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서는 <대한민국 예능계 두 거장의 정상회담>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100만 조회수를 넘었다. 지상파 예능 황금기를 상징하는 두 사람이 후배 예능PD들의 '사옥미팅'이라는 콘텐츠 협업을 위해 유튜브채널에 모인 것부터 상징적이었다.

2001년 KBS에 입사한 나영석PD는 '1박2일' 성공 이후 2013년 CJENM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의 퇴사 이후 사실상 지상파 중심의 예능이 끝나고 tvN, JTBC, Mnet 등 비지상파의 시대로 전환되었다는 측면에서 그의 행보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후 나PD는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 '신서유기', '뿅뿅 지구오락실' 등을 성공시켰다.

역시 2001년 MBC에 입사한 김태호PD는 '무한도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대한민국 예능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을 받았으며, 이후 '놀면 뭐하니'로 또 한번 MBC에서 성공한 뒤 20년간의 MBC 생활을 마쳤다. 현재는 독립제작사 'TEO'의 대표 프로듀서로 '지구마불 세계여행', '마이네임 이즈 가브리엘', '굿데이' 등을 연출했다.

두 사람은 이날 방송에서 KBS·MBC 시절을 떠올리며 예능계를 언급했다. 두 자릿수 시청률이 일상이었던 당시를 두고 김태호PD는 “결과적으로는 시대의 혜택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고, 나영석PD는 “그 시대가 계속 갈 줄 알았다. 1박을 끝낼 때도 나 같은 혜택을 받는 사람이 또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끝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2000~2018년(1~6월)까지 21세기 프라임시간대(오후 7시부터 11시) 수도권 시청률 추이를 확인한 결과 지상파채널 시청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30대 시청률은 3분의1, 20대 시청률은 5분의1로 급감했다. 그 사이 CJ ENM을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채널과 JTBC를 앞세운 종합편성채널이 꾸준히 성장했다. 전통적 가구시청률에서 2000년 지상파채널은 62.23%를 기록했지만 2018년 33.40%로 반토막 났다. 현재 지상파3사의 시청점유율은 전체의 40% 수준이다.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나영석PD가 '무한도전이 지금 시기에 나왔으면' 어땠을지 묻자 김태호PD는 “지금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무한도전은 6개월 이상을 빛 보지 못했던 기간이 있었던 건데 지금 플랫폼에서...”라고 말을 끊었다. 그러자 나PD가 “6개월 못 기다려요. 요즘은 한 시즌이 12개 정도인데, 6개짜리 시즌도 있다. 된다, 안 된다-승부 나는 건 1~2주 차”라면서 과거 지상파 시절에는 실패할 자유가 어느 정도 존재했다고 전했다.

나PD는 “그때는 대중도 반년 이상 기다리면서 '왜 하는지 몰라'라고 하지만 그렇게 몇몇은 '난 좋은데'라며 매니아가 생길 틈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나PD는 “(1박2일과) 똑같은 멤버로 한자 맞추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아무도 안 보고 망해서 제목만 바꾸고 똑같은 멤버들 데리고 야외로 나갔던 게 1박2일”이라고 했다. 이에 김PD는 “그런 (실패할) 기회가 예전에는 주어졌다”고 호응했다.

쉽지 않았던 노동환경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태호PD는 “2년마다 PD를 바꿔주면 좋겠다”고 회사에 건의한 적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영석PD는 “1박2일 끝나기 전에도 KBS에 시즌제 해야된다, 안 그러면 다 죽는다고 했다”면서 “지금은 시즌제를 많이 하지만 그때만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나PD는 tvN에서 시즌제 예능을 성공시킨 최초의 예능PD로 볼 수 있다.

김태호PD는 “항상 (PD 교체나 시즌제를) 얘기하면 '쟤 또 힘든가 보다', '두면 알아서 할거야'(라는 반응이었다)”라며 “그게 제일 슬픈 얘기다. 예능 파트가 회사에서 갖는 위치가 높지 않던 시대였다. MBC 10층 중 3층·4층 예능국만 불이 안 꺼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예능국의 프로페셔널함에 대한 표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노동착취의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고정형TV 중심의 시청행태가 무너진 현 상황에 대한 진단도 있었다. 김PD는 “요즘도 어쩔 수 없이 홍보하다 보면 실시간 시청률 얼마라고 해야 하는데 (전체 방송사) 실시간 시청률 다 합쳐봤자 30%도 안 되는데 나머지 70%가 뭘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나영석PD는 “5% 넘는 프로가 없다”며 “요즘 가장 큰 고민은 TV를 잘 안 본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자 김태호PD는 “우리는 TV가 없다. 가끔 큰 화면 보고 싶으면 장모님 댁으로 간다”면서 “(우리 콘텐츠를) 긴 시간 본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 예전보다 더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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